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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페이스호' 승선기] 컨테이너 3,000개 싣고 항해하는 '무역 항공모함'

총길이는 美 칼빈스호 넘어

36개 원룸에 헬스장까지 갖춰

환경규제 영향 빠른배 시대 끝나

"짐 더 많이" 초대형선으로 승부

현대상선 "내년 2만TEU급 발주"





“이 컨테이너선 한 대가 미국 항공모함만 합니다.” 현대상선 페이스호의 운항을 책임진 김승주 선장의 설명이다. 부산신항에서 중국 상하이항으로 가는 8,6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덩치인 이 배 위에 실린 컨테이너만 약 3,000개. 김 선장은 “전자제품, 자동차부품, 식료품, 우리가 아는 것은 다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호는 총 길이 339.6m에 너비 45.7m, 높이 36m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보다 더 길다. 축구장 2개 크기의 갑판에는 바닥부터 선장이 항해를 지휘하는 브릿지까지 12개 층으로 나누어진 건물이 있다.

지난 9일 오후 6시께 ‘무역 항공모함’ 페이스호가 출항했다. 고층 건물 위에서 바라본 300~400m의 땅이 뱃머리가 돼 물 위로 흐르는 느낌이다. 차이나인디아익스프레스(CIX) 항로를 운항하는 페이스호는 6주간 ‘광양-부산-중국 상하이-닝보-선전-싱가폴-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인도 나바셰바-문드라-파키스탄 카라치-포트클랑-싱가폴-홍콩’을 돌아 한국으로 복귀한다. 선장은 24시간 상시 대기, 1, 2, 3항사는 4시간 운항, 8시간 휴식하는 교대근무를 한다.

배정받은 방은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3평 원룸 수준이다. 방 안은 공회전하는 디젤 차량처럼 잔 진동이 있고 큰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방이 36개나 있다. 한국인 선장과 1~3항사, 기관장과 1~3기사 및 외국인 갑판장, 갑판수 조리장 등 22명이 승선한다. 헬스장과 도서관도 갖춰진 일반 원룸 건물이 배 안에 있는 셈이다.



기관실인 E층으로 내려가자 아파트 3층 높이에 길이가 30m 이상인 10만8,000마력 14기통 선박엔진이 굉음을 내고 3,000킬로와트(kW)급 발전기 4대가 열기를 내뿜었다. 이곳에 있는 해수담수화 장치는 바닷물을 증류해 생활용수로 공급한다. 홍윤범 기관장은 “42일 동안 2,800톤의 벙커C유를 쓴다”며 “한 항차에 드는 연료비만 12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루 3,000만원의 연료를 쓰는 ‘기름 먹는 하마’다.

김승주 선장은 “27노트(시속 약 km)로 운항하는 이 배는 차로 치면 ‘페라리’급”이라고 표현했다. 항공모함만한 이 배가 빠르지만 ‘작다’는 표현에 놀랐다. 금융위기 전 호황기 때 지은 페이스호는 연료 절감보다 빠른 배송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김 선장은 “글로벌 해운사들은 페이스호보다 짐을 두 배 더 실을 수 있는 2만TEU급 배들을 전진 배치한다”며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도 더해져 빠른 배의 효용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적은 연료를 쓰되 짐은 더 많이 실어 운송비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 시대라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가진 최대 사이즈의 배는 1만3,100TEU급. 이동훈 상하이 본부장은 “최근 유가 상승보다 두려운 것이 선박 대형화”라며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화물을 따내기 위한 현대상선의 영업환경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생존을 위해 내년 2만TEU급 초대형선들을 발주할 계획을 저울질하고 있다.

/부산·상하이=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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