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인터뷰] 김가은 “비운의 88년생들…건투를 빌어요”

올해 나이 스물아홉 살. 나이보다 한참은 앳된 얼굴로 인해 어린 역할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던 1989년생 배우 김가은이 간만에 제 나이를 찾았다.

김가은이 출연했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정소민 분)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 분)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다. 김가은은 ‘비운의 88년생’ 윤지호와 우수지(이솜 분)의 동갑내기 친구 양호랑을 맡아 연기했다.

사진=지수진기자




“사실 제가 연기를 짧게 한 편은 아니거든요. 올해로 9년차가 됐는데, 지금까지 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배우에게 자기에게 딱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예요. 물론 좋은 역할도 많이 해 봤지만, 진짜 제 나이에 맞게 공감을 하면서 연기했던 것이 처음이에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경우 시놉시스부터 재미있었어요.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제가 연애물을 좋아하는데 사랑이야기도 같이 들어 있잖아요. 대본도 정말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었어요. (웃음)”

김가은이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양호랑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바로 ‘편하게 연기하기’였다. 자신과 닮은 곳이 많은 캐릭터이기에 김가은은 캐릭터를 특별하게 꾸미기 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평소의 자신의 모습을 더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긴 것이다.

“지호와 수지와 있었을 때 나오는 호랑이의 모습이 실제 저와 닮았어요. 극중 호랑이는 울기도 많이 울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아이였는데, 저 역시 친구들과 있으면 그런 모습들이 나오거든요. 드라마에 나올 때마다 친구들이 모니터를 해주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가은아, 가장 너답게 연기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게다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지호와 호랑이, 수지 모두 88년생이었잖아요. 제가 89년생이지만 8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터라 ‘비운의 88년생’에 더욱 공감이 갔어요. 어느 날은 대본에 있던 ‘비운의 88년생’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웃더라고요. 그거 외에도 친구들이 공감했던 내레이션들이 참 많았어요.”

김가은이 연기한 양호랑은 대놓고 ‘취집’을 꿈꾸며, 대학시절부터 7년 째 사귀어 온 심원석(김민석 분)과 동화 같은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인물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 양호랑과 결혼이라는 현실이 두려운 남자 심원석을 중심으로 장기간 연애를 한 커플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결합을 다루면서 안방극장의 공감을 샀다.

사진=지수진기자


“사실 처음 민석이와 만나 호랑이와 원석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저도 그렇고 민석이도 그렇고 장기연애를 한 적이 없다보니, 공감을 어느 정도 할까 궁금했었거든요.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도 주위에 호랑이와 원석이처럼 장기 연애를 했던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친구들 또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속 호랑이와 원석이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김가은과 김민석이 연기한 양호랑-심원석 커플은 ‘7년 동안 만났는데 5분 만에 헤어진 커플’로도 많은 눈길을 끌었다.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했던 커플이 헤어지게 되는 순간과 이유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심원석과 이별 후 양호랑은 급식체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 신영효(강성욱 분)와 만나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양호랑의 선택은 심원석이었지만, 남녀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다 다시 재결합하기까지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별이야 말로 현실이었어요. 7년간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저 역시 헤어짐의 경험이 있기에 둘의 이별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만약 제가 호랑일 경우 영효 같은 남자가 나타난자면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호랑이가 그동안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결혼하기 좋은 남자가 바로 영효였잖아요. 호랑이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기에 한 번쯤은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호랑이였어도 저는 영효가 아닌 원석이를 택했을 것 같아요. 영효가 싫어서가 아닌, 7년 연애를 하면 분명 남들은 모르는 믿음이 있을 거잖아요. 내가 호랑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을 해봤는데, 저 역시 다시 원석이에게 돌아갔을 것 같아요.(웃음)”

극중 양호랑의 선택은 심원석이었다. 그렇다면 양호랑이 아닌 김가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어떤 남자 캐릭터에 더 끌림을 느꼈을까. 김가은은 심원석이 아닌 박병은이 연기했던 마상구를 선택했다.

“캐릭터만 봤을 때 마상구가 ‘마블리’로 불릴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웠잖아요.(웃음) 많은 여성분들이 마대표님의 캐릭터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수지에게 하는 것만 봐도 정말 잘해주잖아요. 장난기는 많은데, 자기 여자를 뭔가 든든하게 지지해 줄 것 같은 느낌, 진짜 내편해줄 것 같은 그런 캐릭터가 마상구였던 거 같아요. 하하.”

30대 초반의 청춘들의 연애와 결혼관을 다룬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안방극장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김가은 역시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연기하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사진=지수진기자


“전 호랑이가 ‘빨간 자켓을 입은 싱글녀가 아닌, 무채색의 검은 코트를 입은 아줌마가 되고 싶다’고 했던 대사가 기억에 제일 남아요. 신자체는 굉장히 잔잔했지만, 대사가 시적이면서도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갔거든요. 대사 읽으면서 제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들과 다른 개성이라곤 없는 무채색의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호랑의 마음을 잘 알겠더라고요. 또 좋아했던 대사 중 하나는 레스토랑 매니저가 ‘그날이라 예민하냐’고 했을 때 호랑이가 ‘왜 맨날 뭐만 잘못하면 왜 내 죄 없는 자궁 디스하세요. 잘못은 제가 한 거지 자궁은 죄가 없어요.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자들 예민할 때 ‘그날’을 운운하잖아요. 개인적으로 그 대사 정말 좋아해요. 그 장면 그 대사를 하면서 속이 시원했거든요.(웃음) 그 외에 수지가 직장내 성희롱에 사이다 대처를 한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보면서 대리만족도 많이 했죠. 하하.”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김가은의 표정에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작품이 끝나 아쉽냐는 질문에 김가은은 “좋아했던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엔딩이 좋기는 한데,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열린 결말이니 다음 이야기가 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즌2’ 만들자고 이야기해요. 배우들은 물론이고 감독님, 스태프 모두 정말 좋았거든요. 모두 입을 모아서 이 멤버 그대로 시즌2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죠. ‘시즌2 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더라고요. 결말도 열려있었고, 16부작 안에 넣기에. 원석이와 호랑이 이야기는 더 다룰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하.”

시즌2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이는 김가은은 이 작품이 자신에게 더 특별하게 남게 된 이유를 고백했다.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기 전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것이다.

사진=지수진기자


“제가 올해 나이 29살, 흔히 말을 하는 아홉수거든요. 진짜 아홉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데뷔 후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일을 해왔었는데, 올해는 일이 많이 없는 거예요. 물론 저보다 더 오래 쉬는 사람도 있었지만, 쉬어본 적이 없었던 저에게 갑작스러운 휴식은 버거웠고, 이는 도리어 제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런 것들로 인해 힘들어 할 무렵 ‘다시 만난 세계’를 만났고, 곧이어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만나게 됐어요. 특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만난 건 제 연기 인생에 있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해요. 서른이 되기 전 좋은 작품을 만났고, 앞으로 이 일을 해 나감에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돼 줬거든요. (웃음)”

김가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연기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즐기면서 했으며,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조급함이나 그런 것은 없어요.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고 나서, 한 번 더 현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하하. 마지막회 대본에 윤난중 작가님께서 ‘마음을 담아서 건투를 빈다’고 적어놓으셨거든요. 그거 보면서 뭔가 울컥했거든요.”

2017년을 부지런히 달려온 김가은이 꿈꾸는 2018년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였다.

“옛날에는 한 해가 시작되면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놓고, 다이어리 사고 그랬는데, 내년이 와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 인지, 요즘은 그러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하하.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올해처럼 좋은 기회가 와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좋은 사람과 만나서 작업하는 즐거움을 깨달았으니, 2018년도에도 장르를 떠나서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