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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學而時習<학이시습·배우고 때로 익히다>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장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배우고

몸과 마음으로 익혀 소화시키면

'더 나은 나' 만나는 즐거움 생겨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지금의 1년 단위는 지구가 태양을 한 차례 공전하는 주기를 근거로 해서 정해졌다. 태양력 이외에 다른 역법이 있으므로 2017년의 12월31일과 2018년의 1월1일은 큰 차이가 없다. 하루 차이가 과거의 단절과 변화의 시작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원한 시간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시간의 흐름을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시간을 연·월·일 등 다양한 단위로 쪼개서 자신의 활동을 기록해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인류가 걸어온 자취, 즉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해가 바뀌게 되면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일을 꿈꾸게 된다. 연도의 변화를 계기로 정치인은 새로운 업적을 이루려고 하고 기업인은 실적의 성장을 꾀하려고 한다. 새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야 리더로서 역량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도 변화를 바란다. 건강이 걱정되면 식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운동을 시작해볼까 생각하게 된다. 삶이 단조롭게 느껴지면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하게 된다. 변화를 꿈꾸는 방향은 다를지언정 변화를 향한 열망은 다를 바가 없다. 변화를 결심하고 성과를 내려면 결국 배움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배운다고 하면 보통 텍스트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배움은 텍스트에 한정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비롯해 다른 사람, 자연환경 등 광범위한 대상과 연관된다. 건강을 챙기려면 일단 자신의 몸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검진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디가 좋지 않은지 확인하고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건강을 되찾으려고 하면 자신의 과거 생활과 지금의 몸을 대상으로 먼저 배워야 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실적과 경영 지침, 그리고 달라지는 기업 환경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서 새로운 방향과 목표를 조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유행하는 경영 관련 텍스트만 읽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 자신이 철저하게 학습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배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지만 우리는 배움을 텍스트 읽기로 한정해서 버겁게 생각한다. 우리는 배움을 텍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모두 516구절로 된 논어 중 첫 번째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우고 때에 맞게 내 것으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이 구절은 동아시아에서 학습(學習)이라는 용어가 처음 나오는 구절로 유명하다. 나아가 공자는 배움이 괴로워서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즐거워서 늘 가까이하려는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공자는 도대체 왜 배움이 즐겁다고 말하는 것일까. 동아시아 사회는 유일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문제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신에게 기도해 해답을 구하는 신앙이 없다. 동아시아 문화에도 조상신·자연신 등 다양한 신이 있지만 그 신은 후손들의 삶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고난을 헤쳐나갈 지혜를 후손에게 계시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문화에서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까 고민했고 공자는 사서오경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실마리를 찾으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바로 그 제안이 학이시습(學而時習)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학은 텍스트만 아니라 개인과 단체의 이력 등 들여다봐야 하는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배우는 것이고 습은 배운 것을 머리로만 외우는 작업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익혀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골프를 배우려면 스윙을 어떻게 한다는 이론의 가르침이 중요하더라도 이론을 자신의 몸에 완전히 최적화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으면 즐겁지 않겠는가. 이처럼 공자는 배움을 머리로만 텍스트를 접하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텍스트를 비롯해 자신과 타자, 그리고 자연을 만나는 넓은 의미로 바라봤기 때문에 나날이 달라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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