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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세(三)대(代) 차이

이영 테르텐 대표





삼대(三代)가 함께 살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다른 종류의 삼대가 함께 산다. 오프라인 세대, PC 세대, 그리고 모바일 세대.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TV로, 아들은 책상에 앉아 PC로, 그리고 손자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시청한다. 아버지는 사전을 이용해, 아들은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리고 손자는 인공지능(AI)에 음성 질문을 이용해 영어 단어를 찾는다. 이렇듯 종이 화폐를 사용하는 아버지와 인터넷뱅킹을 선호하는 아들, 그리고 가상화폐의 시대가 왔다고 외치는 손자가 한집에 살고 있다.

이들이 같은 공간과 시간대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높이라는 개념을 모른 채 지구가 2차원이라고 믿고 사는 개미와 우월적 위치에서 이를 바라보는 3차원 생명체인 인간의 모습 같다. 그리고 이들 속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시공간의 개념을 무력화시키며 우주를 오가는 외계인들이 있는 듯하다.

무역을 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외국어를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무역을 했던 아들은 손자에게 외국어 외에도 그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현지인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지도한다. 근데 그 얘기를 들은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전 세계 언어를 구사하는 AI가 나올 것이고 물류의 온라인 거래량이 오프라인 거래량을 추월할 것이며 심지어 디지털 재화들이 거래되는 시대가 올 텐데 그런 것들이 중요할까요. 대신 넘쳐나는 데이터를 모아 글로벌 온라인 물류 거래 동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고객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요.”

아버지와 아들은 지금의 혼밥 풍속도 앞에서 안쓰러움과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그러나 그 시간 손자는 식사를 하며 스마트폰 안에 있는 수많은 정보 및 콘텐츠와 대화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그들은 AI가 탑재된 기계와도 소통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인간만이 소통의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세대를 넘어서 버렸다.

우리의 아버지·아들 세대는 안타깝게도 손자 세대를 지도할 수 없다. 그들은 사이버 세계와 우리가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세계를 구분 없이 넘나드는 종이 다른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세(三)대(代)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해답을 고전에서 찾으면 어떨까.

인류사에 지금 같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의 출현으로 종이 다른 인류가 탄생한 적은 많았다. 그럼에도 수백 년, 수천 년 불멸의 생명력을 지닌 많은 고전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고전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좇아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손자 세대를 지도할 수는 없어도 그들과의 단절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이 말이 달리고 자동차가 달리고 우주선이 날아도 우리의 손을 떠나지 않았듯이 우리의 손자 세대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지혜의 샘을 떠나지 않는 목마른 사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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