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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혁신 성장을 위한 '기업가정신'

정민정 성장기업부 차장





최근 3차원(3D) 프린팅을 주제로 해외 취재를 나갈 일이 있었다. 3D 프린팅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는 만큼 현지에서 만난 기업들은 하나같이 ‘혁신 DNA’를 뽐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하게 뇌리에 남는 이는 크리스 켈시라는 스무 살짜리 최고경영자(CEO)였다.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는 거물들이 명문대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화려한 이력과 달리 켈시는 고교 중퇴자였다. 아버지는 그에게 평생을 ‘루저’로 살게 될 것이라며 비난했지만 지금 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30대 이하 CEO 중 한 명(포브스 선정)으로 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금발의 청년은 길지 않은 삶에 비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줬다. 학교를 그만두고 스웨덴·중국 등지를 여행하면서 세상을 만난 그는 대도시의 높은 집값과 위험한 건설 현장에 안타까워하며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우연찮게 3D 프린팅 기술에 눈을 떴고 이를 건축에 적용하기 위해 스타트업 ‘카자’를 설립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카자 측에 오는 2030년까지 신축 건물 25%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미 국방부와는 미군 기지 건설에 카자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가 1억달러에 이른다는 경제적 성과도 놀랍지만 기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청년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었다.

그가 건축에 3D 프린팅을 접목할 수 있었던 것은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안전하게 집을 짓겠다는 ‘간절한 열망’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미국뿐 아니라 중동이나 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보금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기술이 쓰였으면 하는 ‘선한 바람’도 있었다.



그에게 기업가정신을 물었다. 스무 살 청년에게서 그의 나이를 뛰어넘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지 사업을 하거나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좇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는 것, 이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조지프 슘페터의 기업가정신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도입된 개념이다. 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해석과 문법이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인간의 행위와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융합과 해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면 기업가정신이 향하는 과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기업가(entrepreneur)’는 프랑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서로 주고받는 자’라는 뜻이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18세기 초 기업가는 사회와 인간을 중시했고 기업은 ‘사람과 사회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우리 경제의 성장 전략으로 ‘혁신 성장’이 전면에 등장하며 혁신 성장만 하면 뭐든지 이뤄지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그 방망이를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에 담긴 철학부터 차분히 되새겨야 할 듯싶다.

/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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