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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직은 현재 진행형인 중국의 사드 압박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분위기는 분명 바뀌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 한류스타 전지현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한국 상품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려 나갔다. 연초 중국에서 영업하는 롯데마트에 십자포화를 날리고 한국행 단체 관광상품에 족쇄를 채워놓았던 그간 중국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해빙 기운이 아랫목에서부터 서서히 퍼지는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냉기가 서렸던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이렇게 변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달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절대 권력을 단단히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자신감이 사드를 비롯한 글로벌 외교 안보 이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1인 핵심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집권 2기가 끝나는 오는 2022년 이후 정권 연장에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 거침없는 대외 행보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사드 해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사드 때리기가 분명히 정리되고 양국관계가 사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하기에는 여전히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최근 한중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사드에 대해 여전히 미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보도와 논평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한중 간 관계 회복을 시사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여전히 사드에 불만을 갖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하든 사드가 중국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면 한국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네티즌의 의견도 부각시켰다.

다낭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전한 중국 매체들의 보도 뉘앙스와 중국 외교부의 관련 브리핑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청와대는 다낭 정상회담에서 사드 이슈는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공공연히 다시 꺼내 들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다시 강조했고 양측이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의 공식자료가 나오기도 전에 “시 주석이 한국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고 속보를 올렸다. 분명 노림수가 엿보이는 수순이다.

사드 해빙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국 측의 일부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잔뜩 기대감을 높이면서 벌써 양국관계 회복 시간표를 작성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고단수 사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다. 양국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12월 방중하기로 했으며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시 주석이 방한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들 사안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를 마치고 최근 본국으로 돌아간 한 일본 외교관은 사석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안보와 영토 주권에 관련된 문제라면 언제든 태도가 돌변할 수 있고 보복의 칼날을 빼 들 수 있다는 것이 오랜 중국 외교관 생활에서 체험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새로 부임한 노영민 주중 대사의 말처럼 한중관계가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 압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신들의 안보 이해와 글로벌 외교 전략과 어긋난다면 한국 기업 보복조치와 금한령은 베이징의 상징이 돼버린 스모그처럼 언제든 예기치 않게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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