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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애정 없는 미술투자는 수익 얻어도 절반의 실패"

경매사 손이천 인터뷰./송은석기자




요즘은 ‘미술 애호’ 못지않게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경매는 미술품 투자가 실제 벌어지는 현장 중에서도 한복판이다.

“미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 있으면 작품 소장의 시작이 곧 절반의 성공입니다. 애호에 기반을 두지 않은 미술 투자는 수익을 얻었어도 절반의 실패 아닐까요?”

미술품 투자를 잘하는 법에 대한 손이천 경매사의 대답이다. 교과서 같은 답변이지만 이것이 정답에 가까운 것 또한 사실이다.

투자할 만한 그림은 어떤 것이냐고 하자 구체적인 답을 꺼리던 손 경매사가 질문을 바꿔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화가를 묻자 활짝 웃으며 “리히터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1932년 독일에서 태어난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작가이며 2012년에는 ‘추상화 809-4’가 경매에서 약 375억원에 팔려 전 세계 생존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운 거장이다.

“리히터의 ‘촛불’을 처음 봤을 때는 사진인가 싶었는데 그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죠. 그 후 리히터를 좀 더 공부했더니 추상작품이 근사하더군요. 리히터의 추상화를 실제로 보고서는 그 형형색색의 레이어(층)에서 시간의 층위가 다가오며 평면작품인데도 공간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경험을 했죠. 그때부터 리히터에게 푹 빠졌습니다. 사실 그의 구상작품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추상작품은 생각할 여지가 많아 매력적이에요.”



손 경매사가 관심을 갖는 작가와 작품은 사실 ‘투자할 만한 미술품’에 대한 답변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좋아하는 미술’로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이 더욱 반짝이고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리히터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의 ‘단색화’ 대표작가인 정상화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하나의 색으로 이뤄진 추상화지만 그 안에 시간의 겹이 쌓여 있고 평면에서 구현해낸 공간감이 있거든요. 사진은 편안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민병헌 작가의 작품도 좋아하고 독일 사진가 토마스 슈트루스의 작품 중 특히 미술관 시리즈는 신세계를 만나게 한 듯한 작품들로 꼽습니다. 복잡한 개념을 함축해 단순한 화면으로 풀어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도 참 좋습니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경매사로서의 일에 대한 열정을 낳는 게 분명해 보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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