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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性]친근감 표시하려다 범법자...잘못된 성 인식에 음란물 모방도

<상> 무지가 피해 키운다

발달장애인 활동범위 넓어지며

성폭력 가해·피해 연 1,300건

교육은 '피해예방' 수준 그쳐

타인과 경계 알려주는 교육 통해

스스로 성행동 조절하게 가르쳐야







지적장애 3급인 이모(34)씨는 대학가에서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1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 포르노 영상과 성인 잡지로 성(性)을 처음 접했다는 이씨는 동영상 속 여성들이 강제로 키스나 포옹을 당하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폭력적인 성행동이 올바른 성 욕구 표현이라고 생각한 이씨는 2년 동안 강제추행·강간 등 5건의 성범죄로 입건됐다.

지적장애 3급 박모(25)씨도 지난달 함께 놀던 초등학생을 작별인사의 표시로 안아줬다가 성추행으로 고발을 당했다. 그는 이미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 어려서부터 신체접촉에 대한 지도를 받지 못한 박씨는 타인을 향한 호의 표시가 성적 의도로 비칠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 이씨와 박씨는 첫 범행을 저지른 뒤 비장애인들과 함께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재범방지 성치료 교육을 받았지만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장애인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성 인지 향상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과 학계를 종합하면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통칭) 성범죄는 매년 60~70건으로 절도(189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재범율은 35~45%로 일반인보다 3.5배 높다. 연간 20~30명이 동종 범죄를 일으키는 것이다. 반면 재범방지 교육은 비장애인 사고에 맞춰져 있어 발달장애 수준에 맞춘 성행동 교정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반대로 적절한 시기에 성교육을 받지 못한 발달장애인은 성범죄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윤모(22)씨는 한 남성이 빵을 사 주며 다가오자 이를 단순한 호의 표시로 받아들였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지적장애인은 성인에게 관심을 바라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윤씨도 성적 의도가 있는 남성의 행동을 관심으로 오해했다가 범죄 표적이 됐다.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에 따르면 지적 장애인 성범죄 피해는 연간 1,250여건으로 전체 성범죄 피해자의 절반을 웃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은 유년기부터 적절한 성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기회가 적은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15차시 의무 성교육을, 여성가족부는 1년에 1회 ‘장애아동·청소년 성 인권교육 매뉴얼’에 따른 성교육을 각각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생식기·사춘기·성문화 등 기본 성지식까지 10회차 안에 모두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아직도 성교육 수업은 ‘안돼요’ 위주의 피해예방교육에 그칠 때가 많다”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 실질적인 성교육이 거의 없다가 당사자가 법의 선을 넘기만 하면 곧바로 전과자가 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타인과의 경계를 알려주는 교육이 지적장애인 성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신체적 경계선을 인식하고 스스로 성행동을 조절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김혜경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상담사는 “장애인도 선택권을 주고 반복해서 가르치면 성행동을 때와 장소에 맞게 가릴 수 있다”며 “무조건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하는 게 자립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두희 인제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이 성을 알게 되면 욕구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아직도 많다”며 “이제는 이들 장애인에게도 ‘올바른 성 표현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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