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 “국가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며 “야당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헌에 중심을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신년인사차 방문한 홍 대표를 만나 “지금같이 외교·안보가 위중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 야당을 하기 힘들다”며 “야당이 강력하게 정부 여당의 균형을 잡아줘야 정부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새해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한 개헌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에 동석한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시장 가치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 매우 중요한데 그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며 “그렇기에 야당이 개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내용에 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UAE 특사 파견 및 원전 수출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애초 두 사람의 만남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을 둘러싼 각종 의혹 속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국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협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문제를 제기해 한·UAE 양국 관계가 틀어질 위기에 처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한 것’이라며 맹공을 펼쳐왔다. 정 대변인은 “UAE에 대해서는 안 듣는 게 좋겠다고 해서 서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해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를 향해 “국민을 먼저 설득한 뒤 개헌하는 게 좋겠는데 설명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홍 대표가 정부의 개헌 방향이 좌파사회주의 체제를 향해 있다며 비판하자 김 전 총리는 “누가 주도하는지 몰라도 지금 세상에서 좌경화는 전부 없는 일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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