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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일자리동맹, 유럽서 길 찾다] 아일랜드 대학생들 "현장실습 통해 입사 기업 직접 선택하죠"

<3> 현장실습형 교육으로 ‘웰매칭(Well-Matching)’

"인턴십 참여는 스펙쌓기 아닌 취업업종 미리 경험"

더블린 시티대학 졸업전 6~12개월 실습 권장코스

리머릭 대학은 전담인력만 24명 현장실습 적극 중개

기업 78% 자체 인턴십 운영...원활한 인재수급 한몫





더블린시티대에 재학 중인 토머스 로러(22)씨는 최근 4개월 동안 더블린 시내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며 학점 연계 인턴십을 수행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생이 스펙을 쌓는다는 목적보다는 앞으로 취업할 업종을 미리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인턴십에 지원한다”며 “나도 이번 회계팀 경험 덕분에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겨 졸업할 때가 되면 인턴을 했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대학생들은 평균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캠퍼스를 떠나 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학점을 이수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 기업은 인턴십 참여 학생을 위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대학은 각 기업의 운영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파악해 점수를 매겨 적정 수준의 기업만 학생들에게 연결해준다. 수준 높은 일자리 경험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기업만 대학생 인턴을 받을 수 있게 제도로 만든 셈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만난 기업인과 학생들은 현장실습 시스템 덕분에 아일랜드의 구인·구직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를 만난 리처드 스톡스 더블린시티대 인벤트 디렉터는 “조직이나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 대학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 내 기업들과 인트라(INTRA·INtegrated TRAining)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데 재학생 중 70%는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캠퍼스를 벗어나 다양한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트라 프로그램이란 참여 기업은 직무 특성에 대한 기술서와 인턴 급여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인턴십 참여 학생에게는 최소 6달 이상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실습 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참여 학생은 물론 기업들도 실질적인 노동의 혜택을 받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32개 전공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턴 참여 학생 대부분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 학교의 캐럴 파워 커리어팀 매니저는 “기업체에 인턴십 자리를 마련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회사에 필요한 인력으로 재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뒤 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책임감 있게 일하고 기업 역시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거리낌 없이 지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실제로 기업들은 자신에게 도움만 된다면 외국인 학생들도 거리낌 없이 수용한다”며 “재학생 중 25%가 외국인이지만 별도의 워킹 비자 없이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점과 연계된 만큼 내실 있는 평가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학생별로 지정된 튜터가 현장실습 현장을 직접 방문해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인턴십 과정을 수료한 후에는 고용한 기업의 경영진이 종합평가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학점을 매긴다. 이러한 현장실습 교육은 산업 현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인턴십에 참여했던 학생이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62%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현장실습과 취업이 별개로 이뤄지는 국내 실정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크다.

스톡스 디렉터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100% 옳은 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자기주도적인 사고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된다”며 “특히 아일랜드의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 업종의 기업들은 졸업 전 인턴십 경험을 통해 현장감과 유연한 사고를 동시에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최근 더블린시티대는 산학협력을 현장실습에 국한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시유 알파(DCU ALPHA)’라는 혁신 캠퍼스를 조성해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곳은 기업들을 위한 오피스·실험실·생산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게 특징으로 현재 40곳이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스톡스 디렉터는 “기업들을 캠퍼스로 직접 유치한 결과 기술이전과 상업화, 해커톤 교육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특히 대부분 기술 기반 신생기업이라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학생들이 인턴 등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소개했다.

대학이 주도하는 현장실습 문화가 성공리에 정착된 것은 일자리동맹의 또 다른 축인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지 취업중개기관인 그래드아일랜드에 따르면 아일랜드 기업 중 78%는 자체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중 92%는 인턴 학생에게 매달 1,600~1,800유로(약 200만~23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와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에는 대학을 거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한 청년들이 직접 연락해 인턴십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이러한 현장실습형 문화는 원활한 인재 수급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2011년 15% 수준이었던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현재 6%대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학생과 기업 양측이 만족하는 웰매칭(Well-Matching)이 확산되려면 대학 역시 이러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인 아일랜드 리머릭대의 경우 커리어 어드바이저 등 전담 인력만도 24명에 달한다. 이들의 적극적인 중개 덕분에 매년 2,000여명의 학생들이 1,600여개 국내외 실습기관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졸업 후 인턴십 기업에 대한 취업률도 75%에 달한다.

데니스 가빈 리머릭대 커리어팀 매니저는 “전공을 불문하고 8~9개월의 현장실습은 졸업 전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며 “매년 700개 이상의 기업에서 캠퍼스에 방문해 인턴 참여 학생 모객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턴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정부가 최저임금 지급 여부를 감시하지 않아도 인턴에게 최저 생활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도 중요한 소득으로 지목된다. /더블린·리머릭=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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