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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GDP대비 규제비용 세계 최고...글로벌 스타트업 70% 韓선 불법

<2>떼법-포퓰리즘-이념편향에 막힌 미래산업

보험·핀테크 결합한 인슈어테크·카풀앱 등 신사업

낡은 규제·기존 사업자들 반발에 막혀 줄줄이 제동

규제완화가 세금감면보다 투자·고용촉진에 더 효과

국가지도자 과감한 결단 내려 규제 생태계 틀 깨야





지난해 12월18일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4분의1은 숨은 보험금 찾기로 몸이 달았다. 너나없이 금융위원회가 선보인 ‘내보험 찾아줌(ZOOM)’에 접속하려 하자 서버가 감당하지 못했다. 아직도 버벅댄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대다수는 “왜 이렇게 접속이 안 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겠지만 엄청난 사업 기회를 발견한 창업가들도 많았다. 보험업과 핀테크가 합쳐진 인슈어테크 시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험업과 관련된 창업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사만 보험업을 경영할 수 있는데다 최소 필요 자본금이 200억원인 현행법이 발목을 잡아서다. 국내 보험 관련 스타트업들이 보험설계사와 단순 중개만 하는 수준의 사업을 하는 이유다. 벤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보험 찾아줌’을 통해 인슈어테크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목격했지만 그것뿐이었다”며 “기존 사업자들의 논리에 빠진 규제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두 날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것뿐일까. 지난해 11월23일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현재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된 ‘카풀(차량 동승)’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택시는 과잉공급되는데 수요는 줄어들고 여기에 ‘카풀’ 업체들까지 기승을 부리니 이를 막기 위해 법안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카풀 애플리케이션 업체의 수난사는 지난 2015년부터였다. 글로벌 카풀 1위 업체 우버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 했다가 운송 업계의 반발로 철수했다. 목적지와 탑승시간을 앱에 입력하면 경로가 같은 승객을 모아 운행하는 콜버스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에는 국산 카풀 앱 ‘풀러스’가 서비스 제공시간을 출퇴근 시간에서 24시간으로 확대하자 서울시가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운수 업계와 카풀 앱 업계,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도전자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결국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로 공을 넘겼다. 결판을 내겠다며 마라톤 끝장 회의인 ‘해커톤’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대했던 화끈한 ‘한방’은 없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존 사업자의 사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신산업에 대한 수요를 규제로 막아서자 기업들이 나섰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 등 8개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혁신벤처생태계발전 5개년계획’을 내놓은 것. 이를 보면 한국의 중소기업 관련 규제는 8,291건에 달했다. 전체 등록규제(1만4,177건)의 58.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022년까지 세계 2위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가 되려면 5대 선결 인프라와 12개 분야 160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에 손실이 났다고 대표이사에게 배임의 죄를 묻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영권의 위협을 받지 않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혁신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보장해달라고 했다. 또 감사원이 과도하게 감사에 나서 공무원들이 혁신정책을 입안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혁신 벤처 생태계의 모든 상황을 예측해 세밀한 정책을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니 민간의 정책 니즈를 그저 과감하게 수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전문가들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기술혁명’이 아닌 ‘규제혁명’이라고 말한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전 세계 70%의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불법 업체가 된다”며 “벤처기업들이 정부에 160개나 되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배경도 바로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은 되지만 제도 때문에 성장은 고사하고 창업부터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에서 견제하고, 옆에서 누르고, 뒤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규제 수준은 수십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이혁우 배제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OECD 국가 규제비용 비교분석’ 논문에서 “한국은 폴란드·헝가리·멕시코·터키 등과 함께 2003~2013년간 규제비용이 추세적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규제비용이 최고 수준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부처의 규제건의 수용률도 평균 39.1%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주요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30.4%), 금융위원회(32.6%), 공정거래위원회(34.4%) 등은 평균 이하다.

규제 완화가 세금감면보다 투자·고용 촉진에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규제비용이 50% 감소할 경우 50년 후 투자와 자본량은 39.4%포인트 증가한다. 반면 전 산업의 조세(생산세)가 50% 감면된 경우 50년 후 투자와 자본량은 29.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주찬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우리나라는 정부의 규제 틀 속에서 기생하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라며 “기존 사업자들에게 규제개혁 과제를 요청하는 방식은 현재 규제 생태계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를 위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국가 지도자가 그 틀을 과감히 깨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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