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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저임금 역풍' 현실 외면하는 청와대

서민준 기자 <경제부>





청와대는 최근 주요 정부 부처에 언론 홍보 관련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요즘 최저임금 인상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일자리 감소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부정적 프레임으로 흐르고 있어 홍보적 고려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참고해 홍보계획을 작성해달라.”

한마디로 최저임금과 관련한 부정적 보도를 줄일 방법을 찾으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 정권 자체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요청문에서는 청와대의 현실인식도 엿볼 수 있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일자리 감소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부정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는 별 상관이 없는데 언론이 부정적 시각과 해석으로 둘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하지만 고용 축소와 물가 인상 등 최저임금 역풍은 해석의 문제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서울 지역 경비노동자 감원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3,000여명 중 5.9%가 감원 대상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구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94명이 일괄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없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은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아르바이트 근로자 9%가 해고됐다는 설문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부터 KFC·롯데리아·모스버거·놀부부대찌개·신선설농탕·죽이야기 등 외식 업계를 중심으로 음식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려고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각종 수당을 없애는 사례도 속속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건비가 급격히 오르면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게 경제의 순리”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가 청와대의 요청 사항을 잘 이행해 ‘최저임금 인상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별로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아진들 엄연한 현실이 없는 일이 될까. 오히려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같은 과제 말이다. 우리나라는 회사가 최저임금을 지키고 있는지 판단할 때 상여금·수당은 빼고 기본급만 계산한다. 총 월급이 300만원, 기본급은 150만원인 회사는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만약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계 반발 등의 이유로 산입범위 확대를 수개월째 미적거리고 있다. 일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곳곳에서 지적하는 이유다.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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