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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데이터주권 상당수 구글에 넘어가...한국, 망설일 시간 없다"

한국서 얼마나 돈 벌어갔냐 보다

데이터 얼마나 가져갔냐가 중요

AI가 빅데이터 활용해야 하는데

전자정부시스템마저 표준화 안돼

검색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허다

지금이라도 혁신작업 속도올려야

미래기술 궁금해 닥치는 대로 공부

읽은 관련책만 1만5,000권 넘어

정부·기업, 눈앞 가치 집착 말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 대비를

30일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 지난해 타계한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생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충고한 말이다. 그는 특히 2001년 한국 방문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110쪽짜리 장문의 보고서에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종속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16년 전 토플러의 예언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한국은 온갖 규제와 근시안적 사고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들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4차산업혁명의 초기라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내면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미래학자 가운데 한 명인 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을 만나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차 소장은 “미래는 AI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통합·융합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시간과 공간은 물론 사람까지 AI를 통해 소통하게 되는 만큼 한국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융복합은 가장 먼저 물류 시스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로봇이 화물을 분류하고 직접 트럭에 실으면 트럭은 자율주행도로를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하고 최종적으로는 드론이 집 앞에 물건을 내려놓게 되는 시스템이 조만간 일상화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시스템의 유기적인 융합의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사람 몸 안의 유기 반도체가 건강은 물론 심리 상태까지 파악해 AI가 문제를 해결하고 알아서 명령하게 됩니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 AI의 수준은 우리의 상상을 뒷받침하기에는 너무 낮다고 차 소장은 진단했다. “현재의 AI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죠.” 최근 국내외 기업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음성인식만 해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구현되고 있는 음성인식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인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실행합니다.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이 AI에 “현관문을 열라”고 지시하면 열어주는 식이죠. 오직 ‘나’를 위해 ‘나’를 대신해야 하는데 그런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 등 바둑 최고수들을 제압한 것을 두고도 그는 여전히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AI가 개발되고 있지만 얼굴인식·음성인식·바둑 등 특정한 것만 잘하는 수준입니다. 음성인식만 해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명령을 내리면 알아듣지 못하죠. 알파고 역시 인간을 이겼지만 ‘왜’ 이겼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꾸준히 AI가 발달하겠지만 아직 초보 단계라고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AI 기술이 초보적 수준이라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자율주행차 분야의 전문가인 서승우 서울대 교수 등 석학들은 한국의 경쟁력을 혹독하게 평가했습니다. 우리 AI 기술이 미국에 20년이나 뒤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는 단순 기술력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단순 기술격차는 3~5년에 불과해 금방 따라잡을 것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을 뒷받침할 인프라나 인재·표준화 등을 감안하면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고 평가했다. “중국만 해도 벌써 10년 전에 소프트웨어 인력 10만명 양성에 나섰습니다. 미국은커녕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의미죠.”

그는 특히 데이터 분야는 하루빨리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데이터의 양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빅 데이터 자체는 쓰레기에 불과해요. 그냥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차 소장은 심지어 전자정부시스템만 해도 제대로 표준화돼 있지 않아 쓸만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AI가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검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자체가 반쪽짜리인 경우도 많다”는 그는 실제로 국내 한 은행이 그동안 축적한 대출 관련 빅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를 제시했다. 5,000만원을 대출한 고객이 있는데 이 은행의 데이터에는 이 사람이 실제 얼마를 대출 받으려 했는지, 그리고 부족한 금액은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 등의 세부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구글이 무서운 것도 바로 데이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의 데이터 주권은 이미 상당수가 구글에 넘어갔습니다. 삼성 휴대폰 사용자의 데이터도 따지고 보면 구글 것입니다.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구글이 한국에서 당장 얼마의 돈을 벌어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가져갔느냐죠.”

차 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를 당장 눈앞의 이익만 내다보는 사업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태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너무 단기적으로만 본다는 점이죠.” 그는 여러 기업들에서 강연을 하고 대화를 나눴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조차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당장 다음 분기 실적에 매달려야 하는 탓이다. “상무급 임원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오늘에만 매달려 있더군요. 결국 오너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차 소장의 대학 전공은 영어교육학이다. ‘미래학자’라기에는 다소 생뚱맞다. “공주사범대를 나와 처음에는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졸업 후 학교 두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게 아니다 싶더군요. 교과서로 애들 가르치는 것이 답답했어요.” 교사직을 그만둔 그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영업직으로 입사했다. 복사기·ERP시스템·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팔았다. 제품을 파는 것 못지않게 제품과 관련된 첨단 기술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 1991년에 퇴사하고 차린 것이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입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미래 기술에 대해 공부했죠.”

그런데 왜 하필 미래가 궁금했을까.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읽으면서 미래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미래를 본인 스스로 찾고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후 미래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소를 차린 후 미래 기술 관련 공부는 깊어졌다. “나노·바이오·반도체·에너지·광학·물리학·로봇공학…. 기술 관련 공부는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천체물리학까지 공부했죠.” 그는 지금까지 읽은 책이 족히 1만5,000권은 넘는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이나 사례연구도 각각 3,000편 가까이 읽었다. 보고서도 200편 이상, 책도 거의 20권 이상 썼다. 2014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쓴 ‘상상, 현실이 되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때문에 차 소장은 요즘 국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부 강연자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차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때론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그의 주장은 앨빈 토플러가 경고한 ‘21세기 한국의 비전’ 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 당장 수출을 늘리고 소비를 촉진하는 것 못지않게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정부·기업의 식견이 필요하다는 차 소장의 주장은 위기의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차 소장의 주장은 결국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 토플러의 충고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정두환 논설위원 dhchung@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60년 인천 강화 △공주사범대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 △서울벤처정보대학원 공학박사 △2015~2016년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전문위원 △2014~2017년 전자정부 민관협력포럼 위원 △2016년~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미래포럼 위원 △2014년~ 국제미래학회 과학기술위원장 △현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정부 R&D사업 5만3,000개…중구난방 말고 선택과 집중을”



기업은 단기실적 매달릴 수밖에 없어

정부가 미래 내다보고 큰그림 그려야

한가지 답만 가르치고 배우라는 교육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도 암울





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등 정부 내 미래기술·산업 관련 위원회 등에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대부분의 자리를 내놓은 상태다. “기업이 당장 오늘에 매달리고 있으면 정부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더군요.”

차 소장은 그 예로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다양한 신성장 전략을 들었다.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유행처럼 신성장동력을 선정하고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죠.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굳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분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말은 미래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당장 집권기간의 먹거리였던 셈이죠.” 기업은 특성상 단기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라도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국가 R&D 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5만3,000개에 달합니다. 금액으로는 20조원 가까이 되죠.”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각 부처가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보니 너무 많은 R&D 사업이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체 R&D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 소장은 특히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학생들만큼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문제는 한가지 답만 가르치고 배운다는 점입니다.” 답을 정해놓고 가르치다 보니 ‘상상’하는 법을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융합 교육 역시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말만 융합이지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존 교육과 다를 게 없습니다.” A와 B가 융합하려면 가르치는 단계부터 학문이 융합돼야 하는데 각자 자신의 학문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가 전문가들의 독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너무 자기 것만 고집하며 남의 얘기는 듣지 않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보니 융합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차 소장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앨빈 토플러의 경고처럼 한국 경제가 계속 팔로어(Follower)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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