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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괴짜들의 반란] 쩐의 행복 된 덕질

피규어 찾는 키덜트족 늘어 재테크 수단으로 진화

유통가도 성인 장난감 매장 확대…시장 대중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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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전병훈(36)씨에게는 직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모델러’다. 모델러란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도색을 해서 판매하는 직업을 말한다. 프라모델과 작업 종류에 따라 작업 기간은 1~3주가량 걸리고 수입도 1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에 달한다. 어렸을 때 프라모델을 좋아했지만 가격이 비싸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게 한이 됐던 전씨는 취업으로 재정적 여유가 생기자 다시 프라모델 수집을 시작했다. 전씨는 “‘모델러’를 취미로 시작했던 5년 전만 해도 주위 사람들이 ‘장난하는 것 같다’며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이제는 하나의 작품처럼 보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괴짜들의 취미는 이제 단순 취미가 아니다. 한때 소수의 취미에서 지금은 대중적 취미로 발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도 괴짜들의 다양한 취미를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예전에는 성인들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을 터부시했으나 현재는 성인용 장난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돈 되는 취미…시장 확대되고 대중 인식 달라지고=소수의 취미로 국한됐던 피규어 수집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새로운 직업까지 파생되고 있다. ‘오타쿠’로 매도됐던 피규어 수집가들은 어느새 ‘키덜트족’이라는 다소 순화된 표현으로 불릴 뿐 아니라 모델러 등의 직업으로 불리거나 재테크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모델러로 제2의 직업을 갖게 된 전씨의 사례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대중의 인식이 변하면서 장난감 매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마트가 ‘남성들을 위한 놀이터’를 표방하며 ‘일렉트로마트’를 만든 데 이어 롯데마트도 장난감 카테고리킬러 토이저러스 안에 지난해부터 ‘키덜트존’을 만들기 시작했다.

약 3~4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서는 성인 피규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보기 힘들었다. 장난감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 성인이 장난감을 마트에서 산다는 게 사회적으로 덜 용인되던 때였다. 대형마트보다는 로드숍, 혹은 국제전자상가 등 소수의 취미인들이 주로 찾는 곳에서 오프라인 구매가 이뤄졌다. 온라인 쇼핑몰, 포털사이트의 동호회 카페 등 온라인 구매가 특히 많았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대형마트에서의 성인용 장난감 매출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토이저러스의 신생아 완구, 유아 완구의 올해 1~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8.3%, 16.2% 감소한 것에 비해 프라모델, 피규어는 각각 6.3%, 5.7% 성장했다.



◇소수만의 취미에서 대중의 취미로=소수의 취미를 ‘모두의 취미’로 대중화시키는 데는 유통 채널이 한몫한다. 해당 취미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무심코 들른 오프라인숍에서 취미에 노출되고 인식의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통가 바이어들은 이들의 취미를 대중과 이어주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의 성인용 장난감 구매를 맡고 있는 김경근 과장은 “국제전자상가 등을 돌며 요즘 어떤 상품들이 인기 있는지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남성들이 이런 취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 다음은 여성들이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여성들을 위한 DIY 조립 키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반응이 좋으면 상품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이 같은 대중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하는 밴드나 무명 연예인을 ‘덕질’하다가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면 다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찾아 팬을 자처하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힙합만 듣는다는 대학원생 홍모(26)씨는 “무명 연예인을 혼자만 좋아한다는 그 느낌이 좋다”며 “해당 연예인이 유명해지면 묘한 뿌듯함과 함께 흥미가 떨어져 금세 새로운 ‘팬질’할 상대를 찾는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는 주류의 일반적인 가치에서 벗어난 사람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고 본인 스스로도 남들보다 튀는 존재라는 것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시간·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저마다 다른 취미를 즐길 수 있게 되며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취미, 소수의 취미도 결국은 대중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하 문화평론가는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개인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일반인들이 많아지며 이들이 선도적인 취미를 하는 것을 보고 대중들은 ‘나도 다양한 것을 해도 되겠구나’라는 것을 학습하며 사회가 용인하는 취미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토이저러스 잠실점에서 피규어를 판매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은평점의 키덜트존 매장./사진제공=롯데마트


프라모델 도색작업 과정./사진제공=모델러 전병훈씨


도색 작업을 거친 건담 프라모델./사진제공=모델러 전병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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