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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62>영업의 기술

제품 억지로 팔려고 하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바 먼저 읽어내

'팔릴 물건' 만들어내야 성공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최고의 낚시꾼은 누구인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기술적인 답들이 나온다. ‘물때를 잘 보는 사람’ ‘포인트를 잘 잡는 사람’. 참 좋은 답안들이지만 내가 선뜻 마음을 주지 않고 있으면 심지어 ‘세월을 낚는 사람’이라는 기발한 답이 나오기도 한다. 최고의 낚시꾼은 단연 물고기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다. 물고기의 마음을 읽으려면 미끼의 마음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부하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선생은 학생의 마음을 읽어야 수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다. 부모도 자식의 마음을 읽어야 가정이 화목해진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옛날에 한 사람이 장터에 보석을 팔러 나왔다. 첫 손님이 오더니 “이거 얼마요”라고 묻는다. 답을 하려고 하는데 보석이 아니라 보석함을 가리키고 있다. “손님 그건 안 파는 물건입니다.” 그랬더니 그냥 가버린다. 한참 지나 두 번째 손님이 오더니 가격을 묻는다. 역시 보석함이다. 그건 안 파는 거라고 하니 그 손님도 그냥 간다. 그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손님까지 보석함은 안 파는 거라는 말에 그냥 가버린다. 그날은 공치고 만다. 그다음 날 보석상은 무엇을 팔러 나왔을까. 그렇다. 이제 보석함을 팔고 보석은 전시용이다. 중국의 철학자 한비자에 나오는 사례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일본의 한 오토바이 회사가 대형 오토바이를 팔려고 미국에 진출했다. 그런데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메이커에 충성심을 보이는 미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지사장은 이제 다 포기하고 철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사장님, 저 전시장 구석에 있는 소형 스쿠터, 제가 타도 되겠습니까.” “왜 그러는데….” “이제 돈도 다 떨어져 출퇴근용으로 쓸까 합니다.” “그래라.” 형편이 어려워진 직원이 전시용 소형 스쿠터를 타겠다고 해 지사장은 허락했다.



“부르릉! 오오오오 잉!” 조그만 스쿠터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여보시오, 그 스쿠터 어디서 샀소.” “이거 안 파는 겁니다. 전시용입니다.” “아니 그러면 진열된 곳이라도 알려주시오.” “왜 그러시는데요.” “대량 주문을 내고 싶어서요.” 미국 백화점 직원 한 명이 길을 가다 스쿠터가 언덕을 가뿐히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관심을 표한 것이다. 그 후 스토리는 전설 그 자체가 된다. 일본의 혼다가 대형 오토바이를 팔려다가 엉뚱하게 스쿠터에서 대박이 터진 케이스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어떤 영업사원이 최고인가’ 물어보면 이런 답들이 돌아온다.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 ‘고객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등등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최고의 영업사원은 자사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배워 오는 사람이다. 대개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자기 회사 제품을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고객을 만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A고객에게 배운 자사 제품 사용설명서를 B고객에게 가르쳐주고 B고객에게 배운 것을 C고객에게 전파해준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나가면 회사에는 사용설명서 빅데이터가 쌓인다. 이 사용설명서가 가장 큰 재산이다. 누구도 가지지 못하는 경쟁력의 우위는 이 빅데이터에서 나온다.

학생 없는 선생은 없다. 배우려는 학생이 있을 때 선생님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20년 좀 넘게 가르치면서 터득한 거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잘 배우려면 가르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생과 선생의 변증법적 관계다. 리더와 부하,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먼저 고객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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