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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場 못이기는 정부 <Ⅱ> 왜 이런 상황 벌어졌나] 정치·이념 잣대로 경제 좌지우지..'평등 구호'에 실종

시장원리 무시한 정책폭탄...일자리 감소 등 줄줄이 역풍

中·日 등 경쟁국은 뛰고 있는데 韓 경쟁력 갈수록 후퇴

"대기업서 돈걷어 중기·국민위해 쓰는 방식 더는 안돼"





올해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올랐다. 향후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이 더 필요한데 이를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서 더 걷겠다는 논리다.

대기업 증세로 메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이번 법인세 인상으로 77개 업체에서 연간 약 2조3,000억원을 더 걷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기초생활보장 확대와 기초연금 등 4대 복지사업에만 5년간 8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17만4,000명의 공무원 채용확대로는 30년간 최소 262조원이 든다. 돈을 가장 많이 번다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익은 55조원가량이다.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해도 20조원 수준이다. 대기업에서 돈을 걷어 중소기업과 국민이 나눠 쓴다는 접근방식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은 428조원이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6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에서 돈을 더 걷는다고 문제가 풀리느냐”며 “이런 정치적 접근 방식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는 대표 사례다. 새 정부 들어 시장경제에 정치적 논리를 적용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법인세만 해도 투자축소와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의 35%에서 21%로 낮췄고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19%에서 17%, 33%에서 25%로 인하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를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치논리가 거꾸로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시장원리에 평등을 강조하다 보면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이 낮아지면 결국 우리 물건이 안 팔리게 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과 최저임금도 시장에 정치논리를 적용했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다. 부동산 정책만 봐도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규제를 강하게 적용했던 진보 정부 때 아파트값이 더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값은 김대중 정부 때 77.9%, 노무현 정부 때 67%나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는 -6.5%,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11.5%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썼다”며 “그런데도 아파트 가격은 올랐는데 이는 결국 정부가 정치논리로 시장을 이기려고 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비 16.4%나 오른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도 되레 경비원과 미화원·아르바이트 같은 서민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연초부터 음식점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과 종업원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3조원 규모의 재정확대로 추진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오른쪽 주머니의 돈을 왼쪽으로 옮기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이사제와 탈원전도 경제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정치화’가 이 같은 결과를 몰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경제는 경쟁이 핵심이고 민주주의는 평등이 요체인데 시장경제에 평등 이념을 적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나 1,000만원 이하 장기소액 빚 탕감도 평등이라는 정치구호에 함몰된 경우다.

문제는 경제에 정치논리가 스며들면 우리 경쟁력만 후퇴한다는 점이다. 경쟁국인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대국을 향해 나가고 있고 일본은 ‘로봇 신전략’에 규제 완화를 묶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평등의 나라’였던 프랑스는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에 평등 개념을 접목하는 실험을 하는 동안 경쟁국은 앞서 나간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경제문제를 이념으로 접근하면 경제를 망치게 된다”며 “중국이나 일본·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기다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관료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시장의 힘을 꺾을 수 있다는 논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난 2016년 말 현재 전국 주택 시가총액만 3,732조222억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의 8배에 이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문제만 해도 강남을 타깃으로 이념적으로 접근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이념적 잣대가 시장왜곡을 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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