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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만에 재개된 중국인 단체관광] 돌아온 유커 "사드 부담 없어...신나게 놀다 갈래요"

"친구들도 한국 오고 싶다 난리

관계 좋아져 기회 더 생겼으면"

"이달 중순 양국 정상회담 계기

한한령 완전히 해제됐으면..."

"유커에 관심" NHK도 취재열기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한 뒤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몇 번 다녀온 한국의 ‘겨울 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한국 여행 상품이 있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날씨가 춥다고 하던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기대가 큽니다.”

지난 2일 오후2시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출국장. 서울행 발권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창구 앞에 늘어선 사람들이 평소보다 유난히 많았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년의 한 여성 관광객은 밝은 표정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방한 단체관광 상품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후 단체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을 찾는 첫 번째 손님들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우선 베이징과 산둥 지역 여행사들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날 베이징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OZ 334편에 오른 중국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관광객 30명, 현지 여행사 관계자 2명 등 총 32명으로 구성됐으며 관광 프로그램은 국내 랜드사인 위즈여행이 총괄한다.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보다 이들은 2시간 늦은 이날 오후9시30분에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섰다.

8개월 만에 재개된 단체관광객을 맞는 입국장에는 얼음이 깨지듯 얼어붙었던 관계가 호전된다는 뜻의 ‘파빙(破氷) 한국 첫 단체관광’이라고 적은 간체자 현수막이 나부꼈다. 위즈여행의 협력사 직원인 여성 두 명이 한복차림으로 붉은 현수막을 들었고 기념촬영 후 유커들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사드 갈등으로 인한 부담이요?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한국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멋진 관광지들도 둘러보면서 신나게 놀다 갈 겁니다.”



예상 밖의 따뜻한 환대에 놀란 중국 관광객 리궈궈씨는 “(양국 관계의 진전으로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주변의 친구들도 한국에 놀러가겠다고 난리”라면서 “물론 면세점에서 쇼핑도 많이 할 것”이라며 찡긋 미소 지었다. 지긋한 연세에도 검은색 가죽 모자로 한껏 멋을 낸 우베이더씨는 “한중관계가 하루빨리 예전 수준으로 회복돼 베이징이나 산둥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중국인들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올 3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수입 및 단체관광 제한령) 조치 이후 국내 여행 업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한 해 방한 외국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한국 관광산업을 먹여 살리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방한 외국인의 1인당 지출 경비(2016년 기준)도 중국이 2,059달러로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올해 1~10월 방한 중국인은 353만7,6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1만5,230명)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사드를 둘러싼 양국의 미묘한 관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공항에는 국내 언론은 물론 일본 방송사인 NHK도 나와 유커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을 허용한 지역이 일부에 불과하고 사드 갈등이 촉발한 여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여행사와 관광객 모두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은 “중국 여행사 쪽에서 이번 여행을 사드와 관련짓는 것에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아무래도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 중국 언론이나 당국의 주목을 끄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국 쪽 여행사 관계자도 취재진에게 “사드와 관련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관광객 2명의 짧은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일행은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갔다. 단체관광객 입국으로 ‘사드 해빙’의 신호탄이 울린 것은 분명하지만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한령 조치가 완전히 해제돼야만 관광 업계도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장종석 위즈여행 사장은 “유커들이 어렵게 다시 한국을 찾게 된 만큼 사드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 범위가 더 넓어져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인들이 한국 곳곳을 휘젓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관광객 일행의 가이드를 맡은 이성희씨는 “3월 이후 9개월 만에 단체로 들어온 유커의 여행을 안내하게 된 셈”이라며 “설레기도 하고 약간 긴장되기도 하지만 서울의 구석구석을 열심히 소개해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입국한 32명의 유커는 4박5일 동안 서울에 머문 뒤 오는 6일 오후 베이징으로 돌아간다. 사실상의 여행 첫날인 3일에는 경복궁과 광화문, 인사동, 남산 한옥마을, 광장시장 등을 둘러봤다. 이후 4∼6일에는 경기 파주 제3땅굴, 프로방스, 이화여대 등을 구경하고 동화·신세계면세점 등 ‘쇼핑 투어’에도 나설 계획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영종도=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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