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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화 제스처에 시각차 드러낸 한미] 대화 속도내는 韓·제재 고수하는 美...'살얼음판 동맹'

김정은 속셈 숨긴 '통남봉미'에 美 강경대응으로 돌아서

통일부 "한미 긴밀 공조...통남통미 이루어지도록 노력"





3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개통한다고 발표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를 언급하고 이에 우리 정부와 북한이 릴레이로 화답하면서 단절됐던 남북관계 복원에 급격히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남북 해빙 분위기를 지켜보는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태세 전환 이면에 별도의 셈법이 없을 리 없는데다 우리 정부가 ‘발등의 불’인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만 급급해 남북대화 테이블에 앉을 경우 자칫 한반도 안보와 평화의 최대 현안인 ‘비핵화’ 논의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럴 경우 그간 대북 제재와 압박에 있어 ‘한목소리’를 강조해온 한미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1시19분 조선중앙TV에 등장해 “(김 위원장이) 3일 15시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는 데 대한 지시를 주시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판문점을 통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개최를 제안한 지 23시간여 만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북한이 우리 측 제의에 상당 시간 무응답 입장을 취하면서 ‘시간 끌기’를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화답한 셈이다. 그만큼 북한 역시 사정이 다급하다고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당과 인민을 강조하고 경제 성과 도출, 핵 완성 등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사실상 없는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빠른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북한연구학회 공동 학술 심포지엄에서 “올해는 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분수령”이라며 “북한은 대북 제재가 올해 실질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말했다. 대북 제재 등 국제사회의 북한 고사 작전이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내부 결속이 급격히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사정뿐 아니라 신년사 등에 숨겨진 북한의 이중적 입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북한은 조건부 남북대화 의향을 보이고 있다”며 “남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참여 및 미군 전략자산 전개 협조 중단을 요구했고 북핵 불문 하의 관계 개선 및 한미동맹 분열을 기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한미동맹 분열 기도에 대한 우려는 미국에서 더 크다. 강경파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김 위원장이 언급한 ‘대화’와 ‘핵 버튼’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직후 “두고 보겠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신년 업무를 시작하면서 “(대화 추진은)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며 다소 중립적 뉘앙스를 띠었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오후 8시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는 내게 있다’면서 강경 어조로 돌아섰다. 첫날 “한국과 대북 대응에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던 미 행정부 내 목소리도 “핵무기 폐기를 위한 행동이 없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매우 회의적(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의 대북 압박 지속(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중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의제로 한 남북대화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삼간 채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대화의 의도 및 결과에 회의적 시각을 잇달아 표명하며 사실상 간접적 우려를 전달한 셈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의 오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 등장 1년여 만에 ‘통남봉미(通南封美)’로 전환되면서 미국 내 대북 강경 시각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 우려를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 회담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해나가고자 하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고 틸러슨 장관은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을 의미 있는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가자”고 답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협력과 소통이 미북 간의 접촉 및 비핵화 대화 과정을 추동함으로써 통남통미(通南通美)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김희원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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