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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마포중앙도서관]책 펼쳐놓은 듯 색다른 외관...'마포구의 등대' 로 발돋움

마포중앙도서관의 북측 전경. 책을 펼친 모습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사진제공=마포중앙도서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인 브라이언트파크를 방문하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공립도서관을 볼 수 있다. 하얀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이 시야를 압도하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넓은 천장과 아치형 창문 덕택에 중세 성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미학을 뽐내는 건축이다. 맨해튼의 가장 노른자 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개방해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뉴욕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도서관이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달 15일 정식 개관한 서울 마포구 성산로에 위치한 마포중앙도서관도 마포구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마포구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구민의 염원이 만든 랜드마크

설문조사 통해 옛 청사가 도서관으로 변신

다양한 색·소재 사용해 입체감 두드러져

마포중앙도서관은 마포구민들의 염원을 담아 지어진 건물이다. 지난 2008년 마포구청이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옛 구청사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도서관을 짓게 됐다. 설계는 서울시 공공건축가인 전권식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2015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10월 말 준공하고 지난달 문을 열었다. 지하 2층~지상 6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면적 2만229㎡로 서울시 자치구 도서관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포중앙도서관은 크게 성산로와 인접한 북측면과 반대편인 남측면으로 나뉜다. 북측면의 경우 마치 한 권의 책을 펼쳐놓은 것 같은 모양이 기하학적으로 형상화돼 있다. 가운데 유리창을 중심으로 분리된 두 개의 벽면이 펼쳐진 책의 모습과 흡사하다. 또 여러 가지 재료를 써 건물 색깔을 다양화한 점도 특징이다. 화강암, 고흥석, 세라믹 패널 세 가지 재료를 사용해 아이스버그 화이트(푸른 색조가 들어간 백색), 회색, 검은색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이에 멀리서 보면 입체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남측면은 대부분 유리창을 내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했다. 유리창을 통해 북쪽의 외기는 최대한 차단하고 남쪽의 빛을 최대한 유입시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 대표는 “북측면은 차가 많이 다니는 성산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소음 등을 고려해 창 면적을 최소화했고 남측면은 창을 많이 내 투명함을 배가시켰다”며 “속도가 있는 도시 경관에 대응하는 북측면과 정적, 머무름이 있는 남측면을 차별화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소통과 배려 돋보이는 설계

남·북 두곳에 출입로 만들어 접근성 높여

1~2층 내부로 연결…아이위한 별도 공간도

기존 마포구청 청사는 남쪽에서만 출입할 수 있었지만 마포중앙도서관은 북측과 남측 양쪽에서 출입이 가능하다. 북측 성산로로부터 남측 후면의 이면도로까지 높이가 7m 정도 차이 나는데 이 부지를 그대로 활용해 건물을 지었다. 양측 출입을 통한 지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였다.

내부설계도 돋보인다. 도서관의 가장 핵심시설인 자료열람실은 3~4층에 있는데 내부에 연결계단을 설치해 바깥 계단을 활용하지 않고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주로 창쪽에 좌석을 배치했는데 책상 폭은 60㎝로 일반 책상보다 좁다. 열람실에서 공부보다는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 책상 폭을 줄였다는 게 도서관 측 설명이다. 열람실 곳곳에 전화부스를 설치해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을 위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열람석과 책장을 넘기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기기도 갖췄다. 현재 열람실에 약 10만권의 도서가 배치돼 있으며 지하 2층 보존서고까지 합하면 약 40만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

기존 도서관 개념을 뛰어넘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첨단 정보기술(IT)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시설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지상 2층에는 어린이·유아자료실, 영어교육센터, IT체험실, 북카페가 있고 5층에는 악기연주실, 애니메이션실, 소프트웨어실, 문학창작실, 미술실, 공예실, 연기실, 집필실이 마련돼 있다. 6층은 대강당과 세미나실로 활용이 가능하다.

남측면에는 정원을 조성해 이용자들에게 휴식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정원 중앙에는 다양한 크기의 책이 지그재그로 쌓여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들어서 있는데 도서관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준다. 장준혁 작가의 ‘지혜의 성전’이라는 작품으로 마포구청이 직접 공모해 뽑았다.

■ 친환경·장애물 없는 도서관

태양광·지열로 전체에너지의 35% 충당

장애인·임산부·노인 동선 고려해 설계



이 밖에 태양광·지열을 활용해 전체 에너지의 35%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안근 마포중앙도서관 시설관리팀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장애인·임산부·노인 등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공간을 설계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design) 인증’을 취득했다”며 “복도나 홀에는 못을 박지 않아 건물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이 5,500명에 이르며 일평균 도서 대출도 1,500~2,000권에 달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마포중앙도서관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안내하고 인도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마포구민들에게 등대 같은 건축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마포중앙도서관의 남측 전경. 정원 가운데 설치된 작품은 장준혁 작가의 ‘지혜의 성전’이다. /사진제공=마포중앙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의 남측 전경. 북측과 달리 창을 많이 냈다./사진제공=마포중앙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의 자료열람실 모습. /한동훈기자


마포중앙도서관 자료열람실에 배치된 전화부스.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안에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한동훈기자


■전권식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옛 마포나루 황포돛대의 수직적 이미지 설계에 반영”





“건축가라면 종합도서관 설계는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영역입니다. 청소년들은 역량과 잠재력을 키울 수 있고 지역주민들은 다양한 주제를 학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전권식(사진)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포중앙도서관 설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 대표는 “특히 마포라는 지역은 과거에는 전국적인 교역이 일어나던 잠재력 있는 곳으로 최근에는 상암DMC,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비상하고 있는 곳”이라며 “옛 마포구청 청사 부지에 지어지는 첨단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와 설계에 응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마포중앙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북측과 남측면 디자인이다. 그는 양측을 다른 모양으로 설계했다. 그는 “북측과 남측 두 방향에서 모두 진입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각각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며 “또 마포로 예전에 나룻배가 드나들었던 점에 착안해 황포돛대의 수직적 이미지도 건물 설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해마건축은 설계와 감리를 모두 수행하는 종합설계사무소다. 지난 2003년에 설립됐고 우수한 디자인과 설계능력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물량을 대거 수주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작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국내 첫 도로상공형 휴게소인 인제 내린천휴게소로 휴게소의 패러다임을 바꾼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 세종시 4-1생활권 복합커뮤니티시설, 오산시 복합체육문화센터 등 다수의 커뮤니티시설과 구미경찰서, 구로경찰서, 제주지방경찰청 청사 건립까지 다양한 건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 대표는 “LH연구소·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장수명 주택 실증사업을 4년째 진행하면서 대한민국 공동주택 장수명 기술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며 “공공 건축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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