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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예루살렘 선언'으로 재확인 된 유대인 힘] 탈무드의 혜안, 로비에 쓰다

[ 정계 파워 ]

미국 총 인구의 2% 정도 차지하지만

트럼프 사위 쿠슈너·콘 NEC위원장 등

백악관 막강 실세로 주요 정책 주물러

상원 8%·하원 6% 가량 의석도 점유

[재계 파워]

세계 50대 억만장자 순위서 20% 꿰차

로비단체 50곳…작년 2,000만弗 투입

대통령·의회 등에 입김…정책 좌지우지

백악관 찾아 "대사관 이전 지켜라" 질책도





“미국 내 유대인의 로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유대인 로비가 이번 결정의 결정타였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후 스웨덴 국영방송 SVT는 이번 사태의 배경을 이같이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000만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방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해당사자인 유대인이 미 정치권에서 갖는 막강한 영향력에 주목한 것이다. 기사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해 결국 수정됐으며 SVT는 유대계 뉴스통신사에 e메일을 보내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1995년 미 의회에서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이 22년 만에 실행되면서 ‘유대인 파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7세기 중반 처음 미국 땅을 밟은 유대인은 200~300명 정도였다. 이후 180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까지 동유럽 출신이 대거 건너오면서 미국 내 유대인은 100만명을 넘어 급증하기 시작했다. 동유럽 내 박해와 경제난을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와 뉴욕 대도심에 정착한 유대인들은 특유의 교육과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미국 주류층으로 성장했다. 북미유대인 데이터뱅크와 미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유대계 미국인은 약 685만6,300명으로 3억2,000만명이 넘는 미국 인구의 2%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 엘리트층에서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다. 2015년 현재 동부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대의 유대계 학생 비중은 각각 25%를 웃돌았으며 미국 상원은 8%, 하원의 경우 6%가량을 유대계 의원들이 차지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은 물론 유럽 기독교 국가들에서도 금기시됐던 ‘성역’을 건드린 데는 수백년에 걸쳐 미국 내 정재계를 장악해온 유대인과 트럼프 대통령 간 유착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적잖이 제기된다. ‘예루살렘 선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대표,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 등 이른바 ‘유대인 실세 3인방’의 입김이 거론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러드 쿠슈너(왼쪽)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친이스라엘 정책기관이 주최한 ‘사반포럼’에 참석해 대담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이 가운데 트럼프 정권 초기부터 최고실세로 주목받아온 쿠슈너 고문은 백악관을 좌지우지하는 대표적인 유대인이다. 정통 유대교 신자인 쿠슈너 고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문제 등 중동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그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도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골드만삭스그룹 사장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개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백악관의 실세 유대인이다. 이 밖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백악관 밖에서도 유명한 유대계 정치인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공화당 내 유대계 정치인들의 결집력은 상당하다. 공화당 내 유대인위원회는 ‘예루살렘 선언’ 다음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1개 전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쓰다듬었던 사진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President Trump. You Promised. You Delivered)”는 지지 문구가 실렸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유대계의 재계 파워은 더욱 막강하다. 2015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50대 억만장자 순위에는 무려 10명의 유대계가 이름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빌 게이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공동 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도 유대계 인사들이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 등 금융 부문에서도 유대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유대계의 자본력은 미 의회를 꼼짝 못하게 만들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직접적인 무기가 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현실을 알리는 미 비영리재단 ‘미국인들이 알고 있다면(If Americans Knew)’에 따르면 미 의회·대통령·학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이스라엘·유대인 단체는 50곳이 넘는다. 미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에 따르면 지난해 친이스라엘 단체의 로비금액은 2,000만달러(약 218억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 최대 유대인 로비단체 중 하나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기부금 1억달러와 연 사업수익금 6,000만달러 등 탄탄한 자본력을 토대로 해마다 의회 로비에 200만~300만달러를 쏟아붓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동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 ‘예루살렘 선언’에는 카지노 재벌 셸던·미리엄 애덜슨 부부의 입김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미 인터넷 언론 쿼츠는 “이들 부부는 공화당의 최대 개인기부자로 지난해 8,300만달러를 지원사격했다”며 “특히 이스라엘 태생인 미리엄은 남편보다 훨씬 강도 높게 대사관 이전을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실망감을 표출했으며 이는 당장 이들의 기부액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애덜슨 부부를 비롯한 친이스라엘 후원자들이 10월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사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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