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연대의식이 퍼지는 리바이스

CHANGE THE WORLD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청바지 브랜드 대명사 리바이 스트라우스 Levi Strauss(이하 리바이스 Levi’s)가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자사 공급망에 속한 전 세계 30만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리바이스는 급여가 낮기로 유명한 의류 업계에서 복지 혜택과 존중만으로 종업원의 행복감과 애사심을 고취할 수 있을까?







화요일 오전 11시. 1번 라인의 근로자들이 관리자를 중심으로 공장 로비에 둥글게 모여들었다. 이들은 파란 실 뭉치 하나를 사방으로 건네며, 각자 실을 조금씩 풀어 가졌다. 그러자 정교한 실뜨기 패턴이 완성되어 갔다. 실 뭉치를 건네며 이들은 각자의 다짐을 공유했다. 한 여성 직원은 마을 광장을 깨끗이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 남성 직원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침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마 여러분은 이들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팀워크 증진 활동이다. 하지만 이 팀은 흔히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이들은 의류 산업 근로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세계 의류 업계에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인력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곧 다른 직원들이 리바이스 5 포켓 청바지를 정신 없이 재단하고 꿰매면서 내는 재봉기 소음에 거의 묻혀버렸다. 그래도 몇몇 직원들이 서로 실을 나누며 웃음을 터뜨렸다. 거의 모두가 진정으로 즐거운 것 같았다.

앞서 소개한 활동은 청바지 대기업 리바이스의 야심찬 실험 중 일부분이다. 이 기업은 전 세계 의류 공급 업체에 종사하는 2,500만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사업 성과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위 1번 라인의 근로자들은 건강, 보건, 위생, 소통, 비판적 사고를 주제로 10주 과정의 교육을 이수했다. 단체 실뜨기 게임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감을 고취하기 위해 고안됐다. 실뜨기 패턴은 개별 근로자의 약속으로 얽힌 하나의 망이자, 직원들 간의 한층 강화된 유대를 상징하고 있다. 근로자 간 유대감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고 안정되었음을 실체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리바이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멕시코 나자레노 의류 공장 직원들. 팀워크 활동의 일환으로 실 뭉치를 주고 받는 그룹 실뜨기를 하고 있다.



리바이스의 프로그램-공식 명칭은 ‘근로자 웰빙 증진(Improving Worker Well-Being) 이니셔티브’이다-은 근로자에 대한 업계의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근로자들을 이윤 창출 기계의 얼굴 없는 톱니바퀴가 아닌, 감정과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 킴 알메이다 Kim Almeida는 이에 대해 “복지 포용 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동시에 인식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뜬구름 잡는 말 같지만, 리바이스의 노력과 그 사업적 명분은 현재 소속된 판매회사 한 곳 한 곳을 주목해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총 42개 판매 회사가 72개 공장과 14만 명의 직원들을 운영하는데, 이는 리바이스 공급망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리바이스의 목표는 좀 더 생산적이고 원활하게 운영되는 공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직원들의 행복과 건강을 증진해 결근과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다. 이는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리바이스에게도 도움이 된다. 우선, 비용 대비 효율적인 협력업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구매 제품에 자신의 가치관이 투영되길 바라는 소비자들과 젊은 인재들이 공감하는 긍정적인 기업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재봉 공장을 예로 들어 보자. 아직은 개발이 덜 되고 황량한 멕시코 나자레노 Nazareno 마을에 위치한 이 공장은 약 1,2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공장 근로자, 생산라인 감독관, 관리자들은 10주 간의 팀워크 활동 후 “근로자들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예전엔 근로자들이 말을 꺼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소통이 일방적이었고, 고함소리가 나오는 일도 빈번했다. 특히 그들은 공장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리바이스 협력업체 공장을 운영해 온 어패럴 인터내셔널 Apparel International(AI)의 사장 오스카 곤살레스 프란치 Oscar Gonzalez Franch는 “많은 직원들이 근로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강경하고 직설적인 감독관들에 대해 불평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위 공장에서 진행된 직원 주도의 세션들은 멕시코 비영리 단체 요뀌에로 요 뿌에도 Yo Quiero Yo Puedo (“I Want and I Can”)가 주관했다. 이 단체로부터 교육을 받은 감독관들이 AI의 일일 활동을 이끌면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에게 언성을 높이던 감독관들이 이젠 근로자들과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곤살레스 프란치는 “감독관들이 더 나은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들은 근로자에게 좀 더 많은 예의를 갖추고 정중해졌다”고 말했다(근로자와 감독관 모두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하게 진술했다).

비록 구체적인 입증 자료는 아직 없지만, 곤살레스 프란치는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근로자 상호간 공감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생산성에서도 그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결근률이 줄었다는 점은 미심쩍어 하지만, 30~40%대 높은 이직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런 장점이 공장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건 확실히 윈-윈 상황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곤살레스 프란치의 깨달음이야말로 리바이스가 2015년에 기대했던 목표다. 당시 회사는 협력 업체 조건으로 근로자 복지를 내걸었다.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근로자 복지 방안을 업체가 직접 마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과감한 조치였다. 물론 일부 금전적인 지원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긴 했지만, 리바이스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AI 같은 공급업체가 근로자 웰빙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리바이스가 과감한 개혁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가 진보적 가치를 대변하듯, 리바이스는 185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가족 소유 비공개 회사인 리바이스는 공장 내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동성 결혼을 인정한 바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에이즈, HIV/AIDS) 관련 교육을 실시한 최초 기업 중 한 곳이었다. 수 년 동안 리바이스는 청바지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노력했고, 물과 화학물질 사용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신속한 개선 : 케니 야이르 파벨라 Keny Yair Favela는 나자레노 공장에서 청바지에 단추 구멍을 내는 작업을 하는 직원이다. 이 공장 운영자는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에 따라 이 곳에 축구장, 현금 인출기, 더 나은 성능의 환풍기를 설치하는 등 근로 환경을 개선했다.



그 중에서도 리바이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훈장은 아마도 의류 산업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일 것이다. 회사는 1990년대 초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저임금 노동력 착취 같은 해외 작업장의 열악한 조건이 대서특필되던 시기였다(리바이스 작업장도 사이판 공장 노동 착취 사건으로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모든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든, 해당 국가의 노동법이 취약하면 그 노동법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이었다.

리바이스의 ‘글로벌 운영 지침(Terms of Engagement, TOE)’이라는 내부 문서에는, 근로자 최소 연령부터 화재 시 비상 탈출구 위치에 이르기까지 상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 기준은 곧 의류 산업 전반에서 채택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결국 협력 공장 및 브랜드 운영의 기준이 되었다. 요즘에는 강력한 준수 프로그램을 갖춘 나이키, 갭, 아디다스 같은 유명 대기업 외에도, 모든 기업들에게 협력 업체 행동강령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근로자 복지 증진을 위해 빈번한 점검이 시행됐고 수많은 감사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패션 업계에선 노동 착취와 열악한 근로 환경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소비자들이 저렴한 옷에 익숙해 진 탓에 의류 업계는 여전히 저임금의 수렁에 빠져 있다.

글로벌 운영 지침을 마련한 지 20주년이 다가오자, 일부 리바이스 직원들은 스스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다른 내부 프로그램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 재단(Levi Strauss Foundation)은 수 년 동안 의류 공장의 ‘근로자 권익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생활기술 및 보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참여 공장들은 삶의 질 개선이라는 근로자 복지 성과 외에도 사업 성과(결근 감소 및 생산성 증가)를 보고했다. 이집트의 한 공장은 400%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생리 기간에 주로 집에 머물러 있던 여성 인력들에게 생리대 관련 교육을 제공해 준 것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12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만 운영됐던 임시 프로그램들이었다. 리바이스에겐 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인 것처럼 보였다. 칩 버그 Chip Bergh가 CEO로 부임한 2011년은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이 막 시범 운영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당시 버그는 사업적으로 많은 도전 과제들에 직면해 있었다. 리바이스 브랜드 매출이 급감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 때 유명했던 리바이스가 디자이너 데님 시대에 접어들며 방향을 잃었고, 이전 스타일로 회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다수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 출신의 CEO 버그는 회사의 뚜렷한 목적 의식에 이끌렸다. 버그는 “리바이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요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선 멋진 유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 웰빙 이니셔티브를 적극 지지했으며, 오히려 리바이스가 더 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버그는 “이런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 시행되려면, 협력업체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프로그램이 협력업체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에도 수 년 동안 리바이스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규범적이고 이분법적인 규율 준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근로자 복지는 매우 폭넓게 정의돼 있어 확장 가능한 개념이었다. 그 과정에서 리바이스는 (어느 정도로 판매 회사들을 이끌어주고, 어느 정도로 재량권을 줘야 할지) 적절한 관여 수준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회사가 협력업체에 지나치게 관여했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킴 알메이다는 “가부장적인 접근법으론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 발 물러나 판매 회사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엇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이다.

다행히 이집트, 캄보디아와 아이티처럼 본사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시범 운영된 프로그램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 이를 지켜본 버그와 공급업체 책임자 리즈 오닐 Liz O’Neill은 이 이니셔티브를 리바이스의 주요 판매 회사에 일괄 도입해야 하며, 2020년부턴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쉽지 않은 과제였을 수도 있지만, 리바이스는 그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몇 년 전 리바이스는 자사 공급망에 지속가능성 팀을 꾸리고, 모든 직원들을 그 팀 소속으로 두었다. 달리 표현하면 공장에 5,000개 제품을 주문하는 직원이 제작 과정에서 물 사용을 50% 절약해 달라고 요청하게 했다. 근로자 복지 담당 팀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꾸렸다. 오닐은 “이것이 우리 사업구조의 장점이다. 모든 팀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첫 프로그램이 시행됐을 때, AI는 리바이스가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협력업체 중 하나였다. AI는 1988년 설립 당시 재봉사 20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무역 규제 때문에 당시 청바지 재봉은 멕시코에서만 가능했다. 옷은 주로 텍사스 엘파소에서 재단하고 완성했다. 하지만 북미 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체결 후 미국 기업들이 더 낮은 임금을 좇아 남쪽으로 이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 년 후 AI가 위치한 인구 100만 도시 토레온에서 일주일에 500만 벌의 청바지가 생산됐다. 한동안 토레온은 ‘세계 청바지 수도’로 불렸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많은 기업들이 더 낮은 임금을 좇아 아시아로 이전했다. 갭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 청바지를 제작했던 AI는 이젠 오직 리바이스 청바지만 제작·공급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 멕시코 토레온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찢어진’ 청바지를 만들고 있다. 리바이스는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이 판매사의 결근 및 이직률을 낮춰 수익성을 높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토레온 주 경계를 지나 몇 고개만 넘으면 나자레노 Nazareno 마을이 나온다. 차로 45분 정도 달리면 마을 입구가 나타난다. 주인 없는 개들과 보행자, 큰 트럭들을 잘 비켜가며 바퀴 자국이 선명한 비포장 도로를 운전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AI는 이 마을에 한 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주민 8,000명이 살고 있지만 병원, 구급차, 은행이 태부족인 곳이다. 철도는 있지만 기차역은 없다. 미국행 이민자들을 실은 화물 열차 라베스티아 La Bestia만 하루에 한 번 북쪽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곤살레스 프란치는 CEO 토마스 벨로 가르사 Tomas Bello Garza와 함께 거의 30년 간 AI를 경영해왔다. 이들은 “그 동안 4,000여 명의 직원 복지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닐과 알메이다가 제시한 아이디어에 공감했다. AI는 리바이스 공급업체 중에서도 특히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수자원 절약 방법들을 제시해왔고,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많은 청바지 컬렉션을 제작해왔다. 직원 복지를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리바이스가 위임한 근로자 복지라는 포괄적인 사안을 어떻게 다룰 지 고민을 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AI가 ‘수요 조사(needs survey)’를 실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사를 실시한 후, AI는 이 설문이 나자렌조에는 아직 없는 (금융 서비스 및 보건 의료 등의) 인프라를 상정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알메이다는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커뮤니티 권익강화 솔루션(Community Empowerment Solutions)’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파견했다. 곤살레스 프란치는 “그것이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번째로 실시된 수요 조사는 나자렌조의 상황에 좀 더 적합한 것이었다. 이들은 특히 신입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고, 공장 내 교육 세션을 돕기 위해 10여 개의 현지 비영리 단체를 면담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그룹 실뜨기 커리큘럼은 요즘 나자렌조에서 직원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보건 및 의사소통 증진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다. 경영진은 공장 내에 수유실, 축구장, (마을 유일의) 자동 현금 인출기, 햇빛 가리개가 있는 오토바이 보관소 등을 설치했다. 직원 구내 식당에는 전자레인지와 그릴을 배치했고, 근로자 근태 확인을 위해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기술의 도입은 관리자의 변덕이나 건망증 때문에 근로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 줄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개선점들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나왔다. 시원한 물(새 식수대), 쾌적한 공기(새 천장 선풍기), 그리고 좀 더 친절한 태도로 소통하는 감독관 등이 그것들이다. 인상 깊은 점은 경영진이 직원 피드백을 거의 모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피드백 반영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근로자 복지 프로그램을 계기로 AI는 나자렌조 마을에 직접 투자를 하기도 했다. 곤살레스 프란치처럼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의 전도사가 된 벨로 가르사는 “생각만큼 공동체의 발전 속도가 빠르진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AI가 나자렌조 지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했다. 취재진은 8월 말 이 지역 유일의 보건 센터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콘크리트 빌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주립 보건 센터를 찾는 환자들은 5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야 했다. AI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센터에 관리자를 두고, 기록 관리용 컴퓨터와 예약 창구를 설치하고, 마을 곳곳에 센터 전화번호를 붙였다. 이 보건 센터는 요즘 하루 20명 정도의 예약 환자와 8명의 비 예약 환자들을 받고 있다.

AI는 복지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재원 조달 모델도 개발했다. 남은 천 조각으로 제품을 만들어 해당 지역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곤살레스 프란치는 재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센터 교실과 AI가 재단장한 놀이터를 지나면서 AI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AI는 곧 앰뷸런스와 탁아소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른 지역 공장에서도 근로자 웰빙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근로자 웰빙 관련 위시리스트-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위에 하나씩 ’완료‘ 표시를 해 나가고 있다.


위로부터의 혁신 : 어패럴 인터내셔널의 사장 오스카 곤살레스 프란치(왼쪽)와 CEO 토마스 벨로. 곤살레스 프란치는 근로자 웰빙 이니셔티브가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는 “상호 윈-윈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직원들이 행복해야 생산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불명확한 것은 ‘어떤 것이 직원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냐’이다. 관리자의 지원일까? 공짜 간식일가? 더 많은 자율성일까? 아니면 가장 까다로운 선택지(더 높은 임금)일까?

이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선뜻 말하기 꺼려하는, 의류업계가 직면해 있는 문제다. 리바이스는 판매 회사들에게 은근슬쩍 이 문제를 넘긴다. 현재 그들의 공급망에 있는 근로자들은 얼마나 많은 임금을 받고 있을까? 거의 모든 혁신이 비용 절감과 관련되어 있는 의류 산업에서, 저임금은 잔혹한 실상이다. 멕시코 의류 산업 종사자의 최저 임금은 하루 5달러로, 구내 식당 토르티야 가격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진정으로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애초부터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리바이스와 AI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고, 급여 외 부가 혜택도 있으며, 임금 인상은 수요 조사에서 나타난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보건과 금융 서비스 지원,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근절이 더 높은 순위에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근로자 웰빙’은 진일보한 프로그램이다. AI는 리바이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범 사례에 근접해 있다. 업계가 근로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근로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알메이다는 “근로자 웰빙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단 여정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 근로자들은 전과 다르게 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메이다는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리바이스의 여정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회사는 근로자의 삶의 질이나 사업 성과가 실제로 개선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공공 보건 대학원에 의뢰해 이 이니셔티브의 효과를 측정하고 연구하기도 했다.

리바이스는 지금까지 나타난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환율 효과를 고려한 회사 매출과 이익이 4년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이 기간과 프로그램 시행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은, 적어도 해당 프로그램이 리바이스에 해롭지 않으며,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리바이스에 따르면, 근로자 웰빙 이니셔티브는 근로자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물론 홍보효과도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 *역주: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는 이런 이니셔티브에 열광한다. 칩 버그는 다른 기업들이 또 한 번 리바이스의 선례를 따르기를 바라고 있다(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다른 이니셔티브와 마찬가지로, 리바이스는 이니셔티브의 과정과 교훈 등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버그는 “이는 단순한 수익 창출 그 이상이다. 사회 속 기업의 역할을 재정의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사업 성과에도 도움이 되는 이니셔티브”라고 역설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KA FRY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