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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Ⅱ] 검표 피해 화장실 돌며 승무원과 숨바꼭질 … 승차권 위조하기도

< 4 > 대중교통 무임승차

유효기간 지난 승차권 사용하고

카드 안찍으려 뒷문으로 버스 타

얌체족 '꼼수' 진화 기상천외

출퇴근 시간대 부정승차 최다

단속 걸리면 "실수"라고 발뺌





추석 연휴 막바지에 이른 지난 10월 초 울산역에서 KTX 대구행 열차를 탄 한 남성이 객실 안을 서성였다. 태연하게 휴대폰을 보며 좌석을 찾는 듯 행동하다가 다른 객실로 이동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상하게 여긴 승무원이 “승차권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는 “객실을 잘못 안 것 같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는 객실을 두어 개 이동한 뒤 화장실에 들렀다가 대구역 도착 직전 화장실에서 나와 기차에서 내렸다. 울산역~동대구역 사이 KTX 운행시간이 20분이 채 안 된다는 점을 악용해 ‘구간 무임승차’를 시도한 것이다.

5월에는 입석 전용 모바일승차권을 예매한 후 유효기간 개시 2~3일 전에 진짜 티켓처럼 속여 사용한 뒤 유효기간이 개시되기 직전 환불하는 수법으로 1년간 KTX 열차를 399번 무료로 타 700만원을 떼먹은 이모(37)씨가 붙잡혔다. 이씨는 유효기간이 시작되지 않은 예매승차권을 역무원에게 슬쩍 보여주고 진짜 티켓인 것처럼 행세했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무원이 예매 날짜까지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과 입석이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기상천외한 꼼수로 대중교통을 공짜로 무임승차하는 ‘얌체족’들이 눈총을 받고 있다. 부정승차로 인해 대중교통 관련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면 안전 관리에 소홀해져 국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상습적으로 무임승차를 하고 있어 문제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싸고 단속이 쉽지 않은 기차의 경우 부정승차 방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국철도교통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가 전체 열차 중 부정승차가 가장 많았다. 방법도 다양하다. 얌체족들은 △다른 열차 승차권 사용 △승차권 위조 △타인의 정기승차권 사용 △유효기관 경과 승차권 사용 등 다양한 꼼수로 단속을 비웃으며 요리조리 피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승차권을 환불하기 전 미리 캡처하거나 오프라인 모드로 저장해두는 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글씨체 등 화면에 식별장치를 심어둬도 상습범들이 매번 교묘하게 알고 빠져나간다”고 전했다.



무임승차 등 부정승차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은 이용객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다. 워낙 이용객들이 많아 일일이 검표하기 힘든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출근 인파로 붐비는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한 20대 직장인이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고 타려다 적발됐다. 시니어패스 카드(65세 이상 경로용 교통카드)를 사용해 지하철을 타려다 단속원에게 걸린 것. 그는 “출근길 실수로 할아버지 카드를 가져왔다”며 단속원의 팔을 붙잡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정상 요금의 30배 부과금을 피할 수 없었다. 지하철 단속원은 “시니어패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에도 수차례 부정승차를 한 것 같다”며 “대부분의 부정승차자들이 실수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고의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버스 부정승차는 더욱 ‘창의적’이다. 현금을 내면서 반쪽짜리 지폐, 장난감 동전, 외국 동전을 슬쩍 섞어서 내거나 환승할 때 일부러 뒷문으로 타면서 아예 카드를 찍지 않기도 한다. 또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차에 탄 지 얼마 안 돼 카드를 하차 단말기에 찍는 경우도 많아 일부 버스들은 아예 “미리 하차 태그를 찍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서울시내 버스 운전기사 한모(56)씨는 “안전운전에만 신경 쓰기도 벅차기 때문에 일일이 부정승차를 걸러내기는 힘들다”며 “너무 눈에 띄게 부정승차하는 사람들만 지적할 뿐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호소했다.

무임승차를 비롯한 부정승차는 단순한 양심의 문제를 넘어 대중교통 안전과도 직결된다. 부정승차로 대중교통 관련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면 그만큼 안전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실제 부정승차는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승차를 단속하기 위해 지하철 개찰구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시설들을 마련하는데 이런 비용을 시민 안전에 대한 재투자로 활용할 경우 대중교통 관련 사고 감소 등 서비스 질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승차에 따른 손실이 점점 커지자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철도사업법에 따르면 무임승차자는 해당 승차구간 1회권 운임의 최대 30배에 달하는 부가부담금을 내야하고 수차례 무임승차했다면 기록을 조회해 개별 횟수당 30배씩 부가부담금을 따로 매길 수 있지만 거부할 경우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철도사업법에 부가부담금 납부를 성실히 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불성실 납부자를 형사 고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실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6월 전국 교통기관 최초로 무임승차자 2명을 형사 고소했다. 법원은 노인 우대카드로 43차례 지하철을 탄 60세 남성에게 편의시설부정이용죄로 50만원 벌금형을, 초등학생용 교통카드를 46차례 쓴 30대 여성에게는 벌금 30만원형을 선고했다. /신다은·최성욱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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