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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칼럼] 모순의 늪에 빠진 경제정책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한 정책

되레 일자리 줄이는 결과 초래

동그라미에 네모 끼우는 식의

어긋난 정책 아닌지 돌아봐야





중국 전국시대 때 북방에 있는 어떤 남자가 남쪽에 있는 초(楚)나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탄 마차가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동네 사람들이 “초나라로 가려면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왜 북쪽으로 가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상관없어요. 나에게는 좋은 말이 있고 많은 여비가 있고 좋은 마부도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소”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당신이 가는 방향이 틀렸으니 설사 훌륭한 말과 많은 여비, 좋은 마부가 있더라도 갈수록 초나라와 멀어질 것이오”라고 충고했지만 이 사람은 이를 듣지 않았다.

당나라 시대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쓴 ‘신악부(新樂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말이 나왔다. 말을 조종하는 끌채는 남으로 향하면서 정작 마차 바퀴는 북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는 목적과 수단이 모순되거나 일의 결과가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일컬을 때 쓰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주위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주도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나온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신요금 인하 등이다. 문제는 이들 정책이 당초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당장 내년에 16.4%나 인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증가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고용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그것도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편의점 아르바이트 모집 건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가 줄었고 식당은 19%나 감소했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 연말 특수가 끝나면 정리해고 쓰나미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을 매년 15.7% 이상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32.2%에 달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주들이 어쩔 수 없이 제품가격을 올리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사정은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현 정부 임기 내에 모두 20만명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의 정규직 일자리 압박은 민간 기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민간 기업에도 사실상 정규직화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도 정부가 압박만 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1호 공공기관으로 선언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예산 부족과 노노 갈등 속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기업의 경우도 정부가 정규직 채용을 강요하면 마지못해 신입직원들을 채용하는 시늉을 하겠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국은 기존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이다. 최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반듯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가 공무원 증원에 나서자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관련 시험 준비에 뛰어들면서 지방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화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통신료 인하 정책이 멤버십 혜택 축소를 가져와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무리 정책의 의도가 좋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잘못되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 최고의 복지는 고용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북돋워 줘야 한다. 정부가 진정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려 한다면 지금의 정책이 ‘동그라미에 네모를 끼우는’ 것과 같은 모순은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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