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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국민 노후 책임질 기업 지속가능성 높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하면서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하는 회사의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지난해 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이 공표됐으나 1년 동안 17개사가 도입하는 데 그쳤다. 연기금은 한 곳도 도입하지 않았다.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경영을 옥죌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입 찬성 쪽은 스튜어드십 투자가 세계적 추세이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에 연기금을 정부가 관리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면 도입하면 기업 경영 간섭과 관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2018년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트렌드 중 넘버원은 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이다.”

최근 다국적 자문기관인 러셀레이놀즈가 글로벌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스튜어드십 투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슈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 흐름은 일과적 현상이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로 이해해야 한다.

스튜어드십은 크게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첫째, 수탁받은 자산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게 잘 넘겨주는 것이다. 둘째, 흔히 ‘집사’로 알려진 스튜어드는 주인의 뜻과 이익을 위해 맡은 재산을 충실히 관리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자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수급권자들의 스튜어드이며 따라서 위탁받은 자산을 다음 세대의 이익과 필요까지 고려해 소중히 운용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까지 배려한 공적 연기금의 운용방식은 무엇인가. 필자는 공적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해답의 일단을 찾는다.

우선 투자의 전체과정을 살펴보자. 그 전체과정은 피투자기업에 대한 분석, 매입, 보유, 매매, 주주권 행사, 매각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자본시장 고도화,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뉴스의 대량생산 및 실시간 유통 등으로 주식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장기보유와 주주권 행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타이밍 매매에 따른 단기차익 극대화다. 이렇듯 대다수 주주들이 단기차익에 매몰되다 보니 기업들 역시 단기이익 극대화에 전념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폐단들이 발생했다. 즉 연구개발(R&D) 감소, 신수종사업 개발 약화, 인력 및 무형적 지식자산에 대한 투자 감소, 이해관계자 관계관리 무관심 등 이 모두를 비용으로 바라보는 인식이다. 그 결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이 약화됐고 그 대신 단기 전력질주에 따른 기업경영의 오버페이스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외부불경제(부정적 외부효과), 시장실패 등의 허다한 문제점이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기관들에 단기투기적 접근에서 장기적 투자의 관점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연성규범이다. PC모니터만 모니터링하지 말고 피투자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그들과 만나 대화함으로써 선제적 위험관리를 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 기업가치를 제고해 피투자회사와 투자기관이 상생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투자철학은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잘 맞아 떨어진다.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이며 초대형 기관투자기관을 뜻하는 ‘유니버설오너’인 까닭이다. 즉 국민연금은 추계상 2043년까지 주식보유가 가능한 장기 투자기관이고 약 300개에 달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5% 지분을 보유한 초대형 투자기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성과는 특정한 기업이나 산업의 반짝 성과보다 한국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좌우된다. 또 국민연금은 민간펀드와 달리 보유지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매매를 통한 투자수익 관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전체 투자과정상 ‘매매’와 ‘소극적 보유’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방점을 찍고 장기운용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유니버설오너로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대표되는 사회책임 투자철학을 녹여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는 최근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히로 미즈노씨를 세 차례 만났다. 그는 2014년 GPIF의 CIO로 부임한 뒤 일본 공적연금을 스튜어드십 코드의 세계적 선도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GPIF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본 자산운용 업계에도 스튜어드십 투자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재팬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일본 자본시장에는 글로벌 투자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일본 자본시장의 격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닛케이지수가 2014년 1월 1만4,000에서 현재 2만2,000으로 60% 가까이 상승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진보가 아닌 경제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보수적 색채의 아베 신조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적극 환영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갈라파고스화하느냐, 글로벌 트렌드에 편승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이제 그 공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자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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