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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느는데 보상은 여전히 부족] 평균 배상금 1,010만원 그쳐...고통받는 피해자들 더 깊은 상처

피해자 얼마나 보상받나

신청금액과 7배 이상 괴리

의료기관 비협조·무성의에

1심 소송 승리도 1.1%뿐

피해자-의료기관 갈등 조정할

공정한 감정평가기관 운영필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의 사망원인이 집단적 세균 감염 또는 인큐베이터 등 장비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사건은 경찰이 초반부터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도 진행되고 있어 사인이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의료진의 과실이 명확해진다면 아이의 부모들은 이대목동병원으로부터 위자료 등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의 형법적 책임까지 지울 수 있게 된다. 그 무엇도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이유와 잘잘못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억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료사고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사고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만 연간 4만6,000여건(2016년 기준)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처럼 의료사고와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과연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한 피해보상을 받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적되는 것이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느끼는 육체적·신체적 피해에 비해 위자료 등 손해배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는 1,907건이고 이들이 신청한 피해보상금액은 평균 7,475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조정이 성립돼 받게 된 배상금은 평균 1,010만원에 그쳤다. 신청금액과 실제 배상금 사이 7배 이상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사망사건 같은 경우도 조정 결과 지급된 평균 배상금액은 지난 5년간 1,700만~2,500만원 수준이었다. 물론 의료진의 과실이 뚜렷이 인정돼 고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한 사례도 있기는 했지만 1억원 이상의 배상금이 나온 경우는 2012~2016년 5년간 11건이 전부였다.

소송에서도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접수된 의료과실 소송은 총 4,109건에 이르지만 1심 판결 결과 피해자들의 완전한 승리로 끝난 경우는 1.1% 수준인 41건에 그쳤다.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일부 승소한 경우가 1,102건으로 전체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원고가 완전 패소한 건 역시 1,003건(26.5%)에 달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한번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도 고작 수백만원, 수천만원의 배상명령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둘 중 한 명꼴로는 판결에 승복하지 못해 항소하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의료사고를 밝히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비협조와 무성의가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여전히 빈번하다.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도 유가족들은 병원과의 갈등이 깊어졌던 주된 이유가 병원이 유가족에 대한 위로나 설명을 우선하기보다 언론 대응에만 골몰했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사망사건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원의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일명 ‘신해철법(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의료행위 등으로 사망이나 중증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조정 절차를 강제하도록 했지만 그 밖의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료기관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한 관계자는 “막상 중재 절차가 시작되면 생각보다 원활하게 합의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의료기관 간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경우는 의료기관이 중재 절차에조차 동의하지 않겠다고 나설 때이며 속상한 피해자들이 결국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의료사고는 굉장한 부담이다. 의료계는 모든 의료 행위에 기본적으로 위험이 따르는 상황에서 환자가 병원 진료 중 사망하거나 증상이 악화했다는 사실만으로 번번이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을 추궁한다면 결국 아무도 어려운 수술이나 치료 등을 시도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양쪽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의료감정평가기관이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사고와 관련된 소송 등은 사고 피해자들이 상대방(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 책임이 따르지만 의료행위를 평가하는 평가자들이 의사 등 의료진이라는 점에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불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규진 CnP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의료 관련 소송을 진행해보면 판단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의사의 편을 드는 게 아닌가 하는 감정 결과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며 “의료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저렴한 감정단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해나가는 것이 양쪽 모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신다은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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