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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중국의 ‘영화굴기’





1989년 1월 중국 푸젠성 마을의 기묘한 결혼풍습을 그린 영화 ‘과부촌’이 개봉하자 중국이 떠들썩했다. 신선하지 않은 줄거리에도 이 영화가 히트한 이유는 하나다.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에로티시즘적 영상미. 중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키스신 이상의 농도 짙은 장면이 허용된 작품이어서 포스터부터 남달랐다. 실제 영화 컷은 가위질 때문에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선정적이지 않았지만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영화는 애국주의·전체주의 정신을 드높이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정부 통제 때문이다. 1970년대 ‘주선율(主旋律) 영화’가 대표적으로 중국 공산당 정책 선전을 뼈대로 한 영화를 말한다. 넓게는 사회주의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집단주의를 고취하는 영화다. 이렇게 정형화됐던 중국 영화에 새 물결이 일어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특히 1988년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때 이후 정부 입맛에 맞춘 천편일률적 제작 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락성이나 예술성을 추구하고 대담한 에로물을 시도하는 감독도 나타났다. 개혁개방과 함께 서구문화가 밀려들면서 관객들이 “중국 영화는 재미없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도 자극제가 됐던 것 같다. 여기에 홍콩에서 활동하던 중국 영화인들의 가세로 기술·인력 면에서 탄탄해진데다 영화진흥을 통해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정부의 규제 완화·지원까지 더해지자 양적·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천카이거의 ‘패왕별희’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톈좡좡의 ‘푸른 연’, 장이머우의 ‘인생’ 등이 국제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지 싶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 영화시장의 흥행수익이 올해 500억위안(약 8조2,500억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선 것. 우리나라에 비하면 8배나 많다. 이런 성과를 두고 인민일보는 “할리우드가 홀로 발언권을 행사하는 세계 영화시장의 구조를 다시 쓰고 있다”고 흥분했다. 아직 여러 면에서 중국이 할리우드에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말이 허풍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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