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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은닉재산 조사팀 확대...'관세국경' 수호 힘쓸 것

[서경이 만난 사람]김영문 관세청장

마약·총기류 불법반입과 전면전 '안전한국' 위협 철저히 차단

스마트 CCTV·GPS기반 수하물 추적 등 감시체계 업그레이드

관세청 임무는 단순 관세징수 넘어 국내 산업보호에 역점 둬야

우선 통관·검사 간소화 등 노하우 살려 中企 수출도 적극 지원

15일 김영문 관세청장./이호재기자.




“지난해 마약사범 숫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의 마약 안전이 흔들리고 있어 마약 밀수 단속 강화에 총력을 쏟으려고 합니다.”

검사 출신으로 관세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은 김영문(53·사진) 관세청장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마약류 불법 반입 시도와의 전면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해외 직접구매 증가로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자칫 한국이 ‘마약 안전지대’ 지위를 잃을 수 있는 터닝포인트(전환점)라는 게 김 청장의 판단이다. 관세청이 공항과 항만 등 각 세관에 테러에 활용될 수 있는 총기류·폭발물 등의 위해물품 반입 방지에 단속인력을 대거 배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는 “관세청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안전 한국’를 위협하는 위해물질 반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에는 검찰의 마약수사부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한몫했다. 김 청장은 “관세청의 임무를 재해석한 결과 제1의 존재 이유는 ‘관세국경의 수호’였다”며 “마약·총기·불량식품 같은 유해물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게 가장 큰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국경의 첫 관문을 책임지는 지킴이답게 “국내 기업이 무역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해외에 은닉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 취임 이후 관세청은 국제거래조사팀을 확대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나라 안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게 어려워지니 외국 거래에서 비자금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2대 청장이 물러난 지난 1978년 이후 39년 만에 검사 출신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 정부의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다. 울산 출신인 김 청장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에서 부장검사를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이던 2005년에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0일 서울본부세관 집무실에서 김 청장을 만나 세 번째 법조인 출신 관세청장으로서 앞으로 관세행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들어봤다. /대담=이현호 경제부 차장 hhlee@sedaily.com

김 청장은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면 가장 먼저 본질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할 일이 어떤 건지부터 판단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한다.

교과서적인 관세청의 임무는 ‘수입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징수해 국가재정 수입 확보’라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봤다. 그는 “초창기 수입을 허가제로 운영할 때는 관세 징수가 중요 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편화되면서 관세 영세율을 지향하고 있는 현재 통관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관세 징수가 돈을 걷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청장은 성과지표(CPM)에 추징금액 목표를 없앨 방침이다.

김 청장이 다시 해석한 관세청의 최우선 임무는 튼튼한 관세국경 유지다. 다만 관세국경을 강화하면 필연적으로 수출입 물류 흐름이 저해되므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수출입 통관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재구축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송·수출신고 정정신청 시 종이문서로 제출하던 첨부서류를 전자제출제도로 대체해 기업 편의를 높이는 등 물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업체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외국에 물건을 팔려면 세관부터 통과해야 하는데 역으로 수입품 통관을 맡는 관세청의 노하우가 약이 될 수 있다. 김 청장은 “관세청의 지식과 인맥을 활용할 것”이라며 “통관 애로가 많은 나라에는 관세관을 파견하고 ‘우선 통관’이나 검사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수출입 안전관리우수업체(AEO) 인증 획득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또 다른 업무는 해외 재산 추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 청장이 관세청장에 오르자 지난해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 등의 해외 재산 추적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청장은 꼭 이런 이유로 관세청장이 됐다고 보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의 재산 해외 도피·은닉 행위 감시는 강화할 계획이다. 김 청장이 앞서 국제거래조사팀 확대를 언급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도 골칫거리다. 다국적 기업은 본사가 해외에 있다 보니 한국 지사와 공모해 가격을 조작하거나 과세자료를 숨긴 사실을 조사하는 게 만만치 않다. 김 청장은 “전담팀을 7개에서 10개로 늘리고 문제 발생 시 납세자에게도 입증 책임 일부를 부여하도록 관세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에 관세청이 매우 바빠졌다. 관세청은 우선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여행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여행자 휴대품 모바일신고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위해물질 반입 차단 강화 차원에서 우범 여행자만을 감시하는 스마트 폐회로(CC)TV 및 위성위치추적(GPS) 기반의 수하물 추적 시스템을 통해 감시체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특히 올림픽 기간에 테러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전국 공항과 항만에 410명의 테러대응팀을 꾸렸고 선수단 관련 전담 통관 지원체계도 갖췄다. 김 청장은 “앞서 올림픽을 개최한 러시아 소치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수시로 협조 회의를 했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민들이 관세청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게 면세점이다. 입국장 면세점이나 휴대물품 한도액을 지금(600달러)보다 높이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김 청장은 이에 반대한다. 그는 “외국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만 면세 혜택을 준다는 점이나 휴대물품을 위한 면세라는 기본 취지를 생각할 때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사법부가 법원행정처를 별도로 두고 절차법을 다루듯 관세 분야도 절차만큼은 집행 전문가인 관세청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장기과제라는 전제를 단 김 청장은 “세제는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더라도 관세법 내에서 관세 절차법이나 통관 절차법을 따로 떼어 관세청에 맡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 청장은 내부혁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7~8일에도 이틀에 걸쳐 간부급 직원 100여명과 함께 충남 천안의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치열한 혁신토론을 벌였다. 최근 두 달에 걸쳐 전체 실무조직에서 혁신과제도 모아왔다. 이달 중순 이를 토대로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아무리 대표자가 지혜로워도 다수 조직원의 집단지성을 이겨낼 수 없다”며 “혁신의 주체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관세청이 혁신을 추진하는 제1목표는 국민이 만족하는 관세행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20~30년 뒤 일할 관세청 후배들에게 지금 이때 혁신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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