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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不貳過<불이과·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해마다 새해계획만 반복하는 건

불 같던 욕망도 금세 시들해지는 탓

실수 되풀이 않으려는 노력 통해

삶의 긴장과 여유 조화 이뤄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일 년 열두 달의 흐름을 보면 우리는 보통 12월에 한 해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을 되새겨보고 새해 1월에는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는 처음 세우는 것도 있지만 해마다 되풀이하는 것도 있다. 왜 이처럼 사람은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흐지부지하는 것일까. 철학에서도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욕망의 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수와 같이 한번 마음먹으면 사그라지지 않고 평생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욕망은 시간이 지나면 강도가 약해진다. 즉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 처음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활활 타오르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진다. 또 욕망은 하나에만 만족하지 않고 늘 새로운 대상으로 바뀌어간다. 새로운 욕망이 생기면 전의 욕망은 시들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하나의 욕망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욕망과 관련해 하나의 역설을 만나게 된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한다고 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 소문 없이 하려던 것을 그만둔다. 나아가 사람은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욕망을 가졌는지 스스로 후회하지만 전에 이루지 못한 욕망을 다시 이루려고 계획을 세운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희망을 걸다가도 실망을 겪고 다시 희망을 세우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 때문에 계획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이 나뉘게 된다. 하나는 계획을 세워봤자 지키지 못할 것이니 처음부터 아예 계획을 세우지 말고 닥치는 대로 살아가자는 입장이다. 계획 무망론(無望論)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계획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가 더 나빠진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입장은 계획이라도 세우니까 앞으로 무엇을 보고 달려갈지 전망이 생기고 전망이 있으니 희망을 갖는다고 말한다. 계획 대망론(待望論)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를 봐도 사람이 계획에 대해 무망과 대망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염구(?求)라는 제자는 공자가 말하는 이상이 좋지만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공자는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만 가겠다고 미리 선을 긋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공자의 지적이 아무리 적실하다고 하더라도 염구는 처음에 품은 계획을 실현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안연(顔淵)이라는 제자는 한번 하고자 한 일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공자는 안연에게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호학(好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안연도 염구와 같은 사람일진대 어떻게 변심하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공자는 변함없는 안연의 비밀을 불천노(不遷怒)와 불이과(不貳過)로 제시한 적이 있다. 불천노는 자신이 느끼는 화를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불이과는 한 번 한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천노와 불이과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의 나는 과거에 잘못했던 일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비슷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그러한 경험을 떠올려 자신을 바로잡으려고 해야 한다. 현재에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와 함께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하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계속 떠올려야 한다. 지금의 삶을 현재와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와 연결해야 밀도가 높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긴장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이과는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좋은 수단일 수 있다. 삶에서 긴장은 필수적이지만 한순간도 느슨한 여유가 없다면 숨쉬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안연의 단명 원인을 가난에서 찾지만 긴장도 큰 몫을 차지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과도한 긴장은 생활의 밀도를 굳게 지킬 수 있지만 생활의 활력을 잃을 수 있고 심지어 삶의 의미마저 흐릿하게 한다. 불이과를 수단으로 삼는다면 긴장과 여유의 조화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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