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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앱 규제 논란, 혁신성장의 갈림길에 서다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지 않아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과감한 규제 완화로 혁신성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과연 우리는 혁신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탓에 한국에서만 차량 공유 같은 혁신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볼고멘소리를 하고 있다.







카풀앱은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주변에 있는 차량을 연결해주는 라이드 쉐어링 앱 서비스다. 지난해 5월 서비스 시작 후 75만 대가 카풀 차량으로 등록해 누적 이용 고객 수가 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우버, 리프트, 그랩 같은 라이드셰어링 앱은 전세계 운송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규제 때문에 서비스가 시행되지 못했다. 극심한 교통난과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는 라이드셰어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지만, 자가용 자동차의 유료 운송을 금지하는 법안 탓에 사업 자체에 제동이 걸려있다. 이 법에 의해 전 세계 6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 우버도 불법 논란에 휘말려 한국에서 퇴출된 바 있다.

카풀앱은 이 같은 법안의 틈새를 파고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출퇴근 시간 카풀은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우리나라의 카풀앱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만 운전자와 승객 연결할 수 있는 것으로, 우버 등이 발전한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형적 형태의 라이드쉐어링 서비스다. 카풀앱은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는 방식은 카카오택시와 비슷하지만, 요금이 30~40% 싼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국내 대표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문제는 풀러스가 그 동안 출근 시간(오전 5~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오전 2시)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곧바로 ‘풀러스의 24시간 서비스는 현행법 위반’이라 판단하고, 관련 공문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그 후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서울시 고발은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 정책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 행위”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를 계기로 겉으론 혁신성장을 외치는 정부가 실제론 여전한 규제를 앞세워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새로운 혁신성장 산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겠다면서도, 실제론 낡은 규제로 업계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탓에 한국에서만 차량 공유 같은 혁신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혁신기업들이 모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에 대한 성명서에서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반하는 것이며, 법에서 정하는 금지사항 이외에 대해선 규제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규제’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근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게 이 위원회의 구상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는 하나의 법안 안에 공존하는 개념적인 형태여서, 네거티브 규제는 공무원이 법 집행 과정에서 가지는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공무원들의 본업은 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법에 지침과 시행령이 있고 현실이 그에 맞지 않는다면 공무원으로선 당연히 규제하고 고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네거티브 규제를 한다고 해도 그 미묘한 해석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공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그런 부담을 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며 미국의 금주법 시대를 떠올려본다. 1919년 10월 28일, 볼스테드 법으로 알려진 금주법(National Prohibition Act)이 발효되면서 미국 내에선 술 생산, 판매, 유통, 음주가 모두 금지되었다. 그 때부터 미국인들은 강제적으로 ‘술이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다면 자유주의 국가에서 술을 금지하는 게 가능한 일이긴 했을까?



술 생산이 금지되면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술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가짜 술을 만드는 밀주 공장이 확산 되고, 그 과정에서 잘못 만든 술을 마신 서민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에 반해 금주법을 추진한 지배계층은 기존보다 돈은 더 들었지만, 술을 마시는 데 아무 지장을 받지 않았다. 마피아가 조직적으로 밀주 제조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사회가 점점 더 혼란에 빠져들기도 했다.

애당초 부족한 곡물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금주법이었지만, 사회문화적 부작용이 확산되면서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셈이었다. 금주법은 결국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며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미국 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져들자 1933년 금주법을 폐지했다. 그리고 연방국가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지난 1966년이 돼서야 미국 전역에서 금주법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다.

이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은 결국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카풀앱을 고발하는 한국과는 달리 혁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덜한 미국과 중국은 드론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라이드쉐어링 서비스와 자율주행차로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제야 드론의 야간비행 및 택배수송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착오적 낡은 규제로 인해 신기술과 혁신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국민 불편까지 가중되고 있다. 심야 택시 승차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라이드쉐어링 서비스인 우버도 불법이라는 이유로 퇴출됐다. 원격진료와 유전자 가위, 빅데이터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낡은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싹조차 틔우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혁신성장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해선 절대 안 된다. 카풀 앱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 정책의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또는 한시적 유예)하고 혁신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산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우리나라는 현 정부가 그리는 4차산업 혁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개혁을 제때 실행하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이룩한 것 없이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선언이 아닌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완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신설한 만큼,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국가 경쟁력 약화를 막고 혁신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글_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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