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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경제의 해답, 중견기업에 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기업 생태계 '허리' 히든챔피언

美·日·獨 경제위기 극복 주역

韓선 규제 탓에 혁신 보다 안주

4차혁명 선봉장 육성 힘 실어야





“일본이 장기불황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니와 파나소닉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소위 ‘교토형 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 때문입니다.” ‘교토식 경영’으로 유명한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장기불황에도 무라타제작소·호리바제작소 등 교토의 기업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위기에서도 빠른 회복력을 나타냈다고 분석한다.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불리던 이스라엘은 최근 ‘그로운업 네이션(Grown-up Nation)’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를 책임진 것은 ‘미들마켓 컴퍼니(Middle Market Company)’로 불리는 중간규모 기업들이었다. 5인 이하 소기업이 95% 이상을 차지하던 이탈리아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허덕대는 사이 소위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중견기업이 탄탄한 독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섰다.

위기가 일상화되고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최고 화두가 된 요즘, 많은 국가가 중간규모의 기업, 즉 ‘중견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덩치는 작지만 변화에 매우 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한다. 대기업처럼 여기저기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분야에만 집중해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중견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청년이 가고 싶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생태계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기업은 우리 정책의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중소기업 지원에는 모든 사람이 쉽게 동의하지만 중견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며 오히려 대기업과 같은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고 기업 생태계는 성장이 정체됐다. 이러다 보니 중견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워낙 기업 수가 부족하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전체 고용에서 기여하는 비중도 낮다. 지원은 급감하고 규제는 대폭 늘어나는 현실에서 많은 중견기업이 혁신을 꿈꾸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매출의 대부분을 특정 대기업에 의존하는 소위 ‘벤더형 기업’들이 많은 이유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중견기업의 혁신성 제고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연구개발(R&D) 확대와 해외 마케팅 지원 등으로 국제무대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중견기업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또 우수인력 유입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해 보다 많은 청년 인재가 중견기업을 찾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그간 중견기업에 가장 어려움을 줬던 불합리한 이분법적 규제·제도 개선으로 중견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업환경 조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이제 한국도 변해야 한다”며 “미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독일의 미텔슈탄트 같은 강소·중견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정 분야를 주도하는 중견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인 모두가 우리 경제의 해답은 바로 중견기업이라는 인식하에 자부심을 갖고 경제성장의 선두에 서주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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