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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를 찾아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인터넷 포럼이 신종 빈티지 시계 수집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경매가가 치솟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위스 시계 시장에서 옛 것이 모두 새 것이 되고 있다.






뉴먼의 ‘폴 뉴먼’ 데이토나는 경매에서 롤렉스 역대 최고 경매가에 입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빈티지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 ‘성배’라 불리는 시계들이 있다. 폴 뉴먼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the Paul Newman Rolex Cosmograph Daytona가 대표적이다. 이 모델은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약 4,000점이 제작됐다; 크로노그래프의 상징으로, 베젤과 검정색, 흰색, 빨간색의 ‘이국적 다이얼’ 위에 타키미터 눈금이 새겨져 있다. 이 모델은 배우이자 자동차경주 선수로 활동했던 폴 뉴먼 Paul Newman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데이토나 시리즈의 초창기 모델(모델번호 6239)을 소장했다. 요즘 이 데이토나 시리즈가 황당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판매 전에도 가격이 최소 10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현존하는 데이토나 모델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은 뉴먼이 소장한 시계로, 뒤쪽에는 ‘나를 소중히 다뤄줘’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그의 아내인 배우 조앤 우드워드 Joanne Woodward가 선물했다). 이 시계는 지난 10월 뉴욕 시장에 경매로 나왔다. 판매를 담당하는 경매회사 필립스 Phillips는 판매가를 약소하게 ‘100만 달러 이상’으로 예상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전설적인 시계가 1,000만 달러까지 호가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추정치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일부 시계들의 가치가 급등해 빈티지 시계 시장규모가 20억~30억 달러로 성장했다. 경매회사 소더비 Sotheby’s의 국제 시계사업부 회장 대린 슈니퍼 Daryn Schnipper는 “지난 1990년 한 딜러가 1960년대 제작된 상태 양호한 데이토나 수백 점을 경매에 내놨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데이토나의 가격은 800달러 정도였고 시장은 형성돼있지 않았다. 지금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8캐럿 금장 폴 뉴먼 데이토나(모델번호 6263)는 지난 5월 열린 제네바 필립스 경매에서 370만 달러에 팔려나갔다.

엄청난 가격의 판매와 연일 기록을 깨는 경매가 관심을 부추기기도 했지만, 인터넷과 시계 전문 블로그, 포럼, 인스타그램의 폭증도 한몫을 했다. 이들이 모여 디지털화된 글로벌 지침서가 만들어졌다: 이 지침은 시계 매니아들에게 알아둬야 할 것, 평가 항목, 시계의 가치 등 관련 지식을 백과사전처럼 상세히 알려준다.

희귀함과 특별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많은 수집가들의 관심이 현대 시계에서 빈티지 시계로 옮겨갔다. 스위스 시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계 수출은 거의 10%나 감소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버클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딜러 에릭 쿠 Eric Ku는 “수집가들이라면 모두가 다 갖고 있는 시계를 차는데 싫증이 났다”며 “신상품들은 비싸고 또 매년 가격도 오르는데, 같은 돈을 빈티지 시계 구매에 쓰면 전매(轉賣)시장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가치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 된다”고 강조했다.

희귀 컬렉션 중에선 빈티지 파텍 필립 Patek Philippe과 롤렉스가 단연 독보적이다. 파텍 필립의 명성 높은 모델번호 2499는 1951년 출시 이후 35년 동안 오직 349점만 제작됐다. 가수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이 소장한 플래티넘 버전은 2012년 크리스티 Christie 경매에서 363만 달러에 낙찰되며 세계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5월에는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가 소장했던 롤렉스 ‘바오 다이 Bao Dai’ (모델번호 6062)가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 경매에서 506만 달러라는 거액에 낙찰돼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양한 수집가들이 호이어 Heure(태그호이어 TAG-Heure의 이전 브랜드), 론진 Longines, 유니버설 제네브 Universal Geneve, 벌캐인 Vulcain 등 전통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

복고풍에 대한 이런 지대한 관심은 요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많은 시계 회사들이 현대 컬렉션 개편에 대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카이브를 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오메가 Omega는 3종 리미티드 에디션-1957년 출시된 클래식 모델을 본떠 만든 시마스터 Seamaster 300, 스피드마스터 Speedmaster, 레일마스터 Railmaster-을 출시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Vacheron Constantin은 시계 관련 웹사이트 호딩키 Hodinkee와의 협업을 통해 히스토릭 콘 데 바슈 1955 리미티드 에디션 the Historiques Cornes de Vache 1955 Limited Edition을 선보였다. 이 모델도 1950년대 출시된 크로노그래프의 복각판이다.

빈티지 시계 수집에 관한 두 가지 핵심 용어는 ‘상태’와 ‘희귀성’이다. 실제로 한 수집가는 “상태가 엉망인 파텍 필립을 2만 5,000달러에 살 바엔 상태 훌륭한 1940년대 론진을 5,000달러 주고 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계 마니아들에게 주어진 옵션은 매우 방대하다. 시계 입문자와 투기꾼, 큰손들은 유명하고 희귀한 특별한 모델을 다양한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다. 경매 카탈로그, 이베이, 많은 전문 온라인 웹사이트와 딜러를 살펴보면 시장의 엄청난 규모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빈티지 시장에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 위조품, 프랭큰와치 Frankenwatches(가짜 부품으로 만든 깡통 시계) 같은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쿠의 조언은 간단하다. “마음에 드는 걸 사라. 시계를 투자라 생각하지 말라. 시계는 당신의 스타일과 취향을 표현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사면 찰 때마다 행복해질 것이다.”







블랑팡 피프티 패덤

1952년 처음 출시된 이 다이브 워치는 프랑스 해군 잠수부를 위해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해저 50패덤(300피트)까지 도달할 수 있어 그 이름이 유래했다. 이 모델은 나중에 미국 해군 잠수부 시계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요즘 수집가들이 애호하는 이 모델은 1950~60년대 버전 중 상태가 양호한 제품을 1만5,000 달러 이하에 구매할 수 있다.







론진 크로노그래프 플라이백

론진은 현대에 들어와 ‘쇼핑몰 시계’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1940~50년대만해도 세계 최초의 제작업체 중 한 곳이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론진의 칼리버 13ZN-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로 1936년 출시됐다-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부 금장 버전 제품은 1만 달러 이하로도 찾을 수 있다.





파텍 필립 노틸러스

배의 둥근 창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모델로, 심플하고 우아한 스포츠 워치다. 1976년 출시된 이 제품은 초기 2,850달러에 판매되면서 당시 최고가 스틸 워치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 버전이 요즘 5만 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1982년형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노틸러스가 지난 2015년 크리스티에서 90만 9,319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1953년 탄생한 서브마리너(모델번호 6204)는 출시 2년 후 영국 왕립해군(the British Royal Navy) 잠수부의 공식 시계로 지정됐다. 1960년대 해양탐험가 자크 쿠스토도 이 시계를 착용했다. 영화 속 유명 영국 해군장교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숀 코너리를 따라 한 것이었다. 아직도 많은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선 최고의 기능성 시계로 평가 받고 있다.





세이코 그랜드 세이코

1960년 도쿄 올림픽 공식시계로 첫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덕분에, 일본 시계업계는 스위스의 진정한 라이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견고함과 기술혁신, 상징적 디자인, 수작업이 ‘그랜드 세이코 스타일’로 일컬어졌다. 입문자들이 수집하기 좋은 모델로, 상태가 좋은 제품은 800~1,500달러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tacy P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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