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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기업간 개방협력, 제조업 살린다

<59>기업의 분화와 융합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경쟁서 승리할 무기는 '협력'

강점 아닌 주변 역량 외부화

자사·타사 핵심역량은 결합





제조업은 영원하다. 그러나 제조업 자체는 일대 혁신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혁신을 분석해보기로 하자.

과거 제조업은 기획,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서비스, 관리 등 기업 내 가치사슬로 연결됐다. 기업 간 연결비용이 비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경쟁력 1등 부서와 더불어 10등 부서도 내부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 부문 경쟁력의 합으로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구조였다. 산업의 중심은 개별 기업이고 기업들은 닫힌 가치사슬의 파이프라인형 구조를 견지했다.

지난 2008년 애플이 휴대폰의 지존인 노키아에 감히 도전했다. 노키아는 주요 부품과 생산과 마케팅을 수직 통합한 당시 절대 강자였고 국내 휴대폰 업체의 내부 보고서에서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벽임을 인정했다. 모두 애플과 구글과 노키아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승자는 당연히 노키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노키아의 몰락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노키아의 몰락 원인은 바로 파이프라인형 수직 통합이었다. 애플과 구글이 생산과 앱 개발과 마케팅을 각각 가장 잘하는 외부 기업과 협력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비용 급감이 가져온 변화가 기업 해체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성기를 이끈 잭 웰치 전 회장은 ‘1등 혹은 1등이 될 수 있는 2등’을 경영전략으로 삼았다. 수익을 내는 원리를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1등 기업이 되는 원리는 1등 부서만 남기고 나머지 부서는 외부화하는 급진적인 개방협력으로 진화했다. 기업 간 협력인 연결비용이 인터넷으로 급감하면서 단일 기업을 넘어 여러 기업 1등 부서들의 개방협력이 경쟁에서 이기는 비결이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1등이 아닌 주변 역량은 외부화하고 자신의 핵심 역량과 타사의 핵심 역량을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과거의 파이프라인형 단일 기업은 해체되고 기업들의 복잡한 협력 생태계로 산업 구조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하는 기업의 조건은 무엇인가 살펴보자. 협력을 위한 필요조건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차별화된 역량이다. 그래야 다른 기업들이 협력하게 된다. 협력의 충분조건은 신뢰의 개방 문화다. 신뢰가 없고 폐쇄적인 기업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결국은 배척당하게 된다. 여기에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 혹은 잔디 같은 개방형 스마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제조업은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 인터넷 활용도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 인프라가 클라우드 기반이 돼야 기업 간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다. 이제 기업은 ‘협력하는 괴짜’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개방하면 기업의 차별화 역량이 사라지게 되고 모두 내부화하면 고비용 구조가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의 95%는 오픈소스를 사용하고 5%는 내부에서 개발하고 있다. 5%면 기업의 차별화에 충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부분을 개방해 협력하되 일부 차별화된 지식재산과 노하우는 보호하는 균형감각이 경영의 중요한 판단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클라우드 사용 기업은 20% 수준에 불과해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은 아직도 보안만을 강조한다. 정보기술(IT)은 아직도 클라우드라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기업 내 서버에 의존한다. 사내자원관리(ERP) 등 기업 전산 툴도 대부분 사내용이다. 개방 협력으로 가는 문화적 개방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제 대한민국 제조업에 고한다. 가장 강한 부문을 중심으로 개방협력하라. 그리고 지식재산으로 차별화하라. 스마트 공장은 반드시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하라. 스마트워크는 반드시 개방 협업 툴로 승화시키라. 산업 인터넷을 바탕으로 미래 공장을 설계하라. 그리고 제품은 서비스와 데이터로 융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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