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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회식때 상사가 허벅지 만진다면...경찰 협조얻어 CCTV 확보를

■직장 내 성희롱 대처법

성희롱 피해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수집이 가장 중요

당황말고 음성녹음 먼저 해두고

현장 목격자 진술 받아두면 좋아

법적 처벌만으론 뿌리 못뽑아

직장내 상담기구 내실화 해야





“회식 때 옆자리에 앉은 직장 상사가 허벅지와 등을 쓰다듬었어요.”

“노래방에서 의사들은 자리에 앉아 있고 간호사들은 앞에서 춤을 춰야 했고 무릎에 앉으라고 강요당했습니다.”

최근 개설된 오픈 카톡방 ‘직장갑질119’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카톡방은 한샘의 직장상사 성폭행 논란에 이어 성심병원 간호사들에 대한 선정적 장기자랑 요구까지 알려지자 지난 1일 개설됐다. 보름 만인 15일까지 회사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례가 총 18건이나 접수됐다.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엄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건의 성격상 피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것도 좋지만 경찰에 알리는 것이 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수집”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방배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피해자는 병원 진료기록 등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직장 내 성범죄 역시 일반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증거수집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이나 성폭행 현장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근거인 CCTV나 녹음 파일 등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아울러 지인 관계라면 평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모텔 등 현장에 들어갈 때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성추행을 당한 현장이 음식점 등 공개된 장소라면 생각보다 CCTV를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종업원이 회사를 상대로 CCTV 영상을 요구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하면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초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 60대 남성이 엉덩이를 쓰다듬는 성추행을 겪었다는 김모양은 “경찰의 도움으로 해당 호프집에서 CCTV 영상을 확보해 재판장에 제출했다”며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던 피의자가 재판장에서 판사의 허락 아래 CCTV 영상을 공개하니 바로 혐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를 본 뒤에는 두 사람 간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도 남겨둬야 한다. 범행을 당한 후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할 만한 메신저 대화 등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관악경찰서 여성피해범죄 법률상담소에서 활동하는 김윤희 변호사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확보한 증거가 법적 효력이 없을 것으로 예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재판 현장에서는 성희롱으로 인해 지인과 상담하는 대화 내용 등 간접 증거만 보여줘도 상당수 피의자가 혐의를 자백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모씨는 최근 일을 그만뒀다. 한 50대 남성 단골손님이 계산 도중 엉덩이를 쓰다듬어서 사장에게 대신 항의를 부탁했더니 “이러면 곤란하다.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좌절했다. 이씨는 “영세 업체일수록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로 인한 벌금이나 사업주 처벌은 딴 세상 이야기”라며 “지금은 그저 퇴직금이나 받으면 다행일 것 같아 최근 경찰서에서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에도 불구하고 2차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올해 7월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3명 중 절반 이상인 58명이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회사가 불이익 조치를 했다고 응답했다.

다행인 것은 최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잇달아 취해졌다는 점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업주의 사실 확인 및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를 의무화하는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기존 과태료 위주의 처벌 수위를 벌금 또는 징역형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효과에는 물음표를 던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주를 대상으로 직접 기소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 내 상담기구만 규정대로 운영되면 2차 피해를 막고 축적된 상담 결과 자체가 향후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기왕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성희롱 상담기구를 제대로 운영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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