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M아카데미]연구개발 패러다임 대전환...'X&D'로 승부하라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열린 연구소' 통해 비용·시간 절감...개방형 혁신 현실로

  • 2017-11-21 18:03:03
  • 사외칼럼
[M아카데미]연구개발 패러다임 대전환...'X&D'로 승부하라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초불확실성의 시대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경쟁의 파고는 국경을 넘어 업종의 경계까지 허문다. 믿었던 고객들도 점점 더 변덕스럽고 까다롭게 변했다.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트레티지앤드(Strategy&)와 PWC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은 2017년 한 해 동안 R&D에 무려 7,000억달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의 4,000억달러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매출 대비 R&D의 비율도 사상 최대치인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R&D 투자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문제는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시장의 기대 수준 상승과 R&D 난도 증가가 주원인이다.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대 R&D 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약 80%는 출시도 못 해보고 폐기된다고 한다. 요행히 시판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실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큰 문제다.

[M아카데미]연구개발 패러다임 대전환...'X&D'로 승부하라
자체 개발만으로 기술발전 속도 못 따라가

시장 기대수준·연구개발 난도 높아져

1,000대 기업 제품 80% 빛 못 보고 폐기

벤처 인수·기술 통합 등 ‘외부 연결’ 필수

아이디어서 피드백까지 시제품 출시·보완 활용

기업별 상황 따라 연구개발 최적화 모델 찾아야

R&D 생산성 저하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모색해왔다. 일반적으로 R&D에서 ‘R(Research)’는 기술적 가능성, ‘D(Development)’는 상업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단계인데 특히 ‘R’가 골칫거리다.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R’를 수행하다 보면 비용과 시간 면에서 병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를 전후해 전 세계의 선진기술 업체들이 시도한 R&D 혁신 노력들은 한마디로 R&D의 ‘R’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미지의 새로운 것(‘X’)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R&D를 넘어 X&D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선 C&D(Connect&Development)가 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개방형 기술혁신 모델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업체인 P&G는 당면한 R&D 과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외부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감자칩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넣은 ‘프링글스 프린트’가 꼽힌다. P&G 측은 C&D 전략으로 R&D 생산성을 60%, 성공률을 2배로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A&D(Acquisition&Development)도 있다. 부족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필요한 기술을 갖춘 기업(주로 벤처)을 인수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A&D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긴다”는 존 체임버스 전임 시스코 회장의 말은 A&D의 중요성을 웅변해준다.

그 외에도 외부에서 구매한 원천기술을 내부의 기술과 통합해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B&D(Buy&Development), 미래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 잠재력 있는 벤처에 지분을 투자하는 S&D(Seeding&Development)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 시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후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해나가는 E&D(Engage&Development) 방식도 개발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장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X&D는 헨리 체스브러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주창한 ‘개방형 혁신’과 ‘혁신의 분업화’를 달성하는 구체적이고 실행력 높은 수단이다. 기존의 폐쇄적 연구 풍토에서 벗어나 ‘열린 연구소’를 지향함으로써 연구 품질의 향상과 함께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이 더디고 기존에 익숙한 분야라면 자체적으로 개발(R&D)하는 것이 좋겠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생소한 분야라면 X&D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X&D 방식 외에도 기업별로 처한 여건에 맞게 독창적인 X&D 방법론을 개발해 쓰는 것도 스마트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R&D 전략이다.

지금 전 세계의 기술 패권은 알파벳이나 아마존 같은 IT 업체들, 그리고 머크나 화이자 같은 제약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X&D의 귀재들이다. 더 정확하게는 스마트한 X&D로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R&D 비용의 증가와 함께 연구 생산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에 X&D가 비장의 한 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