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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50회>인생 라이딩, 베트남 모터사이클 투어-2편

■랩터라이더스와의 여러모로 잊지못할 바이크 여행

베트남편 1회에서 저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하필 바로 앞에 사방으로 길이 난 로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번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길가에 바이크를 대고 우리의 현지 가이드인 ‘쿠엣’에게 카톡을 날립니다. 지금 위치가 찍힌 구글 지도도 첨부해서요. 바람같이 달려오더군요 크흑.

무사히 국제 미아 신세를 벗어나 일행들과 카페에서 상봉합니다. 연유가 들어간 진하고도 따뜻한 베트남 커피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다시 만난 일행들




베트남 특산품 연유커피입니다. 윗쪽 컵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즉석 드립커피! 달달하면서 진해서 하루 한 잔만 마셔도 각성 효과 만오천점입니다.


여유를 되찾고 다시 출발. 중간중간 주유소에도 들러줍니다. 다 같이 달리는 일정이다 보니 매번 단체로 주유소를 털었(?)습니다.

기다리는 중 사진도 찍어봅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해외 투어니까 매순간 기억하고 싶다는 바램.


어느새 하노이에서 300km 떨어진 하장에 도착합니다. 베트남 최북단인 데다 산악 지대라 하노이보다는 시원하다죠. 웅장한 산이 있고 소수민족들이 사는 지역, 개발이 덜 된 만큼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한국인 여행자도 만나기 힘듭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하면 하노이와 호치민, 다낭과 나트랑 정도만 알려져 있죠.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제 막 뜨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 하장입니다.

‘하장 0㎞’를 알리는 기념비. 두카티 하노이의 ‘티나(왼쪽 비옷 걸치신 분)’가 활짝 웃습니다. 우리 일행을 너무나 잘 챙겨주셨죠. 오른쪽은 두카티 하노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님.


이 때가 오후 두시 반. 물론 중간에 살짝 미아가 되기도 했지만 오는 길은 평탄했습니다. 요 정도는 쉽군…이라고 생각하며 두카티 하노이의 ‘티나’에게 물어봅니다. “그럼 이제 우리 숙소는 어디예요?” 돌아오는 대답은 “응 이제 150킬로만 더 가면 돼….”

이게...끝이...아니었어?


젖은 부츠 좀 말리고 개운한 새 티셔츠로 갈아입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경기도 오산이었던 거죠. 게다가 잊고 있었던 여행사 대표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첫날 숙소까지 길은 괜찮은 편인데 마지막 100km가 조금…살짝 임도도 있고 해서요(흔들리는 눈동자).”

조금 불안했지만 맛있는 점심 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다시 출발합니다.

(왼쪽)베트남 음식=살 안찌고 건강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오른쪽)출발 전 스트레칭은 필수. 다만 몰골이 좀...푸흡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험난한 라이딩 코스를 마주하게 됩니다.

빗속 라이딩, 계속 이어지는 헤어핀, 가로등 없는 어두운 길, 노면불량, 진흙길, 왕복 1.5차선 길에서 맞은편에는 트럭. 이 모든 장애물이 나머지 150km에서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직진으로 150km라면 금방 도착했겠지만, 우리가 달리는 길은 산 중턱의 헤어핀 가득한 1.5차선짜리 시멘트 도로입니다. 맞은편에선 스쿠터, 트럭, 사람, 소까지 다니고요. 구불거리는 길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다 보니 금세 어두워졌습니다. 딱 이런 길이었어요. 안개 대신 어둠이 깔린 사일런트 힐 같은.

자료사진-가드레일 바깥은 절벽이라는 사실을 잊으려고 애썼습니다.


산속이라 해는 더 빨리 저물었습니다. 어두컴컴해진 산길을 두카티 20여대가 줄이어 달리는 상황이 좀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둠 속의 두카티 행렬이라니. 문명의 흔적이 옅은 밤길을 그렇게 줄지어 달리고 있자니 제가 좋아하는 좀비 영화나 재난 영화의 피난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산속이라 오로지 전진만이 답인 상황.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밝은 LED 헤드라이트를 다신 분(=티나ㅠㅠ)이 바로 뒤에 따라오실 때요. 바로 뒤에서 센 조명이 비치는 바람에 코앞도 안 보이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것도 헤어핀 도는 중에요.

게다가 헤어핀을 돌면서도 맞은편에 트럭이 오진 않는지, 바닥에 큰 자갈이 떨어져 있진 않은지, 길이 아예 푹 파여있진 않은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밤이 되니 트럭은 낫더군요. 헤드라이트와 소리로 미리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노면 불량은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습니다. 가끔 안개가 자욱한 구간도 지나쳤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산길을 두 시간쯤 달리다 보니 머릿속이 멍해지더군요. 그 때부터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헤어핀에선 초큼 긴장하는 하수인데도 어느 시점부터는 궤도를 도는 장난감처럼 기계적으로 지나가게 됐습니다. 무념무상으로 앞에 가는 뒷바퀴만 쳐다봤습니다. 역시 올바른 시선 처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다른 일행들도 비슷한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했습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님은 아예 중간에 한 시간 정도 기억이 사라졌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그 때는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2주쯤 지난 지금은 참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뿌듯함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저녁 9시, 드디어 오늘의 숙소 도착. 당연히 기념사진을 찍어줘야죠?

탈진




티나도 옆에 와서 눕습니다ㅋㅋ조금 과장해서 제 이모뻘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러블리하면서도 진취적인 분이셨습니다. 둘이 널부러진 채 두카티 하노이 팀원들로부터 엄청난 폰카 세례를 받았습니다.


숙소 도착하면 뻗어서 못 나올 것 같았는데 비옷과 비에 젖은 부츠, 장갑을 빨고 샤워까지 마치고 났더니 다시 힘이 생깁니다. 두카티 하노이에서 미리 셋팅한 저녁 장소로 갑니다. 소수민족인 ‘몽’족의 공연도 곁들여집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는 신비한 노래와 안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닥불은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정겨운 모닥불


삼삼오오 모여 오늘의 투어를 복기하는 우리 일행들. 바이크 오래 타신 우리 회장님과 나윤석님조차도 “이런 투어는 고수들만 모집해야 한다”고 하셨고…꾸역꾸역 따라온 하수인 저는 왠지 뿌듯했고요...여행사 대표님은 “오늘 코스는 여행상품에서 없애겠다”고 선언하셨고...그랬답니다.


상당히 많은 요리가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베트남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두카티 하노이 팀원들과 건배하며 베트남 전통주도 마셔봅니다. 그리고는 모두 각자의 방에서 기절. 긴 하루였으니까요. 아래는 제가 사용하는 경로기록용 앱 ‘릴리브’의 영상입니다. 위성지도 위에 동영상으로 경로를 표시해주고 위치별로 사진까지 추가할 수 있어서 종종 씁니다.



두어 시간쯤 기절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아침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제 두카티 스크램블러62의 브레이크 레버를 망가뜨린 바 있습니다. 헤어핀에서 일행 한 명(=그러고보니 또 티나)가 넘어지는 걸 보곤 멈춰서 도와줘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다 저까지 넘어졌거든요. 아직 어두워지기도 전인 멀쩡한 헤어핀에서 제꿍했다는 건 함정. 어쨌든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동행한 두카티 미케닉 분이 이미 새 걸로 갈아놓으셨더군요. 너무 든든했습니다. 랩터라이더스 여행 상품에는 바이크 보험까지 포함돼 있어서 따로 수리비를 물 일도 없었습니다. 넘나 안심인 것이었죠.

그리고 오늘의 일정은 기다리던 관광!!!(어머니!!!ㅠㅠㅠ)

어제는 이런 풍경을 맛보기로 띄엄띄엄 지나쳤지만,

어둠 속의 헤어핀을 넘기 전, 아직 체력이 괜찮은 상태


오늘은 제대로 구경하는 날입니다. 비도 그쳤고요. 전날 비에 흠뻑 젖어서 말리기도 포기한 부츠가 좀 찝찝했지만 다시 기운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제의 모든 힘듦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한 풍광을 눈에 담았습니다. 잊지 못할 꿈처럼, 지금도 떠오릅니다.

특히 이 곳 마피렝(Ma Pi Leng Pass)의 풍경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해발 1,500미터에서 펼쳐지는 산과 강의 장관이 압권이죠. 20세기 초 베트남과 프랑스가 전쟁 중이었을 때 군수물자를 나르기 위해 베트남인들이 직접 맨손으로 만든 길이라고 하니 사연 많은 길이기도 합니다.

올라가는 길


해발 1,500미터 마피렝 정상의 숨막히는 뷰


감동...ㅠㅠㅠ


사진찍기 바쁜 랩터라이더스들


나윤석 이사님이 무려 드론을 날려 찍으신 샷


두카티 하노이와도 찰칵


저만의 갬성...이 묻어나는..포토그래피...


이번 베트남 랩터라이더스 투어에서 건진 인생샷은 3편에서 더 이어집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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