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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육성·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시행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금융산업에 대한 지원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삼성전자 수준의 금융회사가 왜 없느냐는 질책도 많이 들린다. 삼성전자 수준의 기업이 없는 국내 산업군이 많은 데도 유독 금융산업과 관련해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는 금융산업 경쟁력 부족과 해외진출 부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한 지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금융산업은 경제 성장 초기 단계부터 제조업 진흥을 위한 도구적 역할에 충실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금리 정책과 관치금융이었다. 제조업에 저리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균형 수준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 그 결 과은행대출 자체가 특혜로 치부될 정도로 금리가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은행대출 수요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에 대출이 몰리면서 관치금융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은행장 인사와 장관인사가 맞물려 진행될 정도로 관치가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낮다 보니 은행예금이 항상 부족했다. 은행의 가장 큰 과제는 예금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은행은 만성적인 자금부족 현상을 겪었고 대출 심사기능이 약화 되기도 했다. 차주에 대한 신용 분석이 매우 취약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은행들은 정부가 제시한 세계화 어젠다를 시행하면서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금융기관들이 해외 사업을 접으면서 우리 금융산업의 세계화 전략이 상당 부분 철퇴를 맞았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은행이 문을 닫았고, 10만 여명의 은행원이 직장을 잃기까지 했다. 금융산업에 일대 변혁이 단행된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이고 규제산업이다. 전 국민이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은행 수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부족하다. 수요자는 전 국민이고 공급자는 소수이다 보니 다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은행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의 일부로 인식되어 왔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독특한 부분 중 하나가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불에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공짜로 인식하는 분위기 속에선 미국 은행처럼 계좌유지 수수료 같은 서비스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수수료 인하를 독촉하는 분위기 속에선 은행이 제대로 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주식회사 조직이다. 주주 자본주의 하에서 은행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주식회사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은 주주 자본주의의 형태보단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주주·노조·시민단체 같은 사회 내 주요 기구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 결과 우리 은행들에겐 이러한 주체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다양한 주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이처럼 많은 요구를 반영하다 보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우리 사회 내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등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적 정체체제가 갈등을 빚는 일이 금융산업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공짜로 제공되면 다수가 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은행도 이익을 내야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하고, 4차 혁명산업 같은 시대 흐름도 쫓아갈 수 있다. 이처럼 스스로 이익을 내면서 많은 사람을 위해 희생도 해야 하는 양면적 갈등 구조가 금융 산업에 일반화되어 있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 내에서 소비자 보호, 서민 및 중소기업 지원, 모험자본 형성 등의 목표가 제시되면서 금융산업이 가진 지원과 육성의 도구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은행의 이익은 일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최근엔 부채탕감 정책도 거론되고 있는데, 비록 이들 부채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채이긴 하지만, 이를 아예 탕감하고 기록에서 삭제하는 건 부담스런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에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도 상당한 부담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주로 대출억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가계부채의 총량과 속도 조절이 필요한 간 사실이지만, 이처럼 급격한 대출 축소와 새로운 DTI 기준 적용은 은행산업의 이익이나 영업기반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곤 하지만, 과연 제대로 시행된 적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최근 금융산업의 도구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을 보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지원과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 된다. 금융산업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져 내부통제 문제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지만, 동시에 이 부분은 금융산업이 그만큼 외압에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빌미로 개입을 강화하면, 금융산업이 외압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웃바운드 형태의 해외진출 강화나 인바운드 형태의 금융중심지 정책 등을 점검하는 동시에, 금융산업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교수는…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2012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2015~2017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글_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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