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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그 후 20년]노동개혁 '노사정 대타협' 절실한데...이념·기득권 싸움에 헛바퀴

<2부·끝> ④ IMF초래한 사회갈등...20년 지나도 똬리

96년 노동계 총파업 이어지며

김영삼정권 급속한 권력 누수

환란 선제대응 골든타임 놓쳐

지금도 각종이슈 첨예한 대립

갈등 관리·해결 제대로 안돼

사회갈등지수 OECD 중 5위

갈등비용 GDP의 27% 달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회갈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결과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탈원전·세법개정·적폐청산 등을 놓고 여야가 이념 정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야가 추경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의견 충돌로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지난 2001년 노동계와의 사회협약 없이 고용형태 다양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총파업과 반정부집단의 테러 등 갈등이 분출됐다. 노사정이 대타협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서로 반목한 결과였다.

결국 노동시장 개혁은 좌초됐으며 이탈리아 경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집권 기간 중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에 머물렀다. 저성장으로 2003년부터 4년 연속 재정적자 규모가 유로화 가입 조건인 GDP 대비 3% 수준을 초과하기도 했다.

과거 이탈리아 사례와 같이 한국 역시 갈등을 매듭 짓지 못해 외환위기 사태까지 이어졌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도 갈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GDP의 27%를 갈등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분석까지 나오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갖가지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갈등으로 촉발된 IMF, 신뢰복원으로 해결=1996년 12월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기습 처리되면서 노동계 총파업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그 결과 김영삼 정권의 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돼 외환위기 직전 위기 대응에 실패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영삼 정부의 뒤를 이은 김대중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갈등 해소’에 주력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했다.

정치권 내 갈등 봉합도 시도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정부는 어떠한 정치보복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당선자 신분일 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IMF 조기 극복의 이유로 현재까지 많은 국민들이 ‘국민 단합’을 꼽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23~26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한 원동력을 물은 결과 54.4%가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을 선택했다. ‘정리해고 도입, 아나바다 운동 등 고통분담’이라고 답한 비율도 9.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갈등비용 GDP의 27% 달해=국민 통합을 갈등 극복의 원동력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막상 외환위기 발생 20년 뒤 한국은 곳곳에서 심각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2009~2011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5위다. 사회갈등지수는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에 비해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행정·제도가 효과적으로 갈등을 관리하는지 나타내는 사회갈등관리지수는 OECD 국가 중 27위에 머무르고 있다.

갈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에 따르면 높은 갈등수준으로 1인당 GDP의 27%를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은 각 이슈별로 심각한 갈등에 노출돼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만들었던 노사정위는 1999년 민주노총, 2016년 한국노총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반쪽짜리 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6일 한국노총을 포함해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 사안마다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갈등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할 정치권조차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보수진영은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반발하고 있으며 보수 내부도 탈당을 둘러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갈등, 친박계와 친이계 간 갈등의 앙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내부에서도 갈등을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갈등 조정 역할을 맡을 국가공론위원회 설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갈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될 경우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크다”며 “공공갈등의 효과적인 예방 및 해결을 통해 사회통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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