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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1,400조 넘어선 가계빚…눈덩이 '관성'에 급증세 지속





우리나라 가계빚이 올해 9월말 기준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년간 한 달에 10조원꼴로 불어난 것으로 평년보다 2배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그간 가계빚 폭증을 이끈 주택담보대출의 관성이 유지된데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도 올 7~9월 동안에만 7조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대출 고삐를 조이면서 가계빚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례적인 증가세가 꺾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2017년 3·4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하고 올 9월말 기준 가계부채가 1,41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말보다 31조2,000억원(2.2%) 늘어난 것인데 올해 들어 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빚이 폭증하기 이전인 2010~2014년 3·4분기 평균 가계부채 증가 규모(15조3,000억원)에 비해서도 2배 수준이다. 한 달에 10조원꼴의 증가세는 정부가 2014년 8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시작으로 주택대출 고삐를 풀기 시작한 이래 지난 3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말 1,3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잔액은 9개월 만에 1,400조원을 넘어섰다.

◇한자릿수 증가율·비은행 대출 둔화세는 다행이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2015년부터 두자릿수로 훌쩍 뛰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9.5%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2010~2014년 평균 6.9%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 10.9%, 2016년 11.6%로 훌쩍 뛰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경기부양 카드로 꺼내든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에 가계빚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가계부채 증가율은 1·4분기 11.1%, 2·4분기 10.4%를 기록하며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이에 비하면 올 3·4분기 증가율 9.5%은 2015년 2·4분기(9.2%) 이후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한자릿수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묶고 내년부터는 장기추세(8.2%)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워낙 분모(가계부채 총잔액)가 커진데다 정부가 가계부채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만큼 연간 8%대 증가율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부실화 위험이 더 높은 비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협 등 비은행 가계대출은 올 3·4분기 증가규모가 4조3,000억원으로 2015년 1·4분기(1조5,000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한은은 금융당국의 리스크관리 강화 조치에 힘입어 비은행 가계대출은 둔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덩이 급증세 ‘관성’은 여전



하지만 앞으로도 단기간 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역대 최대로 분양됐던 아파트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하면서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올 7~9월 동안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팀장은 “2015년 급증했던 아파트 분양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시기가 도래하면서 3·4분기 아파트 신규입주물량이 대폭 늘었다”며 “그 결과 개별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아파트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입주(예정)물량은 올해 1·4분기 7만4,100호, 2·4분기 7만6,600호에서 3·4분기 11만3,100호로 훌쩍 뛰었다. 뿐만 아니라 4·4분기에도 12만800호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는 올해(38만5,000호)보다 더 많은 43만6,000호 입주물량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LTV를 강화하고 신DTI를 도입하며 신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이미 나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담대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건설사들은 2015년 51만8,000가구를 분양해 역대 최대 분양실적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45만1,000가구를 분양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의 급증세도 변수다. 3·4분기 은행 기타대출은 7조원 늘어 한은이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새로 신용대출을 시작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대출(2조7,000억원) 효과도 있었지만 대출 규제에 막힌 일부 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팀장은 기타대출 급증에 대해 “주택거래에 수반된 신용대출 수요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입주 시 발생하는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제반 세금 및 수수료비용을 치르기 위한 신용대출 수요도 있다는 얘기다.

◇빚내는 데 익숙한 경제주체들,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가계부채가 1,500조원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장이 발달하면 부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에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경제성장률과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에 비해 부채 증가 속도만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이 우리나라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에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는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이달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가처분 소득 대비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 왔다.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도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융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던 가계와 기업이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중립적인 의견을 견지해온 함준호 한은 금통위원도 이달 초 오찬강연에서 “향후 대내외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순환도 긴축화되면 글로벌 중립금리의 상승과 더불어 국내 실질중립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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