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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과학’을 대중과 연결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레이크아웃 랩의 두뇌집단은 과학계 신생기업을 수 년간 벤처 투자자들에게 연결해준 후, 지금은 스스로 벤처캐피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소개한다.


브레이크아웃 랩의 운영자들. (왼쪽부터) 피시번, 무어, 파르타사라시







지난 2010년 금융위기 여파가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경제학에서 각각 다른 분야를 연구하던 세 명의 여성이 ‘순수 과학’(기술 부문이 아닌 생물학이나 화학을 생각하면 된다)과 관련된 신생기업들이 큰 손들로부터 마땅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통념에 반대하는 역발상 투자가로 잘 알려진 피터 틸 Peter Thiel 재단에 합류한 후, 브레이크 아웃 랩 Breakout Labs을 출범시켰다. 브레이크 아웃 랩은 과학 관련 신생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상용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이 세 명의 여성은 지금 자신들이 환심을 사려했던 큰 손이 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4,65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브레이크아웃 벤처 Breakout Ventures를 공식 설립했다. 신생기업들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브레이크랩의 전무이사이자 브레이크아웃 벤처 대표인 린디 피시번 Lindy Fishburne은 “여기 속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트 *역주: 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로 2진법의 0과 1이 대표적이다 를 활용하는 원자 같은 존재들이다. 주로 연산력의 도움을 받아 ‘실험실 과학(lab science)’을 추구한다. 그들은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과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과학 관련 스타트업은 브레이크아웃의 울타리 안에서, 기업의 초기 단계부터 성숙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브레이크아웃 랩은 금융위기 이후 설립됐다. 투자자들은 상당한 ‘기술적 위험(해당 회사의 아이디어 실현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을 지닌 회사나, 불투명한 시장(어렵게 시장을 형성하더라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에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창업가들이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아웃 랩은 지침과 인맥, 교부금 확보 지원, 최대 35만 달러에 달하는 초기 투자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 이후 35개 이상의 회사가 브레이크아웃 랩의 지원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코텍자임 Cortexyme과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적합한 뼈 조직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는 에피본 EpiBone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벤처 펀드는 신생기업에 직접 투자를 한다(피시번에 따르면, 틸은 그의 재단을 통해 랩 프로그램을 지원했지만, 벤처 펀드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펀드를 구상한 계기는 단순했다.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진 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벤처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다시 급진적인 과학적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탄생한 지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적절하게 조사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브레이크아웃 랩은 그 사이에서 둘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기업 임원 출신으로 사모 투자자 겸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줄리아 무어 Julia Moore는 “우리가 새로운 첨단 기술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촉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다른 세 번째 창업자는 MIT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네이처지 에디터로도 활동했던 헤마이 파르타사라시 Hemai Parthasarathy다).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을 양성해 온 여성 트리오는 ‘브레이크아웃 랩이 미래 자금 지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브레이크아웃 벤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창업자들이 전문 지식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랩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몇몇 회사에 투자했다.

계약 판로와 조사 프로세스 외에도, 브레이크아웃 팀의 가장 매력적인 자산은 투자자, 인수자 혹은 고객이 될 수 있는 대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시번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곳은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 않다”며 “바로 앱스토어에 올리는 식의 방법을 추구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은 마케팅과 유통, 규제 승인, 혹은 단순히 신생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품화’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브레이크 아웃은 스타트업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고객들로부터 상업적 피드백을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무어는 “우리는 기업들이 과정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 존슨앤드존슨 Johnson & Johnson, 로열 더치 셸 Royal Dutch Shell, 바스프 BASF 등을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 경영진은 브레이크아웃 랩의 연례 쇼케이스에 참석하고, 투자 신생기업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리뷰’도 실시하고 있다. 브레이크아웃은 BD(벡턴 디킨슨 Becton Dickinson의 후신)와도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BD는 후원사들에게 보조금과 부사장급 멘토를 제공하고 있다.

파트너 레벨 투자자 중 89%가 남성인 업계에서, 여성 세 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회사는 매우 드문 사례에 속한다. 브레이크아웃 랩의 37개 기업 가운데 11개 사는 여성 CEO나 여성 공동창업자를 두고 있다. 대략 30% 비율로, 대체로 벤처 기업 포트폴리오의 여성 비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브레이크아웃 벤처 회사 가운데 한 업체(코텍자임)는 CEO와 공동창업자가 모두 여성이다. 일부 남성 투자자들은 기술업계의 성비 불균형이 능력 있는 여성 기업인들의 부족 탓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피시번은 그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그녀는 “우리는 성별과 무관하게, 급진적인 과학 발전을 통해 세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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