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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AI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머신러닝 기반한 AI 일기예보

자료 부족·예측불가 기후변화에

응용분야 혁신 없인 실현 어려워

균형발전 위해 기초연구 다져야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은 ‘스타워즈’의 드로이드처럼 인간의 친숙한 동반자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처럼 대개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적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겼을 때의 충격은 영화적인 미래가 금방이라도 현실로 닥쳐올 것 같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시간 동안 바둑은 인간의 두뇌는 기계의 사고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에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였기에 바둑에서의 패배를 통해 우리 사회는 인간 고유의 영역과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AI가 만드는 음악과 미술 작품이 인간의 감수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믿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져온 생생한 미래의 모습에 힘입어서인지 알파고라는 이름은 우리 머릿속에 순식간에 각인됐고 AI는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최신 유행을 선도적으로 반영하는 사교육 시장에는 알고리즘·코딩 교육이 등장했고 AI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가 각종 분야에서 물밀듯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 분야에서 뇌과학이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것도 AI가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머지않은 미래에 AI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일기예보다. 사실 기상학의 발전은 컴퓨터의 발전과 초창기부터 맥을 같이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다. 현대적인 일기 예보는 기온·바람·기압 등의 날씨 변수들의 상호작용과 그에 작용하는 외부 강제력으로 구성되는 방정식을 푸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때 지구상의 수많은 좌표 지점과 여러 층의 고도, 여러 변수에 대한 편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계산량이 어마어마하다. 컴퓨터를 활용해 대기 운동 방정식을 풀어내는 방식의 일기예보를 수치 예보라고 하는데 수치 예보의 발달은 방대한 편미분 방정식을 빠르게 풀 수 있는 컴퓨터 성능의 발전과 속도를 같이 해왔다.



반면 AI를 활용한 예보 방식은 기존의 수치예보와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알파고가 기존의 바둑 기보를 가지고 학습한 머신러닝 기법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과거 기상 관측 자료들 간의 관계를 분석해 특정한 기상 자료 패턴이 나타날 때 몇 시간, 며칠 내외의 일기예보를 산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AI를 활용한 일기예보의 근간이 된다. 이때 알파고의 실력이 바둑 기보의 양에 비례하는 것처럼 AI를 활용한 일기예보의 결과는 정확한 관측 자료의 양이 많을수록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일기예보의 난제를 AI가 획기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머신러닝 기법을 통한 예측은 수많은 관측 자료에 따른 학습에 기반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충분한 기간 동안 축적된 관측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바둑처럼 임의적인 알파고 간의 대결로 관측자료를 생산할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특히 일기예보보다 긴 시간을 예측하는 기후 예측에서 AI를 이용한 접근법의 더욱 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과거의 자료에 기반한 AI 예측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날씨·기후 패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최근 상황에는 더욱 한계를 가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AI 기술을 뛰어넘는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한 예보의 영역은 인간의 두뇌에 기반해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대기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예측하는 거대한 편미분 방정식과 패턴을 인지하는 AI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역에서의 혁신이 어떤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알파고 사건 이후 AI라는 키워드에 대중이 뜨겁게 반응하면서 마치 AI가 모든 연구 분야에서 만능인 양 인식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관련 연구 과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의 한편으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대중의 관심사에 단기적으로 좌우되는 점이 염려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균형 잡힌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기초과학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대중의 관심과 멀다는 이유로 등한시돼왔던 기초 연구 분야에도 고르게 거름이 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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