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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칼럼] '官百能'을 경계한다

통신비 억제·기업 채용압력 등

'국가 만능' 심화땐 되레 부작용

소득 늘려 경제성장 이루려면

민간의 적극성부터 살려줘야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覇者) 자리에 올려놓은 관중(管仲)은 중국 역사에서 재상의 본보기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관중은 과감한 개혁으로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주목해볼 부분은 경제 운용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관중은 중국 고전경제학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관자(管子)’에서 “관백능(官百能)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면 백성들이 적극성을 잃는다는 것이 관중의 생각이다. 백성들을 부릴 때는 그들이 부림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지 강제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민간 상업이 자유롭게 발달하도록 해주고 정부는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관중은 관자 형세해(形勢解)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의 속성은 분명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가고 불리한 곳에서는 떠나려고 한다. 사람이 이익을 좇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백성이 모여들게 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온다.”

관중의 견해는 2,00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경제 운용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국가주도론이다. 정부는 저성장과 고실업이 고착화된 현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제시하면서 적극 개입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은 정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기초연금 인상 등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 정책을 연일 쏟아내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뚜렷한 재원 대책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 증원과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산업현장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업체들이 어려움을 하소연하자 한 해 3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간 영역까지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동통신업계의 팔을 비틀어 기어이 통신요금을 끌어내렸다. 또 기간제 근로자를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민간 기업에도 정규직 채용을 강요하고 있다. 청와대에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놓고 기업들에 고용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의료비·통신비 등 생계비에 대한 통제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아무리 정책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면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수많은 변수가 고려돼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1호 공공기관으로 선언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작업이 예산 부족과 노노갈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의욕만으로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준다는 취지로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이 아파트 경비원이나 편의점·음식점 직원 등 저소득층의 대량 해고사태를 불러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또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통신료 인하 정책은 엉뚱하게도 알뜰폰 업체들을 빈사 상태로 내모는 후유증만 초래하고 있다.

관중도 강조했다시피 정부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면 백성들은 적극성을 잃게 된다. 아무리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청와대가 직접 기업들을 압박하면 당장은 마지못해 하는 척할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직원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 노동비용 상승은 기업의 이윤 감소를 초래하고 이는 노동수요 위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가의 역할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 하지만 어설픈 정책이 초래하는 ‘정부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보다 훨씬 더 큰 폐해를 가져온다. 이는 역사적으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에서 이미 목격한 바다. 정부가 진정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한다면 국가가 시시콜콜하게 간섭하기보다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한다. 정부는 관중이 왜 국가 만능주의를 경계하라고 했는지를 곰곰이 되새겨보기 바란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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