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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원자력 잠수함 도입 어떻게 돼가나

美·英, 판매·임대에 부정적...프랑스제 도입·면허생산 급부상

美·英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값 싸고 주변국 자극 우려 덜해

프랑스, 원잠 해외 판매에 적극

브라질·호주 등과도 상담 진행

5조 이상 필요...재원마련 숙제





한국의 원자력잠수함 도입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기술적 난제도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 본격화를 위한 추진동력이 강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원잠 도입에 합의했다는 지난 9월의 보도 직후 형성된 낙관적 전망을 증빙할 만한 진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고 2개 연구용역이 발주된 정도다.

군 당국과 미국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 신호가 많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긍정적 예상 변수는 하나둘씩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다. 애초에 가능한 선택으로 제시됐던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 ①미국산 원잠 구매 또는 임대와 ②영국의 어스튜트급 도입 또는 임대 ③프랑스제 바라쿠다 도입 및 면허생산 ④순수 국내개발 등이다.

국내 최고 잠수함 전문가로 평가받는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예비역 해군대령)은 “①번과 ④번의 결합이 최고”라고 꼽았다. 신규 구매나 리스로 하드웨어(원잠)를 미리 확보하면 승조원 교육과 운용기술 등 소프트웨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원잠 건조 비밀 프로젝트’였던 ‘362사업’의 사업단장을 맡았던 문 국장은 이런 조합이 시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나 미국은 판매나 리스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가 없는데다 한국 작전환경에서 성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최신형인 버지니아급이나 LA급 공격형 원잠의 후기형을 구매 또는 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가격(버지나아급 척당 27억달러)도 비싸지만 미국이 원잠을 판매하거나 임대한 적이 없다.

신형은 고사하고 보관 중인 구형 LA급 원잠 24척 가운데 21척은 이미 원자로를 제거했거나 제거작업 중인 상태다. 국내 개발이 진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미 우수성을 인정받는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를 개량해 탑재하더라도 터빈을 돌리고 구동축과 프로펠러를 연결해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만큼은 선진국의 전유물로 쉽게 습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방안, 즉 영국제 어스튜트급도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이 자국산 고성능 무기를 대외에 판매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의 무기를 대신 공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잠의 경우는 특별하다. 러시아 함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요 기술을 전수한 영국 어스튜트급 공격원잠은 성능이 버지니아급에 맞먹는 잠수함. 그러나 영국 역시 최근 30년간 외국에 잠수함을 판매한 적이 없는데다 미국은 이 잠수함의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국이 브렉시트를 앞두고 극심한 재정난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판매를 제의할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핵심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동의가 변수다.



①과 ②의 가능성을 낮추는 또 하나의 복병은 한미원자력협정. 미국과 영국 원잠의 원자로에는 농축률 90% 이상의 우라늄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의거해 핵연료 재처리 시 농축률 20% 미만 원자봉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모든 시나리오를 줄이고 줄여 남는 것은 ④번. 프랑스 DCNS사 개발 중인 바라쿠다급 원잠이다. 프랑스는 원잠의 대외판매에 매우 적극적이다. 브라질·호주와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잠수함의 성능이 미국과 영국의 공격용 원잠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점. 속도와 항속거리, 탑재 무장 등 모든 면에서 뒤진다. 결정적으로 농축률이 낮은 연료를 쓰는 탓에 원자로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다. 지금까지 알려진 7년이 아니라 기술 발달로 25년까지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검증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수직발사관(VLS)이 없어(어스튜트급도 VLS는 없으나 무장 탑재량이 많다) 원잠에 순항미사일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탑재하기를 원하는 한국 해군의 희망 사항과 거리가 있다.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으로 알려진 장보고Ⅲ batch-2와 같이 다녀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빠르고 오래 잠항할 수 있는 원잠의 이점이 반감될 수 있다는 얘기다. DCNS사는 설계변경을 통해 호주에 VLS 장착형을 제안했지만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비싼 가격(척당 13억 유로, 약 1조 6,700억원)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적지 않은 한계에도 원잠 해외 도입이 성사될 경우 바라쿠다급의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코리아 대표는 “바라쿠다급은 미국제나 영국제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할 수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며 “중고가 아니고 신품으로 원잠과 관련 기술을 해외 구매할 경우 유력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내년 2월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고 입찰공고 등 일정이 있음을 감안할 때 빨리 진행돼야 문재인 정부 임기 말쯤에나 건조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원잠 도입은 10년이 걸리더라도,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꼭 필요한 사안”이라며 “속도를 내고 가시적 성과를 이루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금까지 사전 배정된 예산은 약 2조4,000억원. 3척을 건조할 예정인 ‘장보고Ⅲ batch 3’ 잠수함의 척당 건조비 8,0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원잠 해외 도입 시 모두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로 6척을 건조한다면 추가로 배정해야 할 금액은 7조6,200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건조한다면 가격이 다소 내려갈 수 있어도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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