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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업계 고교 현장실습 폐지-반대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실습업종 등 법제화로 재발 방지 가능

직업계 고교생의 현장실습 폐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현장실습에 참여한 고교생의 사망·부상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 1일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6개월이던 실습기간을 3개월로 줄이고 노동력 제공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현장실습생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취업에 예민한 특성화고와 관련 기업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반대한다는 특성화고 학생의 주장도 올라왔다. 폐지 찬성 쪽은 안전보건과 노동인권 사각지대인 현재의 현장실습을 없애고 안전한 실습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장실습을 한순간에 폐지할 경우 학생들이 현장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와 기업들의 채용과정 편익 등을 박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현장실습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매우 크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을 선임 실무자의 지도 아래 실제 현장에 적용해봄으로써 현장 적응력과 직장을 구하는 데 요구되는 필수 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의사·군인·교사 등의 양성과정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현장실습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현장실습 기간 중 사망 사건으로 인해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미성년인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산업 현장의 현실에 비춰볼 때 현장실습 폐지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현장실습의 본질과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가 선배 의사로부터 폭행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로 자살한 사건으로 인해 예비 의사들의 현장실습 과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없었다.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인턴이라는 현장실습 과정의 실무 능력 함양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도 분야와 대상만 다를 뿐이지 그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동일하다. 독일과 스위스도 현장실습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 많은 교육훈련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기업의 참여도도 높으며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기업만이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다.



직업계고 학생의 입장에서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을 산업체에서 활용해봄으로써 현장성 있는 기술 습득과 숙련의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산업 현장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고 입사 희망 기업의 선택과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산업체 입장에서의 현장실습은 생산성의 편익과 채용상 편익을 보장한다. 독일과 스위스의 기업들이 도제제도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적으로는 산학협력에 기반한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시스템으로 청년 고용률 증가 및 소득 증대를 통한 세수 확보와 사회적 자본을 확충시킬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해 되풀이하는 현장실습 학생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은 산업 현장의 기술전수 프로그램 부실과 현장실습생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연평균 1,842명에 이른다. 사망자를 포함한 전 산업계 재해자 수도 연평균 9만여명에 달한다. 이 중 18세 미만 재해자 수는 지난 2016년 기준 79명으로 약 0.09%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미성년자라는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수치다.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1년 기준 0.79로 독일의 0.17 수준보다 약 4.6배가량 높다. 미국은 0.37이고 영국은 0.04이다. 따라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개선안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육부의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가 개선되지 않거나 엄격한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 과정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지난 수십년간 실시한 현장실습을 한순간에 폐지하면 이 제도로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을 충분한 개선의 노력 없이 한순간에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직업계고 학생들과 기업들은 현장실습의 존속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 참여정부부터 추진돼온 다양한 직업교육 활성화 정책에 따라 현장실습 내실화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기업과 고용주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도 미국처럼 미성년자의 연령에 따른 현장실습 제한 업종과 직무를 법으로 명시해 현장실습으로 인한 재해나 인권침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업의 근로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고용주들은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한 기능·기술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학생의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해 청소년들의 특성에 적합한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과 안전망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용주들의 지혜와 성숙한 자정 노력이야말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이며 국가는 지속 가능한 지원과 실행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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