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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원초적 본능...화폭 가득한 에로티시즘

화정박물관 춘화 상설전시실 개관

한중일 춘화 명작 45점 전시

화정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18세기 일본 화가 기타가와 후지마로의 ‘춘정제색’. /조상인기자




화정박물관 춘화 상설전시실 전경. /조상인기자


청나라 작자미상의 ‘춘궁화첩’ 중 5번째 그림과 시. /사진제공=화정박물관


“비단 장막 속 흐드러진 사랑에는/ 동 터오는 새벽도 한밤중 같네/ 수 놓인 장막 속 봄기운이 뜨거워 눈조차 녹이니/ 삼척(三尺) 쌓인 눈에도 차가움을 모르는구나.”

뜨거운 사랑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추위도 아랑곳없이 봄날을 부른다. 정원에서 다정하게 노니는 한 쌍의 새를 감상하는 남녀의 모습으로 시작한 ‘춘궁화첩’ 중 다섯 번째 그림 옆에 적힌 시(詩)다. 옷을 벗어 던진 나신(裸身)의 남녀는 끌어안은 채 눈으로 손으로 서로를 어루만진다. 18세기 초 무렵 이름 모를 청나라 화가가 그린 12점의 춘화(春畵)에는 장면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를 더해 저속하지 않다. 정원에 놓인 평상 위에서 마주보는 모습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는 육체적 사랑은 물론 정서적 교감을 중시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관장 한태원)이 400점 이상의 춘화 컬렉션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상설전시실을 마련하고 그 첫 기획전으로 ‘동아시아 삼국의 춘화’를 선보이고 있다. 총 45점 중에는 일본 작품이 27점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 그림은 2점이 나왔다.

중국의 춘화는 시를 곁들인 운치와 전후 사정을 압축한 서사구조가 돋보인다. 젊고 아리따운 여인을 맞았건만 너무 늙은 노인은 뜻대로 되지 않아 속이 탈 따름이다. 붉은 화병에 꽂힌 축 처진 공작 깃털이 노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화영금진’의 한 장면이다.



18세기말 청나라 때 제작된 작자미상의 춘화 ‘화영금진’ /사진제공=화정박물관


‘피화춘도(避火春圖)’라는 춘화첩에는 야한 그림을 지니기 위한 옛사람의 핑계가 담겨있다. 이 그림을 지니면 불을 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림 제목을 붙인 것이다. 시집가는 딸의 성교육 용도로 쓰였다는 ‘압상저’는 과일·채소 모양의 휴대용 도자기지만 반으로 쪼개 열면 나체로 뒤엉킨 남녀의 애정행각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옥이나 상아, 청동 등으로 만든 모조음경은 유희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내시들의 부장품으로도 사용됐다.

중국 춘화는 전족을 해 기형적으로 작은 여성 발의 표현이나 발 모양 술잔인 금련배 등을 통해 ‘발 페티시즘’을 확인할 수 있고, 기계체조를 방불케 하는 자세를 따라하다 “허리가 부러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난해한 동작 묘사가 기괴한 재미를 준다.

반면 일본의 춘화는 노골적인 묘사가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개성 넘친다. 남녀 신체의 특정 부위를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나 거목, 수풀 우거진 골짜기처럼 과장되게 표현해 마치 산수화처럼 묘사한 점이 이채롭다. 물론 그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민망하기는 하나 성기를 머리만큼 크게 강조해 그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김옥인 화정박물관 학예사는 “중국의 춘화는 실내이건 실외이건 배경을 잘 묘사해 사회상황을 유추하는 사료로도 탁월하며 일본의 춘화는 우키요에(浮世繪) 판화의 유행이 춘화 대중화를 이끌어 스타 작가도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학예사는 “한국의 춘화는 조선의 경제·문화 발전과 함께 기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흥쾌락 풍조가 춘화를 유행시켰지만 의외로 일반 가정의 부부가 주인공인 춘화가 더 많다”면서 “향후 4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해 춘화기획전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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