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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진에도 원전은 안전하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구조기술사

24기 내진성능 개선 내년 완료

선진국 수준 못잖은 안전성 확보

친환경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되

안전한 핵발전기술도 병행해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건축물들에 여러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러나 내진공학 전문가인 필자 입장에서는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진대비 중요성의 교훈을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포항 지진피해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과 비구조재의 피해에 집중돼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으며 앞으로 지진방재 정책과 기술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지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민참여단(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재개된 직후여서 원전의 지진 안전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도 자신들의 견해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논하려면 원전 지진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의 내진설계 지반가속도수준은 0.2g(중력가속도의 20%)로 동일본 대지진, 구마모토 지진 이후 지진 안전성의 요구가 증가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은 기존원전의 내진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사업종료로 기존원전의 내진성능이 0.3g로 향상된다. 또한 최근 시공됐거나 시공 중인 신고리 원전 등의 설계지반가속도가 0.3g로 설계돼 있다.

또 소방방재청의 국가지진위험지도에 따르면 국내 발생할 수 있는 최대지진으로 정의되는 오는 2400년 재현주기 지진의 경우 원전 지역의 최대지반가속도는 0.18~0.2g 수준으로 정의돼 있으며 이는 원전의 내진설계 수준인 0.3g보다 낮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중약진 지역으로 평가되는 미국 중동부 90여개 원전들의 설계지반가속도는 0.2g 이하로 우리 원전과 비슷하거나 낮다.

우리 원전기기와 구조물의 설계·시공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엄격한 통제 아래 관리되고 있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기준을 준수해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

원전의 내진설계 개념은 일반건축물의 내진설계와는 다르다. 원전은 손상을 엄격히 방지하는 설계개념을 사용해 실제로 원전 지진하중은 건축물에 대한 하중의 몇 배에 이른다.



이와 같이 원전은 매우 안전하게 설계 시공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본 쓰나미를 제외하면 직접적인 지진피해로 원전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일본 지진과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단층 지질학적 분석을 시작했고 원전구조물에 대한 정확한 내진 성능평가와 향상방법, 설계방법에 대한 연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들에 근거하면 현재 원전 내진설계는 선진국수준에 뒤처지지 않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고 또한 정부는 단층조사를 실시해 보다 큰 지진이 예측되는 것으로 재평가된다면 이에 근거해 기존원전의 내진성능 업그레이드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입해 내진성능을 확보하면서까지 원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적·안보적인 요인이 있겠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산업용 원전은 1970~198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국가적 에너지 위기 최소화를 위한 리스크 분산관리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러한 에너지원의 분산정책을 포기하면 현재로서는 에너지원이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밖에 없다. 이 에너지원은 직접적으로 국제 석유 가격에 연동된다. 현재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석유 가격이 높지 않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석유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원전은 필요하고 원전의 지진 안전성은 선진국 수준이며 향후 과학적인 지질 조사결과 더 큰 지진의 발생이 우려되면 기존원전의 성능과 신규원전의 지진설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원전의 내진성능을 높여 사용하는 것이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원전개발에 투자했듯이 신에너지원 또는 친환경에너지의 기술개발에 집중투자해 에너지원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점차 원전의 의존도를 줄이면 된다.

핵분열과 융합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우주의 에너지원이며 이를 잘 이용하는 것이 인간이 자연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원이 제한된 우리나라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보다 안전한 핵발전기술이 개발되고 지진 안전성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며 원전 강국으로서 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구조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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