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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카풀앱 서비스 제한-반대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한국푸드테크협회장

밥그릇싸움 갇힌 낡은 규제 혁신성장 막아

출퇴근길 자가용을 함께 이용토록 중개해주는 카풀앱의 영업확대를 두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카풀앱 ‘풀러스’는 그동안 출근(오전 5시~11시)과 퇴근(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 시간을 분류해 서비스했는데, 지난 6일 카풀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알선해선 안 된다’고 정해놨을 뿐 출퇴근에 대한 명확한 시간 규정이 없다. 서울시는 풀러스의 새 서비스를 불법으로 보고 있고 택시업계는 카풀이 사실상 24시간 영업에 들어가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카풀앱 서비스를 제한하자는 쪽은 24시간 영업이 ‘택시 면허가 없는 택시’로 엄연한 불법이며 기존 택시 업계와 종사자를 고사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풀 규제 반대측은 과도한 규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4차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919년 10월28일, 미국에서 ‘볼스테드법’으로 알려진 금주법이 발효되면서 술 생산, 판매, 유통, 음주가 금지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술을 금지한 사회가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초기에는 곡물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된 금주법이었지만 사회문화적 움직임까지 확산되며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금주법은 결국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며 1929년 대공황을 일으켰다. 대공황으로 미국 사회는 더욱더 나락으로 빠져들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결국 1993년 금주법을 폐지했다.

서울시가 최근 카풀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비스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풀러스가 그동안 출근시간(오전5~11시)과 퇴근시간(오후5시~다음날 오전2시)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카풀앱은 이용자가 출퇴근시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주변 있는 차량을 연결해주는 ‘라이드셰어링’ 앱 서비스다. 카풀앱은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는 방식은 카카오택시와 비슷하지만 요금이 30~40% 싼 것이 카풀앱의 장점이다. 우버·리프트·그랩 같은 라이드셰어링 앱은 전 세계 운송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극심한 교통난과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는 라이드셰어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자가용 자동차의 유료운송을 금지하는 법안이 사업 자체를 막고 있다. 이 법에 의해 전 세계 63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미국 우버도 한국에서는 불법논란 끝에 끝내 퇴출됐다.

카풀앱은 법안의 틈새를 파고든 사업이다. 법에서는 ‘출퇴근시간의 카풀은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우리나라 카풀앱이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만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우버 등이 발전한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형적 형태의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규제로 한국에서만 차량공유 같은 혁신 서비스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근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토론회와 공론화 숙의 과정을 거쳐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취지로 공론화에 나섰다. 그러나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택시 업계 관계자, 카풀앱 업체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카풀앱 규제 관련 토론회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가 새로운 혁신성장 산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자면서도 실제로는 낡은 규제로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의 조치는 혁신성장 정책에 반하는 것이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법에서 정하는 금지사항 외에는 규제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규제’에도 반하는 것이다.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는 한 법안에서 공존하고 개념적인 형태여서 네거티브 규제는 행정 공무원이 법 집행 과정에서 가져야 할 태도에 가깝다. 행정 공무원들은 법을 준수하는 것이 본업이다. 법에 지침과 시행령이 있고 이에 맞지 않는다면 행정 공무원 신분으로 당연히 규제하고 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네거티브 규제를 하라고 해도 미묘한 해석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카풀앱이 관련법을 어긴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은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카풀앱을 고발하는 한국과 달리 혁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덜한 미국·중국에서는 드론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와 자율주행차로 모빌리티 시장을 점차 장악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로 신기술과 혁신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국민 불편까지 가중되고 있다. 심야의 택시 승차는 점점 더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은 낡은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정부는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혁신성장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카풀앱 서비스 제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또는 한시적 유예)하고 환경을 조성한다면 새로운 혁신성장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을 제때 실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말잔치로 끝날 것이다. 혁신성장 산업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전체를 한시적으로 규제프리존으로 선언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버는 오는 2019년부터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위해 볼보 자율주행차 2만4,000대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거리에 자율주행차가 활보하는 시대에도 관련법이 없어 자율주행차를 고발하는 시대착오적인 우(愚)를 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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