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디트로이트 기적 만들기 ①

CHANGE THE WORLD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이미 다이먼은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생생하게 목격한 인물이다. 그런 다이먼과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지금 그 도시의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의 전략이 미국 도시 재건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길게 뻗은 디트로이트의 웨스트 맥니컬스 거리 West McNichols Road에는 두 종류의 매장이 있다: 목재로 된 매장과 ‘어, 여긴 왜 목재가 아니지?’라는 의문이 드는 매장이 있다. 대부분이 1~2층인 이 곳의 건물들은 칙칙한 색깔의 합판으로 지었거나, 짙은 회색의 보안 셔터가 내려져 있다.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산 후안 San Juan 코너에 있는 주류 판매점만이 손님 왕래가 눈에 띄는 유일한 곳이었다(버스 정류장 근처 혼다 쿠페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랬다). 혼다 운전자는 한 행인과 샌드위치 종이 가방 속 뭔가를 놓고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을 점거하고 있던 그들은 서쪽으로 가는 30번 버스가 내는 경적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외부인들이 디트로이트를 떠올릴 때 상상하는 모습이 이 광경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 광경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시 인구가 60%나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접할 때나, ‘1967년 폭동’ *역주: 정부가 약속한 복지정책이 실행되지 않아 최대 흑인 폭동이 일어났다 50주년 추모식을 볼 때, 당신이 떠올리는 디트로이트의 모습이기도 하다. 러스트 벨트 Rust Belt *역주: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지역 지역의 경기 침체에 거의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이 놓친 사실이 하나 있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 중 실제로 불에 탄 곳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디트로이트는 하얀 도화지에 그린, ‘세계에 종말이 온듯한’ 몰락의 이미지가 아니다.맥니컬스 거리도 마찬가지다. 맥니컬스는 인근 리버노이스 애비뉴 Livernois Avenue와 함께, 디트로이트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유지했던 주요 주택지다. 중산층 수천 가구가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여섯 블록 내에 두 개의 대학과 한 개의 병원, 상당한 임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터줏대감’ 기업(Anchor Employer)들이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도시의 비전 : 제이피모건은 디트로이트가 끔찍한 경제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다이먼은 “우리는 일년에 3~4개 지역을 디트로이트처럼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10개 지역은 ‘디트로이트와 비슷하게’ 재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디트로이트 살리기에 나선 여러 단체들이 이 의외의 지역을 경제 허브로 전환하려 하고 한다. 이 작업은 ‘20분 거리 공동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성공하면 지역민들이 자기 집과 가까운 곳에서 쇼핑, 레스토랑, 레크레이션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직장도 찾을 수 있게 된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100가구 이상의 폐가를 인수한 후 리모델링을 하거나 다른 용도로 대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 캠퍼스와 연결된 ‘녹지’ 공원을 따라 다양한 소득 계층들이 어울리는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비영리 단체들은 현재 ‘죽어있는(Blank-Faced)’ 일부 매장을 인수하고 있다. 그곳을 재개발해 중소기업을 입주시키고, 지역 기업가들이 지역민을 고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이 곳과 거리가 멀었던’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북쪽으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만난 멀린다 클레먼스 Melinda Clemons가 외진 공터에 우뚝 서 있는 대형 건물을 필자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이 건물은 한때 B. 시겔 B. Siegel 백화점이었고, 패션의 거리로 알려진 리버노이스 가의 중심지였다. 백화점은 1970년대 문을 닫았고, 마지막 세입자였던 (1달러 이하 염가 판매점) 달러 스토어도 2005년 이곳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현재 클레먼스는 텅 빈 대형 건물을 미니 주상복합단지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다: 볕이 잘 들고, 침실이 2개인 집을 10채 정도 짓고, 지상에 레스토랑과 소형 매장을 입점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유년기를 근처에서 보낸 그녀는 식당, 가발 및 의류 매장들이 쭉 늘어선 산만한 거리로 필자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번성했던 과거와 발전 잠재력이 있는 현재가 혼재되어 있었다. 그녀는 “당신이 여기에 살면, 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시 재건은 작은 마을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디트로이트의 부활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리버노이스와 맥니컬스, 그리고 많은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재건 계획은 특히 한 기업의 전문성과 재정적 영향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바로 제이피모건 체이스 JPMorgan Chase다.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CEO가 이끌고 있는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디트로이트 내 최대 은행이다. 소매 금융부문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은행은 2014년부터 도시의 핵심 중산층을 재건하는 과감한 실험을 통해 디트로이트와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투자(Invested In Detroit)’로 명명된 이 은행의 프로젝트는 지역 부동산 활성화, 중소기업 창업, 수요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거주민 교육 등 ‘지역별 재건 캠페인’으로 이뤄져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가능한 빨리 진행하려 하고 있다. 다이먼은 뉴욕 본사에서 가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직장이 없으면 집 또한 가질 수 없다”며 “반대로 집이 없어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또 취업에 필요한 기술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다. 이 모든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신중히 선택한 파트너들과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다수의 신규 아파트나 새롭게 교육을 받은 트럭 운전사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직접 지불하진 않는다. 그런 노력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자금을 준비해 둔다. 은행은 이 프로젝트에 1억 5,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동시에 순환팀을 배치해 개혁성향의 디트로이트 시장 마이크 더건 Mike Duggan과 지역 비영리 단체들이 어느 지역과 산업에 집중 투자할지 결정하도록 돕고 있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해당사자들이 한다. 은행의 협력사 가운데 한 곳인 캐피털 임팩트 파트너스 Capital Impact Partners의 디트로이트 마켓 책임자 클레먼스는 “우리에겐 대형 은행들이 갖추지 못한 정보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 정보력은 (경험 부재 같은 단순한 이유로, 혹은 디트로이트의 오랜 인종 차별 유산 같은 복잡한 이유로) 자격이 안 되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개인 : 캐피털 임팩트의 멀린다 클레먼스는 은행 대출 부적격 사업체에 자금을 융통해주고 있다.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면, 펀드가 디트로이트 주변에서 부동산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캐피털 임팩트를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어려운 기업들의 재건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선사업은 아니다.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이자와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자질 있는 기업들을 양성하려 하고 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총괄하는 피터 셰어 Peter Scher는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 중 약 55%가 대출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에게 물고기를 주면, 그건 하루 치 식량밖에 안 된다. 그녀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피시 앤드 칩스 Fish-and-Chips 레스토랑 창업에 필요한 돈을 빌려줘라. 그러면 자선 활동 이상의 성과가 나온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것이다.”

다이먼 입장에서, 디트로이트 투자는 사업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다. 금융 위기 이후, 그는 미숙련 노동자와 좋은 일자리 사이의 격차가 미국 전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중소기업 양성과 근로자 교육으로 그 격차를 메우다 보면,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더 큰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믿을 만한 기업가들과 다수의 주택 잠재구매자가 대출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제이피모건 체이스에게도 득이 된다. 디트로이트 도심 지역에서 200억 달러 예금을 유치한 다이먼은 “우리는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체이스는 안방 은행(Home Bank)과 같다”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지역 경제에서 200억 달러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상상해보라. 그렇게 보면 1억 5,000만 달러를 도시 재건에 투자하는 건 단순한 이타심을 넘어 사업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올 여름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포춘에게 자신들이 지원하는 업무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다양한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거두는 누적 효과는 상당했다. 셰어 팀의 분석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투자’로 거의 1,700개의 일자리가 창출 혹은 보존됐다. 또한 100여 개 신규 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았고, 약 1만 5,000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실업률이 약 10%인 도시에서 이런 수치들은 상당한 성과를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들이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트로이트에서의 성공 덕분에, 은행도 전방위 지원 전략(Full-Court-Press)이 미국 전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일종의 청사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향후 몇 개월 내에 모타운Motown *역주: 자동차(Motor)와 도시(Town)의 합성어로, 자동차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를 의미한다 모델의 요소들을 전국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디트로이트 몰락은 통계적으로도 나열해 설명할 수 있다: 이 도시 인구는 1950년 180만 명에서 급감해 현재 67만 5,000명에 불과하다. 과거 디트로이트 호황을 주도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방산업체들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이미 인력 감축에 영향을 줬던 신기술을 채택하고 있었다. 제조업체들은 새롭고 더욱 효율적인 공장을 위해 넓은 부지를 갖춘 교외지역이나 다른 주로 이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만 명의 근로자들이 그 회사들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지역 정치와 제도에 깊게 뿌리내린 인종 차별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많은 디트로이트 교외지역들이 사실상 인종분리 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흑인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반면, 은행의 ‘특정경계지역 지정(Redlinig)’-소수민족이 지배하는 지역을 대출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는 관행-은 흑인 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을 가로 막았다. 굶주린 백인들의 ‘엑소더스(White Flight)’가 심화되면서 디트로이트는 흑인이 다수인 지역으로 변해갔다.

1960~70년대 시민권 신장으로 일부 장벽들이 낮아졌지만, 도시의 몰락은 지속됐다. 디트로이트는 2007~2009년 경제 위기 때, 결정타를 맞았다.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디트로이트 집주인들이 고금리 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노출됐는지 드러났다. 조사기관 리얼티트랙 RealtyTrac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약 14만 개 주택들이 2005~20014년 사이 압류를 당했다. 이는 이미 붕괴된 도시의 세제 기반을 산산조각 내며, 파산을 가속화시켰다.

다이먼도 이 ‘폭주 기관차의 탈선’을 목격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1980년대 이후부터 그는 이 도시에서 사업을 했다. 다이먼이 시카고에 본사를 둔 뱅크 원 Bank One의 CEO에 올랐을 때, 그 은행은 디트로이트의 최대 대출 기관이었다. 그가 2004년 뱅크 원과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합병을 주도한 후,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그 역할을 물려받았다. 다이먼은 “우리는 수 년간 디트로이트를 지켜보면서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이먼은 도시 부활에 앞장섰다. 디트로이트는 2006년 슈퍼볼 XL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도심에 포드 필드 Ford Field 경기장을 세웠다. 도시 재건의 불씨를 살린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그 불씨를 더욱 키운 계기가 2011년에 있었다. 댄 길버트 Dan Gilbert 퀵큰 론즈 Quicken Loans 회장이 본사를 리보니아 교외에서 시청에서 얼마 안 떨어진 캠퍼스 마티우스 공원 (Campus Martius Park)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 후 퀵큰과 길버트 소유 부동산 개발업체 베드록 디트로이트 Bedrock Detroit가 도심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약 25억 달러를 투입해 100개 이상의 부동산을 인수하고 개발했다. 댄 뮬런 Dan Mullen 베드록 사장은 회사 철학이 “사람들이 미어터질 때까지 한 지역에 충분히 인구를 유입시켜라. 그러면 그 인구 밀도가 수요를 창출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자동차 시트 제조사 애디언트 Adient부터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다른 포춘 500대 기업들도 그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그들이 도심에 사무실을 차리자 수천 명의 지식 노동자들도 그곳으로 옮겨갔다.




새로운 심장 이식 : 웨스트 맥니컬스 거리(위)는 한때 디트로이트 중산층들이 거주하던 베글리 지역(아래)의 상업 중심지였다.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지원하는 캠페인은 이 지역을 걸어 다닐 수 있는 미니 도심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디트로이트 도심을 방문하거나, 퀵큰이 자금을 댄 지상전철 ‘큐 라인 Q Line’을 타고 우드워드 거리에서 미드타운까지 가보라. 다양한 종류의 주택, 브랜드, 그리고 화이트칼라 멋쟁이들이 좋아하는 편의시설들을 만날 수 있다. 향수 브랜드 존 바바토스 John Varvatos, 안경 회사 와비 파커 Warby Parker 등이그곳에 다 있다! 아파트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오래된 야구장? 당연히 있다! 온더록 칵테일이 나오는 레스토랑? 물론 있다!

재건에 대한 비전은 활기차고 재미있지만, 불완전하기도 하다. 노동 가능 연령 인구의 13%만이 대학 졸업장을 가진 도시에서, 금융과 IT 분야 일자리 유입에 따른 혜택은 제한적이다. 더건 시장은 (빈부격차가 심한) ‘계급화된 도시’를 원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D.C.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내 딸이 브룩클린에 살고 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우리는 (도시 슬럼화 같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심의 경기 회복 온기가 블루 칼라와 핑크 칼라 *역주: 여성들의 저임금 일자리 지역으로도 전달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디트로이트 호황이 미국의 경제 양극화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더건 시장은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제이피모건 체이스도 그랬다.

디트로이트의 재건은 은행의 철학적 변화와 일치했다. 이 은행은 이미 거대한 기부단체다: 2016년 2억5,000만 달러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은행 경영진은 금융 위기 이후 어떻게 하면 기부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은행은 피터 셰어 지휘 아래 기부 행위 개선을 진행해 경제적 불안감 자체를 해소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확대, 직무 기술교육, 지역 개발, 그리고 재무 상담 등에 초점을 맞췄다. 셰어는 “2012년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기업 기부금 중 약 40% 정도가 이 4가지 핵심 사항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 비율은 지금 95%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을 활용하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그들에게 그 자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2013년 말 때만 해도, 이 모델은 제이피모건 체이스에겐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이먼과 셰어가 디트로이트에서 그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험실’을 찾아냈다. 더건(에너지 넘치는 불도저 같은 민주당원으로, 놀랍게도 선거에서 기명 투표 후보자(Write-In Candidate *역주: 용지나 후보자 리스트에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은 후보자 로 당선됐다) 시장과 공화당 출신의 미시건 주지사 릭 스나이더 Rick Snyder 사이에 보기 드문 협업이 이뤄졌다. 다이먼은 “사람들의 요구는 ‘일자리, 주택, 전기가 필요하다’는 게 전부였다”며 “이념적인 고함과 고성은 필요치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산에서 회생하자, 디트로이트는 엄청난 채무 중 일부를 탕감 받고 더 많은 세수를 도시 개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셰어와 더건이 지역 재건과 경제 육성에 관해 많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2014년 7월,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디트로이트 투자’ 프로젝트에 1억 달러를 내놓았다.

이 대목에서 왜 제이피모건 체이스(2016년 기준 매출 1,060억 달러)가 디트로이트 기업들에게 미친 듯이 대출을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정답은 은행이 근본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당 기업 대출자들은 담보가 없어 은행과의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런 사실은 디트로이트 몰락의 지속적인 악순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법으로 LTV 비율(loan-to-value ratios)-대출 규모와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예상 가치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만 한다. 대개는 80%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트로이트 부동산 가치가 너무 많이 하락한 탓에, 부동산 프로젝트들이 쉽게 그 제한선을 넘어버렸다. 이론상으로 완성된 건물의 가치보다 건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비슷한 이유로, 기업가들은 대출에 필요한 담보를 거의 끌어 모을 수 없었다. 그러나 퀵큰 론즈는 이런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 초기 도심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이었다. 디트로이트 대기업들은 거의 항상 대출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과 지역 개발업체들은 자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MATT HEIME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