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기술혁명시대의 인재상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압축성장 탓에 사고방식 획일화

시류만 좇는 교육·선발로는 한계

기업, 혁신경쟁 뒤처지지 않도록

다양성 갖춘 인재 뽑아 육성해야





‘자네는 하루도 논 적이 없군.’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오래전 어머님 부탁으로 찾아온 친구분 손자의 이력서를 보고 필자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당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20살 남짓한 이 제자는 빈둥거리며 산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았다. 각종 봉사와 자기계발은 병사시절에도 계속됐다. 이 일을 겪은 다음 필자는 자주 학생을 관찰하고 그 미래 모습을 떠올리고는 했다.

30년 이상 교직을 업으로 하면서 가진 하나의 확신은 이 세계 어느 대학이든 우수한 학생의 잠재력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수한 역량을 가진 학생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고 충분한 동기부여를 가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언젠가 TV에서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을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자신이 열등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극도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뛰어난 인재로 거듭난 이도 있다. 지난 2015년 인종차별의 경제학이라는 영역을 일궈낸 공로로 40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롤랜드 프라이어 주니어 하버드대 교수가 그 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았던 결손가정 출신 프라이어는 주변 사람들이 폭력과 마약·알코올로 인해 교도소를 들락거릴 때 세계 경제학계의 별로 우뚝 섰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례가 없는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겪고 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 연령인구는 올해부터, 총인구는 15년 후부터 감소한다. 2월 IMF는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우리 사회가 많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대적 과업인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어떻게 인재를 키워야 하나. 우리의 여건상 이스라엘식 창의교육을 도입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에서는 15세에 전국단위의 시험을 보고 선발한 학생들을 군에 보내 인재를 양성한다. 이스라엘이 미국·중국 다음으로 나스닥에 많은 기업을 상장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를 잘 아는 이스라엘 출신 교수는 그 시험은 정수론과 같이 과외를 해도 소용없으며 우리나라도 해볼 만하다고 농담조로 말한 적이 있다.



오히려 기업이 잠재력 있는 젊은이를 선발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획일적인 잣대로 선발하는 데 문제가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관리직이라고 하더라도 인문계 출신은 기피한다. 반대로 10여년 전 이공계 출신을 홀대해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시류에 따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기업이나 사회나 크게 손해나는 일이다.

한때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추다 보니 토익을 만점 받아도 영어는 한마디 못하는 취준생들이 있었다. 이공계 바람이 불자 인문계 학생들도 영어 대신 코딩을 배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운 코딩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필자는 최근 그 제자와 재회할 기회가 있었다. 30대부터 테크 자이언트의 한국 대표를 맡아온 그는 호기심을 기술혁명 시대의 인재상으로 꼽았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누구의 지시 없이 스스로 일을 찾아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의 속성상 강한 호기심이 없으면 일에 대한 열정도 찾기 어려워 결국 낙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개최된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으며 4반세기 동안 계속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뒤처진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개탄했다. 필자는 압축성장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획일적인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가 기술혁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정해진 진로는 없다. 그것은 기업이라는 플레이어의 몫이다. 결국 다양성을 갖춘 인재 풀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기업이 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