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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 독무대 -호두까기인형]눈꽃 아래 환상의 몸짓...온가족 위한 겨울동화

호두까기 인형 중 마리와 왕자가 선보이는 그랑파드되 /사진제공=국립발레단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는 스테디셀러 발레 작품이 있다. 그 주인공은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무대와 결혼식 파드되(2인무), 인형들의 춤, 눈송이들의 춤, 꽃의 왈츠 등 화려한 안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매년 설 떡국을 즐기듯 발레팬들에겐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반드시 감상해야 할 작품이다. 특히 5세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가족 발레’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와이즈발레단, 이원국 발레단 등 국내 대표 발레단은 물론 루마니아 내셔널 시비우 발레단 등의 내한공연까지 다양한 버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작은 미약…시간 흐를수록 빛나는 작품

엉성한 연출로 1892년 초연서 참패

안무 바꾼 후 전세계 무대서 흥행몰이

‘호두까기 인형’은 보통 어린이용 발레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과 함께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3대 발레 작품이자 차이콥스키가 죽기 1년 전 남긴 유작이다. 당시 차이콥스키는 14년간 그를 지원했던 폰 메크 부인의 재정 후원이 끊겨 우울한 상태였는데 러시아 황실극장의 책임자 우세볼로즈스키의 의뢰로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됐다. 그러나 앞서 작곡했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과 마찬가지로 ‘호두까기 인형’ 역시 첫 공연(1892년)에선 참패하고 만다. 당시 버전은 이야기 전개가 단순하고 1막과 2막 사이의 연결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두까기 인형’의 1막 중 ‘눈송이 나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이 재조명을 받은 것은 차이콥스키의 사후. 바실리 바이노넨이 1934년 마린스키 발레단을 위해 기존 안무를 개정하면서부터다.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을 원작으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첫 공연 이후 현재는 개정판만 12개가 넘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다.

■어린이는 UBC…성인은 국립발레단

UBC, 어린 관객들 위한 깜짝 이벤트

국립발레단, 탄탄한 스토리텔링 눈길

다양한 개정판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주요 발레단이 각기 다른 버전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통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단으로 마린스키와 볼쇼이를 꼽는데 유니버설발레단(UBC)은 서유럽 문화를 계승하며 세련되고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한 마린스키 스타일, 국립발레단은 웅장하며 민족적인 볼쇼이 스타일을 선보인다.

호두까기인형이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한 만큼 가장 원작에 가까운 버전은 UBC의 작품이다. 1986년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 UBC는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안무작을 바탕으로 로이 토비아스(유니버설발레단 3대 예술감독)와 유병헌 예술감독이 각색한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 중 군무가 돋보이는 ‘꽃의 왈츠’ 장면 /사진제공=국립발레단


UBC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1막에서 어린 무용수가 주인공 클라라를 맡는다는 점이다. 1막 후반에 마법에 걸리며 아름답게 성장한 성인 클라라를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다. 이를 위해 유니버설발레단은 부설 교육기관인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와 줄리아발레아카데미 학생들 가운데 매년 연기력과 테크닉을 겸비한 어린 클라라를 선발한다. 1막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서도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UBC만의 특징. 클라라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하는 드로셀마이어가 무대 위에서 실제 마술을 선보이며 어린이 관객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펼친다.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 호두왕자와 클라라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이 2000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작품은 1966년 볼쇼이극장에서 당시 예술감독이던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볼쇼이발레단 버전. ‘성숙한 발레’ ‘포인트 슈즈 예술’을 지향한 작품답게 고전 발레의 한계로 꼽히는 취약한 스토리텔링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클라라의 이름도 원작대로 ‘마리’로 바꾸고 마리와 관객들을 크리스마스 랜드로 안내하는 ‘드로셀마이어’가 극의 흐름을 이끌도록 했다. 발레로 각색하며 생략했던 인물의 부연을 보강하면서 극의 개연성을 강화한 것이다.

다른 안무에서는 마임으로 처리된 동작을 춤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볼거리도 더욱 풍부하다. 보통은 나무 인형으로 처리하는 호두까기 인형을 국립발레단은 어린 무용수에게 맡기는데 스토리가 전개되며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인형, 또 왕자로 변신하는 3단 변신을 생동감 있게 연출한다. 2막의 하이라이트인 환상의 나라 파티 장면은 다른 버전들이 과자 나라에서 환영 파티를 벌이는 식인데 반해 크리스마스트리 안으로 들어가 왕자와 마리의 결혼식을 각 나라 인형들이 춤을 추며 축하해주는 것으로 구성했다.

‘호두까기 인형’ 중 눈송이 왈츠의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귀에 익은 선율·화려한 군무 만끽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색 빛 발해

만화경 들여다보듯 균형미 돋보여

호두까기 인형은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작품이다. 특히 작품에서 선보이는 15곡의 발레곡은 발레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귀에 익은 곡들이 많다. 매년 겨울 ‘호두까기 인형’을 감상하는 관객들 중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도 많을 정도다. 차이콥스키는 ‘호두까기 인형’에 처음으로 프랑스의 건반악기인 첼레스타를 썼는데 종소리처럼 신비롭고 영롱한 음색이 웅장한 오케스트라에서 빛을 발한다. 국립발레단은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실황 반주로 작품을 선보이니 참고하자.

솔리스트들의 테크닉을 엿볼 수 있는 디베르티스망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1막의 눈송이 왈츠, 2막의 꽃의 왈츠 등 다채로운 군무와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파드되, 화려한 테크닉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의 향연)까지 화려한 춤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쥐들과의 전투 장면’은 꽉 짜인 남성 군무를 즐길 수 있는 부분이며 1막 마지막 장면인 ‘눈송이 군무’는 만화경 속처럼 무대를 상하좌우로 화려하게 채운 무용수들이 균형미와 대조미를 뽐낸다.

호두까기 인형 중 마리와 왕자가 선보이는 그랑파드되 /사진제공=국립발레단


1막에서는 할리퀸의 높은 점프, 콜롭지나의 고난도 회전, 남녀 악마의 깜찍한 춤도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또 중국, 인도, 러시아, 스페인, 프랑스 등 각 나라 인형이 추는 춤으로 꾸며지는 디베르티스망은 솔리스트 무용수들의 화려한 테크닉을 확인할 기회다.

보통 3~5일 이내로 공연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호두까기 인형은 공연 기간도 일주일 이상이다. 때문에 보통의 작품은 각 무용단이 내세우는 주역 무용수들만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주역으로 성장할만한 신인 무용수들도 데뷔전을 치른다. 공연 기간이 긴 만큼 여러 차례 작품을 보며 앞으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무용수나, 커플을 정해보는 것도 좋겠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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