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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기부만? NO...'기부&테이크'

트레킹 완주해 후원금 모으고

뜨개질 완성하면 기부금 전달 등

단돈 만원에도 의미·재미 찾는

'리워드 기부' 기꺼이 지갑 열어

내년 5월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할 인천 송도의 ‘팀프라우 복싱’ 관원들이 체육관에도 ‘기부통’을 설치하며 나눔 정신을 퍼뜨리고 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기부와 도전의 장점을 합쳤듯이 체육관의 기부통 역시 기부하면 권투 실력을 더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 /인천=송은석기자




춥다 춥다 하며 뛰어든 체육관은 땀 냄새와 맨살이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 찼다. 조용히 지켜보려 했지만 쉴새 없이 날아오는 주먹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스텝에 꼬여버렸다. 지난 20일 인천 송도의 ‘팀프라우 복싱’ 체육관은 여느 체육관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 주먹에 글러브를 낀 관원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정원재 관장에게 “한번 더”를 외쳤다. 미트를 받아주는 정 관장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한번 더”가 공짜는 아니다. 관원들이 샌드백 사이 작은 통에 3,000원을 넣으면 정 관장은 정해진 시간보다 1라운드(3분)를 더 상대해준다. 작은 통은 ‘옥스팜 트레일워커’라는 글이 새겨진 ‘기부함’이다. 정 관장이 이달 초 설치한 기부함은 어느새 관원들이 낸 돈으로 가득 찼다. 관원들은 기부하는 뿌듯함을 느끼며 체력까지 키운다. 관원들은 돈으로 기부하고 관장은 재능기부로 화답하는 이곳만의 ‘기부앤테이크’인 셈이다.

팀프라우 관원들을 ‘몸짱 마음짱’ 기부 마니아로 거듭나게 한 것은 관원 김하영(42)씨다. 김씨는 어느 날 TV에서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보고 기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팀원 넷 모두가 38시간 내에 100㎞ 트레킹을 완주해야 하는 트레일워커에는 또 다른 미션이 있다. 후원금을 모아 목표 액수를 채워야 한다. 1981년 홍콩에서 시작된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현재까지 전 세계 20만명 이상이 참여해 2억달러(약 2,200억원)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첫 대회에 이어 내년에는 5월에 지리산 일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트레일워커의 슬로건은 ‘자신의 한계에, 그리고 가난에 도전하라’다.

김씨를 포함해 총 네 명의 팀원들은 이미 목표한 후원금의 두 배인 200만원가량을 모았다. “대단하다. 멋지다”며 선뜻 10만원씩 후원한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기부하고 끝나면 되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김씨의 설명에 주변 사람들도 선뜻 지갑을 열고 동참했다. 그는 “운동하는 친구들끼리 100㎞ 완주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가슴 벅찬데다 좋은 일까지 할 수 있지 않으냐”며 “단순한 기부나 시간 맞추기 쉽지 않은 봉사활동보다 좋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의례적인 행사처럼 진행되던 기부가 생활문화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구세군과 거리모금, 연탄나눔 봉사활동 등의 일방적 지원은 낡은 방식이다. 요즘은 ‘리워드(reward· 보상)’ 기부가 대세다. 1만원을 기부하더라도 삶을 보다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어줄 보상, 자신을 성장시켜줄 계기를 찾는다.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기부라면 더 좋다.



리워드 형태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가치는 ‘재미’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더한 ‘퍼네이션(funation)’이라는 신조어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걸음 수에 따라 기부 물품이 늘어나고 뜨개질 키트를 완성하면 기부금이 전달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텀블벅·와디즈 등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하고 희소한 배지·가방 등 리워드 물품을 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기부금으로 호화생활을 한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 민심이 썰렁하다. 종교를 기반으로 한 기부단체 등이 기부금을 재산을 불리는 데 쓰는 것 아니냐는 불신도 여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기부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올해 26.7%로 떨어졌다. 하지만 기부가 일방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부자의 삶까지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는 ‘기부앤테이크’는 나눔 온도계의 수치를 다시 높이고 있다.

/유주희·임세원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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